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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북한 편들까 걱정? 남북 화해해서 모두 지원하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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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 문명의 한계를 지적하는 도올 김용옥. 중국이 인문 전통을 기반으로 새 패러다임을 창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우리가 걸었던 경제성장의 경로를 따라오던 중국이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변화는 문명 차원에서 이야기된다. 서양이 노출한 경제성장의 단점을 극복하며 동양의 잠재적 장점까지 발휘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발전을 이뤄 낼 수 있을까. 요즘 철학자 도올 김용옥(68)의 관심은 여기에 닿아 있다.

중국 이야기 풀어놓은 도올 김용옥

그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60년대 대학 시절 중국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래 중화민국 대만대-일본 도쿄대-미국 하버드대를 거치며 중국고전을 연마해 왔다. 한동안 다방면으로 확산되던 그의 관심이 다시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2014~2015년 중국에서 1년간 체류하고 각종 강연을 하며 관찰해 온 그가 중국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도올의 중국 일기』(전 5권)를 펴냈고, JTBC에서 ‘차이나는 도올’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는 책을 출간했다.
 
변화하는 중국의 오늘을 조명하는 책을 잇따라 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른다. 일례로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우리는 너무 낭만적으로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사투다. 그가 등극한 첫 해에 반부패 캠페인으로 처단된 관료만 18만 명이 넘는다. 시진핑 등장 이래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변화인가.
“시진핑은 장쩌민파의 추천으로 대권을 잡았는데, 주석이 된 후 오히려 자기를 지지한 장쩌민 휘하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을 권력 초기 2년 동안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사회 상층부에 깊은 원한을 샀다. 그렇지만 70~80%의 민중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부패의 원천이 장쩌민 세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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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연변대학에서 강연하는 도올 김용옥. 2014~2015년 1년간 중국에 체류했다. [사진 통나무]

중국이 우리와 시스템이 다른 점을 강조하며 도올은 시진핑의 집권 과정을 예로 들었다. “중국은 우리처럼 선거를 하는 게 아니라 공산당 상층부에서 차기 지도자를 관찰하다가 리더로 간택한다. 간택이 되기까지 정치인들은 자기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선거도 없고 매스컴의 판정도 없기에 공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나름의 장점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공산 사회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인 리더십의 교체가 확립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통치 기간은 기본이 10년인데 5년 전부터 차기 집권자로 확정되는 묘한 중첩 구조가 현재 중국 사회에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준다고 했다.
중국을 너무 좋게 보는 것 아닌가.
“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중국은 5000년 우방이고, 미국은 50년 우방이다. 5000년 우방은 모르고, 50년 우방에만 죽자 사자 하는가. 중국을 모르면 우리나라 역사도 모른다는 얘기다.”
중국은 1당 독재체제 아닌가.
“중국 정치에선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정책이란 나올 수 없다. 최소한 상무위원 7명이 합의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당이 국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이념 정당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하는 기구다. 독재로 말한다면 전국가적 독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안에서 우리보다 더 계파 분포가 심하다. 개혁·개방이 옳은가 그른가, 이런 문제에 대한 정책 대결이 공산당 내 계파 간에 진행된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고민 아닌가.
“고민이 아니다. 우리 남북한이 화해해 중국이 남북을 모두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엉뚱한 전제를 세워놓고 그것의 삼단논법만 반복하고 있다. 대전제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너무 모른다.”
 
우리 민족은 5000년 동안 중국에 눌려 살다가 ‘한강의 기적’에 힘입어 1990년대 10년 정도 반짝 중국 대륙을 활보했던 것 아닌가.
“사실을 알고 보면 그런 체험은 고조선이나 고구려 시대에 이미 몇 천년 지속됐다. 연개소문이 당태종을 상전으로 모시지 않았다. 당태종 본인이 연개소문을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우리의 중국관은 이성계의 조선 건국 이후의 역사관이다. 특히 그런 사대주의 관념은 숭명사대주의자들의 북벌론 이후 강화됐다. 노론이나 남인 계열의 북벌론이 가능했던 것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재조지은(再造之恩·나라를 새롭게 다시 만들어 준 은혜)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우파의 논의도 똑같다. 6·25전쟁 때 미국이 재조지은을 부여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 말을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이런 것은 우리 민족이 좀 벗어나야 하지 않나.”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역사지도집을 보면 만리장성이 북한의 평양 지역까지 그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이 어떻게 뭐를 하느냐는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미국 사람이 미국 역사 쓰는 데 딴 나라 눈치 보고 안 쓴다. 지나간 역사는 오직 해석이 있을 뿐이고 그 사실을 구성하는 방식에선 우리 마음대로다. 그러니까 이병도(전 서울대 사학과 교수·전 문교부 장관)가 역사를 어떻게 구성했든, 이덕일(역사학자)이 어떻게 구성했든 똑같이 자격이 있다. 이병도가 더 엄밀하다는 근거는 없다. 최소한 중국이나 일본 눈치 보지 말고 우리 역사를 써야 한다.”
만리장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 사람들이 만리장성을 평양까지 그려놓았으면 우리는 연개소문이 베이징까지 쳐들어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신채호(독립운동가·역사학자) 선생님의 말씀이 얼마든지 설득력이 있다. 우리 민족의 강역이 중국 허베이(河北)성 산해관 옆 난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윤내현(단국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난하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동북의 역사에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었다. 이는 본래 북방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규명하는 문제다. 고조선이란 거대한 영역을 설치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것은 정당한 지적인데, 이런 것이 스콜라십이 저열한 일부 종교인의 국수주의와 연결되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다.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전에는 뚝뚝 끊어진 토성 같은 것이었다. 그거 연결해서 평양성까지 온다고 하면, 거꾸로 우리가 연결해서 서안까지 갔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만리장성은 고조선 사람이 다 쌓았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시진핑은 어떤 인물인가.
“나는 시진핑을 마르크시즘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진핑은 파인 플레이를 펼쳤다. 앞으로는 사회주의 가지고는 안 된다. 중국 인문 중심적 사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시진핑이 거기까지는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 반부패 드라이브에 눌린 반동세력에게 다시 당할 수도 있다. 시진핑이란 사람이 어떻게 되었든 상식이 있는 합리적 리더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가 있을 때 외교적 수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따내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글=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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