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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② 중국 이야기 풀어놓은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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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ㆍ자본주의ㆍ자연과학 방면에서 우월성을 과시하며 두 세기 동안 동양을 압도해온 서구 문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도올 김용옥은 진단한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넘어 전통 인문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중국은 곳곳이 개발중이다. 갈 때마다 달라진다. 1960~80년대 개발도상의 한국도 그랬다. 우리가 걸었던 경제성장의 경로를 따라오던 중국이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우리와 다른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뒤흔든다. 중국의 변화를 문명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양이 노출한 경제성장의 단점을 극복하며 동양의 잠재적 장점까지 발휘하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요즘 철학자 도올 김용옥(68)의 관심은 여기에 닿아 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북한 편들까 걱정?
남북 화해해서 모두 지원하게 만들어야”

그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60년대 젊은 시절, 당시 한국의 대학 사회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국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중화민국 대만대학-일본 동경대학-미국 하버드대학을 거치며 지금까지 평생 중국고전을 연마하고 번역해왔다. 한동안 다방면으로 확산되던 그의 관심이 다시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2014~15년 중국에서 1년간 체류하고 각종 강연을 하며 관찰해온 그가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중국에서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쓴 『도올의 중국 일기』(전5권)를 지난해 말 펴냈고, 올 초에는 JTBC에서 ‘차이나는 도올’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최근엔 다시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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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은 세 가지 측면, 즉 민주주의ㆍ자본주의ㆍ자연과학 방면에서 모두 우월성을 과시하며 두 세기 동안 동양을 압도해왔다. 하지만 이제 서구의 우월성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도올은 진단한다. 중국이 과연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그가 던진 화두인데, 공자가 제시한 동아시아 인문학 전통의 핵심인 ‘서(恕)의 철학’이 재조명되길 그는 기대하고 있다.
 
변화하는 중국의 오늘을 조명하는 책을 잇따라 펴내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리는 중국을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른다. JTBC 방송에서 ‘차이나는 도올’ 강의를 하면서 그런 점을 실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여행을 많이 가지만 겉만 보고 오지, 중국의 권력 구조, 헌법, 정치 체제 등이 우리와 너무 다른 점까지는 알지 못한다. 중국 사회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평가가 없다. 우리나라에 중국 현대사 연구자가 많은데 그런 걸 전달 못한 거다. 일례로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우리는 너무 낭만적으로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사투다. 그가 등극한 첫 해에 반부패 캠페인으로 처단된 관료만 18만 명이 넘는다. 하루에 평균 500명 이상의 목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등장 이래 중국 지도부에선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변화인가.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넘어가며 나타난 중국에서의 변화는 우리의 노태우에서 김영삼, 김영삼에서 김대중으로의 변화보다 더 본질적이고 크다. 이런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 시진핑은 장쩌민파의 추천으로 대권을 잡았는데, 주석이 된 후 오히려 자기를 지지한 장쩌민 휘하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을 권력 초기 2년 동안 해왔다. 이것은 정말 중국 역사에서 유례가 없다. 시진핑 집권과 그 이후의 흐름은 『삼국지』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자기를 세워준 은인을 치는 과정에서 중국 사회 상층부에 깊은 원한을 샀다. 그렇지만 70~80%의 민중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민중은 중국 사회 부패의 원천이 장쩌민 세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민중의 지지로 유지되는 정권이다.”
시진핑이 리더로 배출되는 과정도 특이해 보인다.
“시진핑의 집권 과정에 대해선 내가 이번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는데 우선 우리 사회와 시스템이 다르다. 우리는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매스컴에서 떠야 한다. 선거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선거를 하는 게 아니라 공산당 상층부에서 차기 지도자를 관찰하다가 리더로 간택한다. 간택이 되기까지 정치인들은 자기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시진핑 역시 장쩌민에 의해 간택되기 전까지 공직자로서 자기업무에만 충실한 인물이었다. 선거도 없고 매스컴의 판정도 없기에 공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나름의 장점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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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본래 그의 본령이었다. 1960년대부터 중국철학을 공부해온 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관심이 한동안 다방면으로 확산되다가 다시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2014~15년 1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각종 강연을 하고 중국을 관찰해 왔다. 2014년 5월 연변대학에서 강연하는 모습이다. [사진 통나무]

어떤 장점인가.
