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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일본 대지진이 촉발한 경주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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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난 12일 저녁 대부분의 국민들은 평생 잊기 힘든 경험을 했다.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낯설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재난 영화 소재이거나 다른 나라 얘기로만 알았던 지진이 예상 외의 큰 규모로 찾아온 것이다. 이날 오후 8시32분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한반도 지진 기록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에도 수백 차례의 미세한 여진이 이어지더니 19일 밤 비슷한 시간에 또다시 규모 4.5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겹쳐 많은 국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경주 지진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가장 큰 지진이다. 지진은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수직단층이 지하 12㎞ 지점에서 수평으로 엇나가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활성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이어져 온 양산단층대에 속해 있어 특히 주목을 받는다. 지진은 대개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지각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태평양을 둘러싼 이른바 ‘불의 고리’에서 화산 폭발과 지진이 잦은 것도 그만큼 많은 지각판이 맞물리는 경계지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판 경계부에 위치한 일본과 비교하면 지진 발생 주기가 길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한반도 지각엔 일본이 자리 잡은 판의 경계부에서 작지만 꾸준히 압축력이 유입돼 쌓인다. 이런 힘(응력)이 오랜 기간 쌓이면 지각을 움직이거나 뒤틀리게 해 중대형 지진이 날 수 있다. 그런데 한반도 지각엔 여러 개의 금(단층)이 가 있다. 단층마다 견딜 수 있는 응력 한계치가 다르고, 이에 비례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관측되는 중대형 지진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역에서 관측되고, 각 지진의 발생 시기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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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경주 지진은 일반적 경향과 다른 특징을 보였다.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난 건 모두 9번뿐이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 5.0 규모의 울산 앞바다 지진 이후 두 달 새 세 차례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경주 지역에서만 두 차례 연쇄적으로 발생하기까지 했다. 또 경주 지진은 규모를 고려할 때 단층면상에서 10㎝가량의 지각 이동(변위)과 8㎞ 내외의 지표 파열이 예상됐다. 하지만 단층면이 수직, 혹은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지표 파열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본진에 앞서 규모 5.1의 전진이 48분의 시간 간격을 가지고 발생했다. 이 두 지진이 동일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여부는 정밀 분석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지진을 유발한 단층이 그간 알려진 단층들 가운데 하나인지,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단층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예전에 보기 어렵던 이례적인 연쇄 지진은 한반도 지각 내에서 발생한 응력 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일시에 교란을 받고, 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응력 임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발생 빈도가 급증했다. 2013년엔 서해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경주 지진을 포함한 연쇄적인 지진의 발생은 여러 지역에서의 응력이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이번 지진은 규모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는 지진에 의한 지표 파열이 없었고, 지진파 에너지가 비교적 약하게 발산되는 단층면 축 가까이에 경주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역사 기록을 보면 경주가 여러 차례 커다란 지진 피해를 입었던 점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응력 임계치에 다다른 한반도 내의 또 다른 지역에서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진 피해를 줄이려면 땅속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 지각에 산재한 단층의 위치와 크기, 활성화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급히 필요하다.

먼저 총 연장 170㎞에 이르는 양산단층의 활성 여부를 확인하고 양산단층 주변에 뻗어 있는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지류 단층도 점검해야 한다. 또 이번 지진처럼 지표 파열을 유발하지 않은 지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활성단층 연구가 지표 단층에 집중된 조사였다면 앞으로는 지표 아래에 감춰진 단층까지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관련 주무 부처인 국민안전처의 보다 세련되고 전문화된 지진 대응과 신속한 대국민 재난 정보 서비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차분하고 끈기 있는 과학적 노력만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홍 태 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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