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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심사평] 이제 우리 시는 부드러운 집요함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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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심사 중인 송찬호, 김혜순, 오생근, 이영광, 조강석 심사위원(왼쪽부터). [사진 김현동 기자]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오른 작품들에 나타나는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우선 동의할 수 있었다. 첫째, 예년에 비해 비교적 젊은 시인들의 작품이 대거 본심에 올랐다는 것과 이를 반영하듯 실험적 형식을 개진하는 작품이 상당 수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둘째, 그와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것이지만, 자신만의 방법론을 개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작품들은 때로 ‘형식의지’만을 지나치게 드러냈으며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의 경우는 때로 태도가 문장보다 훌쩍 앞서 나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방법론을 개성적으로 고수하면서도 주관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드러내면서도 문장의 탄력을 잃지 않는 작품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어렵지 않게 김행숙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당선작인 ‘유리의 존재’는 특유의 다감한 어조 안에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예리한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장들은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이 간격들을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작품 전체의 사상(事象)에 깊이와 긴장을 부여한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죽음처럼 항상 껴입고 있는 유리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와 같은 문장은 감수성과 지성의 통합이라는 현대시의 과제가 한국시에서 어떻게 달성되어 가고 있는가를 증명한다. 이 문장에 심사위원들의 탄복이 있었음을 밝혀둔다. 이제 한국시는 부드러운 집요함을 알게 되었다.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오생근·김혜순·송찬호·이영광·조강석(대표집필 조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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