“중국은 공산 사회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주기적인 리더십의 교체가 확립된 사회다. 3대째 세습하는 북한과 다르다. 리더십이 교체되는 공산체제. 이거는 철칙이 됐다. 기본이 10년인데 실제는 5년이 되면 차기 집권자가 확정되니까 후반 5년은 같이 가는 것이다. 실제로 혼자 통치를 하는 기간은 5년이다. 그런데 권좌에 있는 기간은 차기 리더로 뽑힌 5년을 포함하면 모두 15년이다. 이처럼 묘한 중첩 구조가 현재 중국 사회에 연속성을 준다.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그리고 변화할 때는 오히려 우리보다 더 래디컬하게 변한다.”
중국을 너무 좋게 보는 것 아닌가.
“JTBC ‘차이나는 도올’ 강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중국 사회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중국은 5000년 우방이고, 미국은 50년 우방이다. 5000년 우방은 모르고, 50년 우방에만 죽자 사자 하는가. 중국을 모르면 우리나라 역사도 모른다는 얘기다.”
중국은 1당 독재체제 아닌가.
“중국 정치에선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정책이란 나올 수 없다. 최소한 상무위원 7명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1인 독주로 갈 수 없는 체제다. 중국에서는 당이 국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이념 정당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하는 기구다. 군대를 국가가 아닌 당이 가지고 있다. 국가는 권력 서열에서 당에 밀린다. 예컨대 교육부 관리는 국가 서열인데, 거기에 당조라고 해서 각 단계마다 당조의 포스트가 있고 그들이 우위에 있다. 국가 조직에는 모두 당조직이 겹쳐 있는 구조다. 초국가적이면서 전국가적이기 때문에 1당이나 독재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공산당은 국가와 공동 운명체다. 독재로 말한다면 전국가적 독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안에서 우리보다 더 계파 분포가 심하다. 그 계파간에 논의가 벌어진다. 개혁개방이 옳은가 그른가, 이런 문제에 대한 정책 대결이 공산당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서구적 관점에서 1당 독재체제라고 일방적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게 문제이고 그것이 우리의 고민 아닌가.
“고민이 아니다. 우리 남북한이 화해해서 중국이 남북을 모두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엉뚱한 전제를 세워놓고 그것의 삼단논법만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대전제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너무 모른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도 어떤 준비를 했으면 좋겠는데, JTBC에서 ‘차이나는 북한’ 강의도 시도해봤으면 한다. 북한의 역사와 구조를 객관적으로 알고, 우리 국민들이 고민할 수 있는 정직한 자료가 있어야할 것 아닌가. 천리마 운동이 어떤 건지, 이제 옛날 얘기니까 술안주로 올릴 정도로는 알아야 한다. 서독 사람들은 몇십 년 동안 동독 TV를 봤고 동독 정치 돌아가는 것 다 알고, 그러다가 통일이 된 것이다. 우리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구사할 어휘는 아니다. 통일이 당위라든가 뭐 이 정도면 되지, 대박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모멸하는 용어다, 국가 대 국가에서 쓸 용어는 아니다. 중국을 모르는 것처럼 북한을 잘 모르는 것이 문제다. 우리와 다른 체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제고시켰으면 한다.”
우리는 5000년 동안 중국에 눌려 살았다가 1945년 광복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발전에 힘입어 1990년대 양국 수교 이후 10년 정도 반짝 중국 대륙을 활보했던 것 아닌가.
