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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10월호] “시진핑은 헌신의 아이콘, 문재인도 자신을 죽여야 기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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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은 인간 시진핑의 형성과 발전을 통해 중국 현대정치사를 조망했다

도올 김용옥의 신간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의 발언이 항상 ‘직설과 일갈’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전학 연구를 바탕으로 항상 현재를 바라보는 혜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학문적 관심이 고전에만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일은 모두 연결돼 있다는 인식 아래 늘 전방위적으로 인간과 세상을 탐구한다.

<시진핑을 말한다> 출간한 도올 김용옥
‘일당독재’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도덕적 편견 없이 바라본 책…
대권은 시진핑 경우처럼 인생을 진실하게 산 결과로 얻어지는 자리

시간적으로도 그는 늘 오늘의 세계를 직시하며, 공간적으로도 그의 문제의식은 항상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운영이란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궁구함에 있어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올의 그 같은 열정은 종종 상투적인 인식에 대한 반역으로 나타나며, 널리 퍼져 있는 상식의 이면을 파고들어 드넓은 반성적 사유의 공간에 도달한다. 그를 좌파 지식인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지만, 도올은 이념에 얽매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매우 정교한 전략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그는 리얼리스트이자 전략가의 시각으로 중국을 직시하고 있다.

대권은 홀연히 찾아드는 선물 같은 것
중국은 이미 글로벌 리더 국가다. 대국굴기(大國嵋起: 강대국으로 부상), 주동작위(主動作爲: 제 할 일을 주도적으로함)의 의지를 거침없이 표출하고 있다.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권력집단 연구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최고권력자 시진핑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나왔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에 대한 저널리즘적 접근은 여전히 파편적이고 편견이 많다. 새로 출간된 도올의 책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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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국정치를 이해하는 핵심은 인간 시진핑이다. 그런데 상식적인 ‘인상’으로만 그를 평가해선 안 된다. 깊은 천착이 필요하다. 도올은 시진핑을 통해 중국이라는 리바이어던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그는 중국과 시진핑에 대한 역사적 체험의 공감대, 총체적인 이해를 촉구했다.


도올은 중국 현대정치사를 시진핑이란 인간의 형성과 발전을 통해 조망했다. 중국 당·군·국가의 위상과 체계, 최고지도자의 선출과정도 명료하게 밝혔다. ‘일당독재’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서구적 관점과 도덕적 편견 없이 바라본 게 이책의 최대 강점일 것이다. 백미는 시진핑이 좋아한 근대 중국의 탁월한 인문학자 왕꾸어웨이(王國維)를 다룬 대목이다. 시진핑이란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삽화이며,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이 담겨 있다. 책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부록도 파격이다. ‘시중쉰과 시진핑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현대사 연표’는 1911년 신해혁명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는 중국의 현대사를 총정리했다. ‘연표’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작업으로 이 책의 소장가치를 높인다.

