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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김영란법,그 후

?? VIP 독자 여러분,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올 추석 최고의 화제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김영란법' 시행이더군요. 정확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죠.?? 1차 대상자만 400만명에 달하는 데다,예부터 남의 딱한 사정 헤아려 청탁·민원 잘 들어주는 사람을 호인(好人)으로 대접하고,약간의 선물은 정(情)으로 간주하는 관대한 문화에 익숙해져온 탓인지는 몰라도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으로 경계를 명확히해놓은 법 조항에 심리적 거북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더군요.게다가 아직 법 시행 전인데도 소위 란파라치(위법 신고 포상금을 노린 사람들) 학원이 성업이라더라,공무원들이 많은 세종시는 란파라치들이 몰려들어 빈방이 없다더라,경찰엔 벌써 투서가 수북이 쌓였다더라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면서 스산한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것 같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마지막 추석'의 풍경은 두 장면이 엇갈립니다.앞으론 이런 선물 줄 수도,받을 수도 없을테니 마지막으로 추억에 남을 걸로 하자며 평소보다 통 크게 고가·고급품 선물로 화끈하게 인심쓰는 '기분파'가 있는가 하면, 지금부터 몸조심해야 한다며 안 받고 안 주는 '보신족'들로 나뉘었다는군요. 유통업계의 간부에 따르면,올 추석엔 5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급 와인·한우·굴비의 매출이 늘어난 반면, 선물 수령을 거부하는 고객 또한 예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답니다.김영란법에 대한 체감지수가 추석 경기를 통해서도 확인된 셈이죠.?? 언론인인 저도 이 법의 규제 대상입니다.사람 만나는 게 직업이다 보니 점심,저녁 약속에다 2차,3차…때론 조찬까지 정신없이 다녔는데 이제부턴 정신줄을 놓았다간 큰 코 다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제가 정한 매뉴얼은 (1)가급적 김영란 식당과 김영란 메뉴를 개발하고 (2)계산은 깔끔하게 더치 페이로 한다는게 원칙입니다.(김영란법이 잘 뿌리내리면 우리나라에서도 더치 페이가 낯설지 않은 일반적 관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네요.)?? 언젠가 외국계 기업의 여성 임원 몇 분의 초대를 받아 저녁자리에 갔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군요.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수한 다국적 기업의 임원들이었는데,식사가 끝나자 밥값을 정확히 N분의 1로 나눠 각각의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식당 종업원이 꽤 여러장의 카드를 따로 긁어서 사인을 받기위해 들락거리는 바람에 좀 부산했던 기억과 신선한 자극으로 남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그때 한 분이 "회계처리 때 본사와 트러블을 빚는 부분이 식사 비용 문제다.특히 미국은 공무원들에게 한도를 넘는 식사 대접은 절대 못하도록 매뉴얼화 돼있다.매번 한국은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사정을 얘기해도 이해를 못하더라"고 하소연하더군요.?? 하찮게 여겼던 밥값에서조차 한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참 못미쳐있다는 얘기죠.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가르는 밥값,여기엔 사실 우리 사회의 응축된 모순과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습니다.그 핵심이 규제입니다.힘있는 기관과,규제를 죘다 풀었다 하며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관료들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있으니 평소 밥사고 술사고,때 되면 고가의 선물 공세로 인사치레를 하지 않을 수 없게되는 것이죠.모든게 시장원리대로 술술 돌아가고,법 적용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상시적 접대와 뇌물성 인사치레는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그러나 반대로 법이 불공정하게 집행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규제가 점점 고도화된다면,간혹 권력에 밉보여 괘씸죄에 걸리기라도 하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는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무리 센 징벌을 매기더라도 뇌물과 접대,청탁은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겁니다.오히려 접대와 청탁의 행태가 더 음성화하고 더 교묘해져서 김영란법쯤은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 김영란법이 뒷문의 룰-브레이커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면,이제 앞문에서의 룰 집행도 투명해져야 합니다.규제 혁파를 통해 청탁과 접대의 원천적 소지를 없애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룰이 적용된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는게 동시적으로 병행돼야 합니다.온몸에 시꺼먼 먼지를 뒤집어쓰도록 돼있는 환경은 개선하지 않고 얼굴에 검정 묻은 사람을 색출해 벌을 주는 방식으론 김영란법의 효력을 보기도 어렵고,투명사회로 가는 건 더욱 요원해질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란법은 청탁 금지법에 앞서 규제 혁파법,신뢰 회복법이 돼야 할 것입니다.앞으로 열흘 뒤,김영란법이 발효되는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이번주 중앙SUNDAY는 김영란법 시행,내년 대선을 겨냥해 몸을 풀고 있는 여야의 유력 후보들,요즘 자산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상속·증여 절세 노하우,막판 혼조세로 접어든 클린턴 vs. 트럼프 대결,시행 2년째를 맞는 도서정가제가 과연 성공적 결과를 가져왔는지등 등 화제의 기사를 집중 보도합니다.?? 또 중앙SUNDAY와 여시재(與時齋)가 공동으로 마련한 '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라는 기획 시리즈도 이번 호부터 막을 올립니다.여시재란 '시대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출연으로 발족한 공익적 싱크탱크입니다. 북핵 문제,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G2의 대결같은 국제외교 이슈에서부터 저출산,청년실업,기후변화 같이 각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지구촌의 생활문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이슈를 세계 각국의 싱크탱크는 어떤 분석틀로 사안을 보고 있으며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이런 각국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다각도로 입체 조명해 우리의 정책 결정에 보탬이 되고자하는 취지에서 준비한 기획입니다.?? 이번호는 그 첫 순서로 '총성없는 전쟁,외교에서 배운다'를 준비했습니다.국익을 놓고 다투는 거대한 국제정치의 체스판 게임에서 미·중·일·러등 주변 4대 강국이 구사하는 외교의 '신의 한수'를 탐구해보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 갈등'으로 국내적·국제적으로 위기에 몰린 한국 외교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추석 연휴중 발행되는 이번주 중앙SUNDAY는 중앙SUNDAY 독자뿐 아니라 중앙일보 독자들께도 특별 배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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