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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내비게이션] 통계·객관적 실험으로 인간의 내면 분석 … 인문학이자 과학이죠

청소년들이 관심있는 학과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이나 합격선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열려라 공부’는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련 진로는 무엇인지 알려 드립니다. 11회는 심리학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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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심리학을 ‘인문학’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그런데 심리학 전공자들은 “심리학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김향숙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문학에서 논리적 비판이나 사유의 방식으로 인간의 마음을 파악한다면, 심리학은 객관적인 실험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해석해낸다”고 설명했다. 인문학과 같은 주제를 연구하지만 접근 방식은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더 비슷하다는 의미다.
숫자와 실험으로 인간의 마음을 밝혀내는 심리학은 대학에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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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한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가운데)가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아이트래커(Eye-Tracker) 장치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이트래커는 시선이 어느 곳에 머무는지를 추적하는 장치로, 임상심리학 연구에 자주 활용된다.

상당한 수준의 수학·통계학·생물학 실력 필요
박성규(서강대 심리학과4)씨는 고교 시절 TV 드라마를 보고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의 마음을 술술 읽어내는 심리학자의 모습에 신비감을 느꼈던 거다. 막상 심리학과에 진학해 1학년 첫 수업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일반심리학 시간이었는 데, 뇌 구조와 기능을 배우고 외워야 했죠. 고교 시절 내가 TV에서 보고 동경해왔던 심리학은 독심술이나 점성술에 가까웠는데, 진짜 심리학을 마주하니 그 괴리감이 정말 크더군요.”

실제로 심리학과 학생 중 상당수는 박씨와 비슷한 혼란을 겪곤 한다. 강유경(중앙대 심리학과1)씨는 “나름대로 심리학과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고 진학했는 데도 통계학이나 생물학 등 상당한 수학·과학 실력을 요구하는 수업이 많아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심리통계의 경우, 통계학과 학생들의 전공인 응용통계학과 유사한 수준까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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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쥐를 이용한 학습심리 실험. 고려대 심리학과 학생들은 쥐에게 농구나 달리기 등을 훈련시키며 학습심리 이론을 검증한다. [사진 고려대 심리학과 홈페이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상담이 심리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심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김향숙 교수는 “정신의학이나 신경과학처럼 신경생리학적 기초를 탐색하기도 하고, 자연과학처럼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분석해 검증하기도 한다”며 “인문학 분위기를 기대하고 심리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연달아 들으며 혼란을 느끼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김근영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도 “심리학의 전 영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는 분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뇌의 기능과 행동의 관련성’ 같은 생물학에 가까운 과학적 방식”이라며 “경영학에서 주로 다루는 인사관리나 조직이론 등도 심리학의 주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장은 “인문학에서 허용하는 주관적 해석이나 맥락적 일치도, 상상력과 사유 등의 방식을 심리학에서는 완전히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수학적 이해와 과학적 사고를 통해 인간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다. 인문학과 심리학은 ‘인간’이라는 탐구 주제가 같을 뿐, 연구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방식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가설을 증명하거나, 생물 실험 등을 통해 자연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식이다. 재학생들이 “심리학은 인문계 출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전공”이라 설명하는 이유다.