도올과의 인터뷰는 9월 7일 책을 출간한 통나무 출판사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도올은 인터뷰에서 송사(宋詞)의 시구 ‘맥연회수((驀然回首)’에 얽힌 시진핑 집권의 교훈을 상세히 언급했다. 직무에 무한히 헌신함으로써, 그 결과로부터 얻어진 것이 총서기 자리라는 것이다. 도올은 시진핑의 집권과정을 상기시키며 현재 야권에 퍼져 있는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낙관론을 경계했다. 남경필 등 새누리당의 젊은 주자가 보수세력의 대표로 뽑힌다면 그 경쟁력은 막강하며, 지금과 같은 문재인 대세론으론 필패할 것으로 보았다. 문재인이 큰 결단을 내려 대통령 꿈을 내려놓고 야권대통합을 성공시켜야 하며, 문재인 집권의 기회는 그 과정에서 홀연히 찾아드는 선물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미래가 곧 세계의 미래’라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존재인가요? 미국과 중국이란 두 초강대국을 거시적 안목으로, 또 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20세기 세계를 끌고 온 나라는 미국입니다. 무력적 우월성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월남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리더로서의 도덕성을 상실해가고 있어요. 금본위제도를 포기한 후 금융정책으로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진실성 있는 미국의 모습은 사라지고, 나쁘게 말해 금융사기국가 비슷한 처신도 나타납니다. 미국은 무엇을 하든 거품이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도덕도 거품이고, 학문도 거품이죠. 20세기 탄탄했던 미국의 배경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이 21세기에도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를 안 가질 수는 없는데, 그 미국이 신선한 세력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미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이민국가입니다. 과거에는 이민자를 통합할 수 있는 굉장한 철학이 있는 사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적 교육시스템이 무너지고 사회통합 능력을 근원적으로 상실했습니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류가 패권주의적 세계질서를 탈피하는 국면을 맞지 않을까요? 미국의 리더십을 중국이 대체한
다는 개념은 아니지만, 중국이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게 관건인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EU의 등장은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사인을 줬다고 봅니다. 패권주의를 지양하고 조화롭게 화합하며, 개방적인 삶을 살자는 인류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례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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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과학기술 통합대회에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류윈산 전인대 상무위원,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위정성 정협 주석,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시진핑의 중국은 과거에 비해 위풍당당합니다. 중국의 리더십, 그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청나라 강희제 때 중국을 방문한 서양 사람들은 중국의 국력에 상당히 탄복합니다. 국가에 인문주의적인 품격이 있었고, 군사력도 막강했습니다. 사회도 탄탄하게 안정돼 있었고요. 종교적인 타락도 없었습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전인류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아주 형편없는 나라로 치부되었죠. 당시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결코 깔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은 있었습니다. 1920년 베이징대 철학과 초빙교수로 1년간 중국에 머물렀던 버트런드 러셀은 중국이 인류에 중요한 화두를 던질 것으로 봤어요.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한다면 서양문명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러셀이 보기에도 중국이 가진 정신적 자산이 너무도 고귀한 것이었죠. 사실 공산주의라는 이념도 중국이 빌려온 것이지 고유의 문화나 철학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새롭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인류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것인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 관심의 소산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하는 패자로, 새로운 제국주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인류사회에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정치제도와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문명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국이 그런 성숙한 역할을 하도록 격려해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학은 메이지유신보다 훨씬 앞서간 사상
시진핑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하나의 철학으로 다루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렇다면 선생은 한국현대사를 하나의 철학으로 다루려 할 때, 어떤 인물을 떠올리게 됩니까?
“인도인은 마하트마 간디를 인도정신의 중추, 스승이자 아버지, 영원한 정치적 리더로 간주합니다. 모든 이에게 성자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간디는 오늘날 인도의 세계사적 품격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사실 인도는 한때 아편전쟁 당시의 중국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어요. 세계인이 인도를 신비로우며 존경할 만한 나라로 보게 된 것은 거의 전적으로 마하트마 간디 덕분입니다. 나는 간디에 필적하는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해월 최시형 선생을 꼽습니다.”

선생은 평생 해월을 존숭하고 흠모했습니다만 해월이 간디에 필적하는 사상과 업적을 남겼다는 점에 대해 한국인들은 이해가 부족합니다.
“해월 선생은 근대적 출발을 알리는 사상을 제시했고, 그리고 그 운동에 투신했습니다. 동학이라는 사상을 하나의 혁명으로 밀고 나가는 벅찬 여정을 걸었던 사람이 바로 해월선생이죠. 그의 이념과 삶 속에서의 실천을 돌아보건대 해월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위대한 성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 있음에도, 한국인의 마음에는 안타깝게도 그분에 대한 심상이 부족합니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할 때 우리는 동학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선진성이란 측면에서 메이지유신보다 동학이 뒤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사적 관점에서 동학은 메이지유신보다 훨씬 앞서간 사상이요,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월이 위대한 이유입니다.”

근대를 열었던 인물이 해월 선생이었다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로 꼽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한국 현대사의 큰 인물로 나는 몽양 여운형 선생을 꼽습니다. 김구 선생도 물론 훌륭하지만 몽양은 백범보다 통이 큰 인물입니다. 이념적으로 개방돼 있고 인격적으로도 아주 호방했죠. 여운형, 김구를 비롯하여 김규식, 조소앙, 조봉암 이런 분들은 사상적으로나 인격의 측면에서 볼륨이 아주 큰 인물들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게 큰 인물들이 너무 부족합니다.”