“단군 이래 중국을 우습게 보는 체험을 우리 세대가 유일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을 알고 보면 그런 체험은 고조선이나 고구려 시대에 이미 몇천 년 지속됐다. 그들은 중원을 초라하게 봤다. 연개소문이 당태종을 라이벌로 봤지 상전으로 모시지 않았다. 당태종 본인이 연개소문을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우리의 중국관은 기본적으로 이성계 이후의 역사관이다. 고려 말까지 우리가 중국을 사대주의 관념으로 보지 않았다.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특히 그런 사대주의 관념은 숭명사대주의자들의 북벌론 이후 강화된 것이다. 그 전에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런 노론이나 남인 계열의 북벌론이 가능했던 것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재조지은(再造之恩:나라를 새롭게 다시 만들어준 은혜)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우파의 논의도 똑같다. 6ㆍ25전쟁 때 미국이 재조지은을 부여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말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똑같은 거지. 조선왕조의 재조지은을 강조한 집권세력이나, 일방적 반공론으로 세계를 바라보려는 눈이나 유사하다. 이제 이런 것은 우리 민족이 좀 벗어나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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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중국 사천사범대학에서 특강하는 도올 김용옥. [사진 통나무]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역사지도집을 보면 만리장성이 북한의 평양 지역까지 그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이 어떻게 뭐를 하느냐는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미국 사람이 미국 역사 쓰는데 딴 나라 눈치보고 안 쓴다. 더군다나 하버드 학자가 로마사 쓰는데 이태리 사람 눈치보고 쓰는가. 이거 말이 안 되잖아. 지나간 역사는 오직 해석이 있을 뿐이고 그 사실을 구성하는 방식에선 우리 마음대로다. 그러니까 이병도(전 서울대 사학과 교수·전 문교부 장관·전 학술원 회장)가 역사를 어떻게 구성했든, 이덕일(역사학자)이 어떻게 구성했든 똑같이 자격이 있다. 이병도가 더 엄밀하다는 근거는 없다. 우리 학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최소한 중국이나 일본 눈치 보지 말고 우리 역사를 써야한다.”
만리장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 사람들이 만리장성을 평양성까지 그려놓았으면 우리는 연개소문이 베이징까지 쳐들어갔다고 주장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이 얼마든지 설득력이 있다. 우리 민족의 강역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중국 하북성 산해관 옆 난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윤내현(단국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주장도 당대의 모든 정황으로 볼 때 그럴 수밖에 없다. 윤내현의 난하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동북의 역사에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었다. 이는 본래 북방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규명하는 문제다. 고조선이란 거대한 영역을 설치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것은 정당한 지적인데, 이런 것이 스칼라십이 저열한 일부 종교인들의 국수주의와 연결되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다. 이런 역사는 종교의 문제도 아니고 국수주의도 아니다. 호적(胡適ㆍ중국 학자)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소심하게 증거를 구하고, 대담하게 가설을 세우라. 우리 고대 문명에 대해 우리는 대담한 가설을 가져가야 한다. 만리장성 문제만 해도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전에는 뚝뚝 끊어진 토성 같은 것이었다. 그거 연결해서 평양성까지 온다고 하면, 거꾸로 우리가 연결해서 서안까지 간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만리장성은 고조선 사람이 다 쌓았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역사를 얘기하는 데도 너무 여야 정치판처럼 대립이 심하다. 이병도 사학이 100년 독재를 하고 있는 것, 이거는 학문의 정도가 아니다. 학문이란 도전받고 수정되지 않으면 학문이 아니다. 일제 관변 사학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도올의 중국 일기』에 보면 고구려성 답사 기록이 있는데 실제 가보니 어느 정도인가.
“동북 일대에 흑룡강성까지 발견되는 고구려성이 200개가 넘게 남아 있는데 그 규모를 생각하건대, 그 이전에 고조선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없으면 그런 고구려성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대사 논란은 역사 논쟁이 아니라 이념 논쟁일 뿐이다.”
한ㆍ중ㆍ일 3국 간에 역사 문제와 현실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이 일본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에 붙어 중국을 폄하해선 안 된다. 한ㆍ미ㆍ일 공조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ㆍ미ㆍ일 공조는 중국과 미ㆍ일의 중간자로서 한국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세계 평화가 올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중국 사람들을 정의로운 자세로써 격려하고, 우리 고대사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정치계에서는 문화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언급을 피한다. 정치가 뭔지를 아는 거다. 역사를 어떻게 쓰냐는 문제를 가지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삼지는 않는 것이다. 어차피 서로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국제간에 보다 개방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도올의 중국 일기』에 ‘고구려 패러다임’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어떤 의미인가.
