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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허락부터 구하는 한국 기업문화, 디지털 시대 힘 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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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에서 기조 연설 중인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제 마지막 비밀을 알려드리죠. 혁신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겁니다.”

21일 오후 4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1홀을 꽉 채운 청중들의 시선이 연사로 나선 미국의 무인항공기(드론)업체 ‘3D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55) 대표에게 집중됐다. 그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의 일환인 ‘이노비즈 글로벌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맡았다. 국내 중소기업 기술관련 최대 규모 행사다.

“세상은 ‘허락 문화(Permission Culture)’와 ‘용서 문화(Forgiveness Culture)’로 나눌 수 있습니다. 허락을 받고서야 실행에 옮기려는 문화와 무조건 시작부터 하고 나중에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문화입니다. 저는 한국이 허락 문화에서 용서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저지르세요. 해버리세요. 허락을 기다리지 마세요. 최악의 경우? 실패하겠지요. 그럼 용서를 구하면 됩니다. 얼마든지 져도 된다, 가진 것을 잃어도 된다는 자세로 시도하는 겁니다.”

앤더슨 대표는 “나도 25살까지 대학도 안가고 록밴드 활동을 하면서 배달원으로 일했다”며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에는 하위 80%의 ‘긴 꼬리(long tail)’가 상위 20%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내용의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UC버클리 등에서 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전공한 그는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으로 12년 동안 명성을 쌓았다. 그런데 2009년 멕시코 출신의 19세 이민자인 호르디 무뇨스과 함께 드론 업체를 창업하고, 2012년 와이어드를 떠났다.

앤더슨 대표는 “처음엔 그저 다섯 자녀에게 주말에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어주려고 찾다가 드론에 대해 알게 됐고, ‘DIY 드론’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만들게 됐다. 거기서 무뇨스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3D로보틱스는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롱테일 경제학’을 현실화한 회사인 셈이다.

앤더슨 대표는 “삼성과 LG 같이 대기업,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통제하는 조직이 다음 세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느슨하고 유연한, 회사나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는 시대가 옵니다.”

앤더슨 대표는 “앞으로는 로봇 사업도 클라우드 생태계에 연결되는 세상이 온다”며 “스마트폰은 작은 기기이지만 거대한 클라우드와 연결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됐듯이 ‘클라우드 로봇’이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기술과 품질 혁신에 기여한 197명을 시상했다. 국내 최초로 자동차 소음기 전자밸브를 개발한 세종공업의 박정길 부회장과 폐쇄회로 TV(CCTV) 영상처리 원천 기술을 국산화 한 이노뎁의 이성진 대표가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대윤 한국다이퍼 대표와 이성희 엔에이피대표가 산업포장을, ㈜일진·㈜키위커뮤니케이션 신오식 회장이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기술혁신대전은 2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글=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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