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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벤처 기술 제값에 사줘야 창업생태계 산다

110곳. 최근 발표된 ‘포춘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든 중국 기업의 숫자다. 미국(134곳)을 바짝 따라붙은 2위다. 숫자보다 무서운 건 속도다. 불과 20년 전인 1996년만 해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은 셋뿐이었다. 같은 기간 이 명단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13곳(96년)에서 15곳으로 2곳 늘어나는 데 그쳤고, 미국 기업은 162곳에서 134곳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포춘 500 명단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을 넘어설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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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키우고 있다.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공장 노릇을 하던 중국, 선진국의 디자인과 서비스를 베끼던 ‘카피캣’ 중국은 옛날 얘기다. 정부의 지원과 거대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뒤 이제는 세계 기업의 롤모델로 활약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대체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선 이미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끌어가는 형국이다.

중국의 미래 선전을 가다 ① 차이나드림 현장
스타트업 키우는 대기업의 M&A
중국 상반기 454조, 한국은 13조

지난 20년 사이 중국이 이뤄낸 극적인 기업 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회사가 ‘중국 인터넷 삼총사’로 불리는 알리바바(전자 상거래)와 텐센트(콘텐트·메신저), 바이두(검색엔진)다. 세 기업은 모두 인터넷 태동기인 98~99년에 설립됐다. 사업 초기엔 구글이나 아마존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서비스를 모방한다고 손가락질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 기업의 온라인 산업 진출을 막아준 덕에 순조롭게 사업을 펼쳤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13억 명의 소비자를 발판으로 순식간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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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세계 10위, 텐센트는 11위, 바이두는 133위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세계 27위, 다른 한국 민영 기업은 400위권에 몇몇이 포진해 있을 뿐이다. 이들 기업은 더 이상 모방꾼도 아니다. 월 사용자가 8억 명이 넘는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은 세계 메신저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거래) 서비스와 핀테크 거래 실적을 자랑한다. 업계에서 “페이스북이 위챗을 모방할 판”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기업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연구개발(R&D) 투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4년 중국 상장기업의 연평균 R&D 투자액 증가율은 11.7%로 한국(5.9%)과 일본(1.7%)을 크게 앞선다. 이런 공격적 R&D 투자 뒤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약 672조여원)의 보조금을 풀어가며 R&D를 독려한 중국 정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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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공룡’ 화웨이는 이런 중국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회사다. 지난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하며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회사가 지난해 R&D에 쏟은 돈은 92억 달러(10조7000억원), 매출액의 15%로 애플의 R&D 비용(85억 달러, 매출액의 3.5%)보다 많다.

대체에너지·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꿰찬 중국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정부의 광범위한 지원이 발판이다. 세계 전기차 1위인 BYD(비야디)가 대표적이다. 중앙 정부는 전기차 소비자에게 파격적 지원금을 대서 내수 시장을 세계 시장의 절반 수준(47%)으로 키웠다. 선전은 택시와 경찰차 등을 전기차로 바꿔가며 업계를 밀어줬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2008년 7대 신성장 분야를 선정한 뒤 실질적인 투자를 퍼부었다”며 “이 덕에 대체에너지 등의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열풍은 중국 기업의 성장동력 중 하나다. 스타트업들은 기존 기업들이 찾지 못한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혁신을 주문한다. 세계 민간 드론(무인항공기) 1위 DJI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창출해낸 대표적인 신생 기업이다.

주목할 건 이렇게 성장한 기업이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조성하는 새로운 생태계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은 4125억 달러(454조원)어치의 M&A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국내 기업의 올 상반기 M&A 거래는 13조원 규모로, 중국의 35분의 1에 불과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텐센트·알리바바 등 1세대 IT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타트업을 키우고 사들이며 덩치를 불리고 있다”며 “제값에 기술을 사줄 기업이 많으니 스타트업이 몰리고 이를 통해 신산업이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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