“고구려 패러다임이란 고구려를 고구려 자체의 역사로 봐야지, 8ㆍ15해방 이후에 성립한 대한민국의 과거사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백제만 해도 저쪽 중국 산동성과 요녕성을 거쳐 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해양세력으로 봐야지, 한반도 내에 갇혀있는 백제로 봐선 안 된다. 백제는 환황해(環黃海) 해양대제국이다. 일본 천황이 다 백제 계열이고, '일본'(日本:해뿌리의 뜻)이라는 국호 자체가 백제 사람들이 나당연합군에 패하여 대거 이주한 후에 새로운 자기 본거지로서 선포한 이름이다.
고구려 패러다임에서 보자면, 고대사는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단일 민족국가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광대한 영역의 성(구려·句麗:석성의 뜻)들의 연합체계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 역사를 동북아의 거대한 문화사로 보지 않고, 좁은 민족 국가 개념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반도지역 내에 우구려 넣은 것이다. 이게 맞지 않는 것이다. 중국동부해안, 만주, 연해주, 북한 지역과 큐슈까지 모두 고구려 패러다임에 들어간다. 일본의 고대사를 한국사의 일부로 써야 한다. 야요이 문화 이후로 우리 역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일본사는 근원적으로 기록이 될 수 없다. 『일본서기』는 백제의 역사서들이 없으면 성립이 안 된다. 그러니까 시각을 넓혀야 한다. 한국의 역사가 세계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이리 속 좁은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중국에도 살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살고, 그렇게 코리아 타운이 넓게 펼쳐 있는데 왜 이리 좁은 생각만 하고 사는가. 미국 선거에 코리아 문제를 바르게 인식시키는 로비도 안 하고 있다. 한국 통일의 좋은 방안은 로비 전략 아닌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방대한 고구려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너무 상식적인 것을 우리 민족이 모르고 있다. 지금 만주가 우리 땅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가 어떻게 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인가. 알렉산더가 전 세계 제국을 건설했는데 마케도니아에서 일어난 일만 역사로 기록한다는 게 말이 되나. 고구려는 하나의 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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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문정신의 핵심은 공자가 말한 ‘서(恕)’ 한 글자를 지목한 도올 김용옥. ‘서’의 의미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여덟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게 베풀어보아 원치 않는 것은 타인에게 베풀지 말라’는 뜻이다. 시진핑이 새로운 서(恕)의 논리를 중국사회의 규범으로서 안착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임진권]


중국에 1년간 있으면서 핫채널을 많이 만들었나.
“중국 정치인과 학계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를 했다. 중국인들이 기록을 잘한다. 우리는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기록하지 않는다. 중국은 종난하이에서 일어난 일을 시시각각 다 기록한다. 그걸 열람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역사의식이 우리보다 단수가 높다. 그런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었다.”
중국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서구 문명의 우월성 3측면(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연과학)은 지금 모두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과연 서구 사회에 민주주의가 있는가? 과연 서구가 강요해온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그 신자유주의적 유통의 논리가 인류의 복음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인가? 서구의 자연과학은 과연 절대적인 선(善)인가? 우리가 짓눌려왔던 민주ㆍ시장ㆍ과학이라는 서구적 가치가 모두 병들어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시진핑이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인물을 쳐다보면서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회주의 사회의 명암을 실천적으로 체험했다는 사실에 있다. 마르크시즘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것이 지향한 보편적 휴매니즘의 가치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변용을 거쳐 생존할 것이다.”
시진핑은 어떤 인물인가.