임상·범죄·조직심리 등 커리큘럼 다양해
숫자를 다뤄야 하고 실험 위주로 공부한다고 하니, 심리학을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장은 “학문 자체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학생들도 “심리학이라는 이름 안에 임상·조직·문화·사회·인지 등 여러 세부 분야가 모여 있어 어떤 학생이 와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흥미로운 심화 전공을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원(고려대 심리학과3)씨는 “정신 장애나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임상심리 분야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임상심리 관련 수업은 각종 의료 기자재는 물론 흰쥐까지 동원해 다양한 실험이 이뤄진다. 김씨는 “처음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는 의대 수업인 줄 착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흰쥐는 ‘학습 심리’에 대한 이론을 검증할 때 쓰인다. ‘쥐가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라’는 조별 과제가 주어지면 수업시간에 배운 다양한 학습이론을 적용하며 효과를 검증한다. 김씨는 “쥐가 무의식적으로 농구와 비슷한 행위를 했을 때만 먹이를 주면서 특정 행동을 단계별로 강화하다보면, 학기말쯤 됐을 때 쥐가 5분만에 골대로 설정한 후프 안에 공을 44번이나 집어넣을 만큼 발전해 놀랐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에서 뇌의 구조와 반응을 이해하는 것도 핵심이다. 고영건 학과장은 “첨단 의료기기인 FMRI(기능적 뇌 자기공명 영상장치)를 사용해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기관에 자극이 주어질 때 뇌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정밀하게 확인하며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임상심리와 범죄심리를 통합 연구한다. 임상심리 분야에서 정상인과 다른 이상심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루는데, 이를 범죄자의 심리까지 확대·특화한 것이다. 범죄심리학자를 꿈꾸는 강유경씨는 “교과서를 통해서 이론을 외우는 게 아니라,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면서 공부하다보니 이해가 빠르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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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심리 분야도 유망하다. 기업 내에서 적재적소에 맞게 인재를 배치할 수 있게 인적성을 검사하고 분석하는 분야다. 상담심리학도 여전히 인기다. 대화와 검사를 통해 우울이나 소외감 같은 증상을 찾아내 해결하는 전문심리상담사를 배출한다. 김시유(고려대 심리학과4)씨는 “심리학은 타인과 공감하고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학문이다. 공부하기는 힘들지만 타인을 돕는다는 보람과 성취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세부 전공에 따라 수업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쥐나 의료용 기자재를 활용해 진행되는 실습은 물론, 심리학 최신 이론을 담은 논문을 읽고 토론을 벌이거나 기업체와 협력 수업도 진행된다. 김시유씨는 “광고심리학 시간에엔 맥주회사의 마케팅 실무진이 수업에 들어와 자사의 문제점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심리학과 학생의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오라고 과제를 내줬다. 학기말 기업 실무진 앞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피드백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의학·로봇공학 등 다른 학문과 융합 잘 이뤄져
심리학은 타 학문과 융합이 잘 이뤄지는 분야기도 하다. 장재윤 서강대 심리학과장은 “심리학 자체가 여타 분야의 기초과목이라, 경제학·경영학·정치학·사회학·법학·교육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심리학과 협력하면 창의적인 연구 아이디어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만은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언어학이나 문학, 철학 등 인문학은 연구 분야가 심리학과 일치해 두 학문을 병행하면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쉽다. 김시유씨는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교직을 이수하고, 영문학을 복수전공했다”며 “교육학을 배울 때도 영문학 작품을 읽을 때도 심리학적 지식이 두루 활용돼 타 전공 친구들보다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영건 학과장은 “로봇공학이나 의학분야까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학문이라면 심리학 지식의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심리학은 복수전공자가 가장 많은 학과로 꼽힌다. 중앙대는 심리학과를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다른 과 학생이 100명이 넘는다. 현 학과장은 “학년당 정원은 50명 선발하는 데 타 전공 학생이 두 배가 넘는 셈”이라며 “여러 전공 학생이 조별 과제 등을 함께 해결하며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해 심리학 전공자들이 수업 시간에 각자에게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서강대의 심리학과도 심리학 복수전공자가 전공자 수를 웃돌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전망도 밝다. 고영건 학과장은 “각종 지표에서 미래에 사라지지 않을 직업으로 심리학자를 꼽는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가 직업의 화두가 될 텐데,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의 영역과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졸업 후 진로
교직·연구직에 가장 많이 진출

범죄·임상심리사 취업 전망 밝아


심리학은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은 물론 의학·공학과도 교집합이 많다. 그만큼 진출 분야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분야는 상담사다. 장재윤 서강대 심리학과장은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심리학자로서 전문적인 식견이 갖춘 이들이 상담전문가, 임상전문가로 활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부만 졸업하고 곧바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취업 전망이 밝은 분야로는 임상 심리사를 꼽았다.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장은 “뇌과학이나 의학·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로 볼 때 임상심리 분야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심리사는 병원·학교·치료상담기관·재활센터·종교기관·기업체·교도소에서 치료상담, 재활을 담당하는 전문직을 말한다.

청소년들은 범죄심리학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한국심리학회에서 범죄심리전문가, 범죄심리사 1·2급 자격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한국심리학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뒤 자격증을 취득하면 역량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심리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 꼭 그 분야에 특화된 대학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 범죄심리학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는 종합대의 심리학과에서 다양한 전공과 함께 배우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심리학과 졸업생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는 교직과 연구직이다. 심리학과 교육학을 복수전공하면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에 근무할 수 있다. 석·박사 과정을 이수한 뒤 대학 교수, 연구원이 되는 길도 있다. 현 학과장은 “대다수 심리학과 학생은 교직과 연구직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과 졸업생의 실질 취업률이 다소 낮게 잡히는 이유도 대학원 진학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심리학과에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다루다보니 마케팅이나 제품 디자인·설계, 광고홍보 등으로 진출하기도 유리하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장은 “우리 학과의 경우 졸업생의 61%가 대기업에 취업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하는 분야, 문제 해결력과 설득력을 요구하는 분야라면 심리학과 출신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인지신경과학, 인지심리학 전공자는 로봇공학이나 인공지능 분야로 진출하기도 한다. 고 학과장은 “현재 인지심리 분야 전공자 중 상당수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공계 전공자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처럼 심리학 전공자의 진출 분야는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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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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