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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 말 못한다고 사유조차 없을까…마음 속 울분 가진 인물에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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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인 소설가 정용준씨. “소설은 대단할 건 없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기자]

단편 ‘선릉 산책’으로 황순원문학상을 받는 소설가 정용준(35)은 참신함에 관한 한 ‘역대급’이다. 나란히 올해 16회째를 맞은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을 통틀어 그렇다. 과거 소설가 김연수, 시인 문태준과 김언 정도가 정씨와 비슷한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각각 황순원과 미당문학상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정씨는 상 받던 당시의 그들보다 신인이다. 2009년에 등단해 지금까지 소설집 두 권, 장편 한 권을 출간했을 뿐이다. 그는 올해 상복도 있어 지난해 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로 최근 황순원신진문학상까지 챙겼다. 경희대와 양평군이 운영하는 상이다. 황순원의 이름을 딴 소설상 싹쓸이. 지난 8일 인터뷰 때 ‘갑자기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정씨는 “앞으로 가장 존경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황순원 선생님이라고 대답할 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인터뷰 문답은 곧 진지해졌다. 정씨의 소설 세계가 결코 가볍지 않은 탓이다. 수상작 ‘선릉 산책’은 자폐증 청년과 그를 돌보는 일당 아르바이트에 나선 전직 학원강사 간의 하루짜리 우정을 소재로 하면서도, 정작 심연과도 같은 둘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을 곁눈질한다. SF 성격의 장편 『바벨』 역시 언어가 소통의 도구가 되기는커녕 발화자를 질식시키는 혐오 물질로 타락한 세상을 그렸다. 『우리는…』의 표제작 ‘우리는…’은 24년 전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무기수가 사건 현장을 목격했던 아들과 화해를 꾀하는 이야기다. 누가 봐도 동안인 정씨. 그는 왜 ‘센’ 이야기를 고집하는 걸까.
이야기가 강렬한 작품을 많이 썼다.
“소설은 결국 인물을 다루는 걸 텐데 내가 어떤 인물에 대해 왜 쓰고 싶은지 따져보면 언제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끌리는 거더라. 말을 할 수 있는데 말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말을 못해서 말을 못하는 상황도 있겠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말을 못하면 그 사람 안에 사유조차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런 인물은 토해내지 못한 울분 같은 게 있기 마련인데 그런 인물에 끌린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고….”
무슨 얘긴가.
“나도 말을 되게 더듬었다. 더듬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 뿐 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더듬는다.”
그게 소설가 되는데 영향을 끼쳤나.
“그 부분에 관한 한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인식을 갖고 있었다.”
소설적 인식이란.
“말 더듬는 게 장애가 아닌데도 어려서 장애인 취급을 많이 당했다. 놀림도 당하고. 아예 말 못하는 사람 취급 받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억울한 상황에 대해 일찌감치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정씨의 소설가 입신(立身) 과정은 실존적이다. 삶의 긴급한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 양상을 실존이라고 할 때 말이다. 광주광역시 출신이어서,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눌변이었던 남도의 선배 소설가 이청준, 이승우를 떠올리게도 된다.
소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대단할 건 없지만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소설가 배수아·백가흠과 함께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데.
“문학하는 사람은 사실 오타쿠 같은 거다. 예전엔 나만 좋아하고 말았다면 지금은 좋은 작품을 널리 읽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시작했다.”

정씨는 소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하는 식의 거창한 얘기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소설을 읽으면 혼자 있을 때 좀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외로움을 덜 타고, 세상에 덜 속고 덜 기대하면서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자신의 실존에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정용준
1981년 광주광역시 출생.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장편소설 『바벨』.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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