“나는 시진핑을 마르크시즘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그의 분투가 인류사에 새로운 민주의 가치를 창조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것도 중국의 인문정신의 발로로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진핑은 파인 플레이를 펼쳤다. 앞으로는 사회주의 가지고는 안 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말도 유치하다. 중국 인문중심적 사회체제를 만들어야한다. 내가 볼 때 시진핑이 거기까지는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 반부패 드라이브에 눌린 반동세력에게 다시 당할 수도 있다. 우리 정치가 중국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야 한다. 특히 시진핑이란 사람이 어떻게 되었든 상식이 있는 합리적 리더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가 있을 때 외교적 수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따내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중국 인문정신이 창출하는 패러다임이란.
“공자가 말한 ‘기서호(其恕乎)!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야말로 유교의 알파요 오메가이면서 중국 인문정신의 핵심이다. 오직 ‘서(恕)’ 한 글자에 그 핵심이 있다는 얘기다. ‘서’의 의미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여덟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나에게 베풀어보아 원치 않는 것은 타인에게 베풀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 인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서(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소불욕(所不欲)의 윤리를 지킬 때에 우리는 참다운 윤리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시진핑이 아버지 시종쉰의 삶의 격랑 속에서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지만, 시종쉰의 유교인문학적 훈도 속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싶다. 시진핑은 지금 과연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예지를 얼마나 터득하고 있는가, 그 각성의 정도를 그에게 되묻고 싶다. 시진핑이 영도하는 중국 공산당은 자신에게 스스로 베풀어 원치 아니하는 것은 국민에게 베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오쩌둥으로부터 덩샤오핑을 거쳐 후진타오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산당은 결코 서(恕)의 평범한 진리를 체득하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나의 시각은, 결국 얼마나 시진핑이 새로운 서(恕)의 논리를 중국사회의 규범으로서 안착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물음으로 귀착될 것이다.”
시진핑 이후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2017년에 열리는 19대 당대회에서 누가 차기 리더가 되느냐, 그 사람이 향후 17년부터 15년 동안 중국을 위대하게 이끌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최소한 시진핑보다 더 위대하고 개방적이면서 질서감 있는 중국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카리스마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의 40~50대는 새로운 세대이고,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여전히 구세대 문제를 포섭하고 있는데, 신세대가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시진핑까지는 그랜드 캐릭터다. 언행이 소인배가 아니다. 인품에 있어서나 사상에 있어서나 시진핑을 능가하는 인물이 등장하면 그것은 비단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홍복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보여지는 리더십을 우리 동양이 능가하는 것이다. 아시아에 새로운 리더십의 수준이 제고되기를 바란다.”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에 부록으로 실은 연표가 독특하다.
“통나무 편집부장 김인혜 작품이다. 평생 연구한 것을 독자를 위해 서비스했다. ‘현대사의 금석문’이라고 할 수 있는 메달을 수집해 왔는데 그 메달을 해설해가면서 현대사 연표를 짠 것이 굉장히 독창적이다. 여태까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없었던 작업이다. 20세기 동아시아 연표로서 이만큼 살아있는 역사를 전하는 생생한 연표가 없다. 연표만 가지고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연표에서 한국사의 내용을 겹쳐 편집했는데.
“우리 항일독립운동의 배경이 중국 대륙이었다. 독립운동을 한반도에서 못하니까. 우리 선조들은 중국의 세계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이 곧 조선의 해방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중국대륙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한국인의 기여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의 역사발전의 현황에 오기까지 중국인만의 노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인이 같이 도와주었다. 중국과 한국은 험난한 시절을 같이 살아남았다.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우리나라 전남 광주 태생의 천재적 음악가 정율성이 만들고, 장정 때 무정 같은 사람이 최초의 포병부대를 만들어 도와주고, 이런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니다. 약산 김원봉이 중국 대륙에서 활약한 그 어마어마한 사실도 우리가 안보고 있잖은가, 조선의용대의 찬란한 활약상은 중국정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광복군 관련 새로운 자료도 너무도 많다. 이런 모든 역사를 공평하게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너무 들여다보지 않는 거지. 시각이 없고. 모든 게 잊혀지고 묻혀버리고만 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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