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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임종룡의 결기, 최은영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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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경제부 차장

8~9일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주연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었다.

첫날 질의는 임 위원장에게 쏠렸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캐묻는 의원들을 향해 그는 “다시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때와 같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논란이 된 서별관회의 역시 “구조조정을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적어도 책임을 회피하진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청문회 출석을 끝끝내 피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산업은행장과 대비됐다. 이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을 마지막까지 챙길 ‘집도의’가 누군지 확인시키는 발언이기도 했다.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선 “결기가 느껴진다”는 말이 나왔다. 이튿날 의원들은 공격의 대상을 바꿨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방어 수단은 있었다. 의원들의 책임론 제기에 최 전 회장은 “제가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다 나와서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임종룡의 결기, 최은영의 눈물’ 앞에 공세는 무뎌졌다. 청문회 역시 ‘맹탕’이란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건질 게 전혀 없지는 않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장면은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지점이 무엇인지 확인시키는 역할도 했다.

임 위원장이 강조하는 ‘구조조정 원칙’의 한계가 노출된 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질의 때였다. 심 의원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국책은행의 부실을 막을 방법을 고민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임 위원장의 답변은 “둘은 연결된 문제”라는 것이었다. 차마 전면 부인은 못한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물린 돈은 14조원이었다.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국책은행까지 함께 망가질 지경이었다. 산업은행에 직접적 관리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반면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한진해운이 산업은행에 진 빚은 7000억원 정도였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선 ‘대마불사’의 논리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국책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린 기업일수록 ‘결기’가 미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최은영의 눈물에선 현재 우리 주력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가 비단 글로벌 공급 과잉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주력산업을 일군 창업자, 그 과정에 참여한 2세들이 하나둘 물러나며 경영권은 3~4세대로 승계되고 있다. 하나같이 적절한 타이밍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후계자가 이를 떠맡는 불운한 일이 해운업에서만 일어나란 법은 없다.

‘신(新)대마불사’가 정부가 맞닥뜨린 위기라면, 후계와 지배구조 문제는 기업의 위기다. 어렵사리 청문회까지 연 국회가 앞장서서 해법을 고민해 볼 문제다. 정말 ‘맹탕 청문회’로 끝내지 않으려면 말이다.


조 민 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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