정치사적으로 보면 이승만과 박정희,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를 장악한 인물은 역시 그 두 사람으로 봐야 할 겁니다. 그 이후에 활약한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이승만, 박정희의 그늘 아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아류 아니면 안티테제의 형식으로 존재했죠. 역대 대통령 중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는 모두 박정희의 아류로 볼 수 있고 김영삼, 김대중은 박정희와 투쟁하면서 그 안티테제로 성장했습니
다. 노무현은 박정희의 아류라 할 수 있는 전두환의 안티테제로 봐야죠. 박정희의 마지막 그림자를 박근혜로 봤을 때, 2017년 대선은 그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인물들끼리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계기입니다. 야권의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남경필, 원희룡, 유승민 같은 여권의 인물도 박정희의 유산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윗세대와 완벽하게 단절된 상태에서 오직 자신만의 실력과 정책으로 국민에게 어필해야 하는 사람들이죠.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인물이 나올수 있는 시기이고, 내가 시진핑을 논하는 모멘텀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시진핑은 모택동, 등소평 패러다임이 종료된 이후에 나온 사람입니다. 후진타오까지는 등소평의 그늘 안에서 성장했지만 시진핑은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2017년 이후 지도자는 시진핑처럼 전혀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는 정치적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하는 패자로, 새로운 제국주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인류사회에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정치제도와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문명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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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를 풍미했던 중국의 위대한 인문학자 왕꾸어웨이. 그의 명저<인간사화>는 시진핑이 즐겨 읽으며 교훈을 얻었던 책이다. [사진제공·통나무]


시진핑 집권 과정을 설명하는 ‘맥연회수’ 교훈
시진핑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남송의 사인(詞人) 신기질(辛棄疾)의 ‘청옥안’이란 시에 나오는 맥연회수(驀然回首)라는 구절에 비유했습니다. 이 ‘맥연회수’라는 말이 책의키워드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는데요, 여기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시진핑이 자신의 인생역정을 회고하며 비유한 유명한 시구가 있습니다. 그의 생애를 요약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 명언입니다. 흔히 인생삼중경계(人生三重境界)라고 알려져 있죠. 이 시구는 본래 중국 20세기 초의 국학대사, 품격과 학문의 경지가 가장 뛰어났던 왕꾸어웨이(王國維)가 저술한<인간사화>라는 명저 속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시진핑은 평소 왕꾸어웨이의 <인간사화>를 좋아했습니다. 인생삼중경계의 시구 세절이야말로 시진핑을 해석하는 모든 심볼리즘이 녹아있다고 저는 봅니다. 왕꾸어웨이가 한 송사(宋詞: 송나라 때의 노래가사)에서 빌어온 시의한 구절이 ‘맥연회수’인데, ‘문득 무심하게 고개 돌려 쳐다보니’라는 뜻입니다. 이어지는 시구를 보면 ‘등불이 희물그레 꺼져가는 그 난간 곁에 바로 그 여인, 서 있지 아니한가’로 되어 있습니다. 시진핑의 집권 과정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대권을 향한 질주를 어느 시점부터는 의식했겠지만, 그가 최대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은 결코 조작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맥연회수’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의 우연적 계기들이 작용한 거죠. ‘훌쩍 머리를 돌려보니 가물가물하는 등불 옆에 그녀가 서 있었다’, 즉 시진핑이 어느덧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재인은 손학규부터 데려와 끌어안아야”
시진핑이 의식적으로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노린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네요.
“시진핑의 아버지 시종쉰은 아들을 중국 고전의 세계로 인도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연설할 때도 시진핑은 중국 고전을 자주 인용합니다. 중국 고전에 대한 시진핑의 지식이 그리 깊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에겐 그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향심(向心)이 있습니다. 당원들을 교육할 때도 시진핑은 왕꾸어웨이의 ‘인생삼중경계’를 자주 인용했습니다. 그가 삼중경계를 좋아한 이유를 나는 그의 인생 프로세스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 마지막 제3경계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가 우리나라의 소위 대권을 노린다는 정치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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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중국 상하이 와이탄에서 푸동 신개발구를 바라보는 도올 김용옥. 그러나 중국의 미래는 이런 개발구에 있지 않다는 것이 도올의 생각이다.

대권은 내가 갖고 싶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득 무심하게 고개 돌려 쳐다보니’ 대통령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서 대권은 인생을 진실하게 산결과로 얻어지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은 천운의 요소지, 자기가 조작해서 얻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거죠. 중국의 정치 리더는 선거라는 메커니즘에 매달리는 대신 치세경륜의 가치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내가 책에도 그렇게 썼지만 그것은 민의에 충실하고 대의를 구현하며, 공의를 창도하는 일입니다. 주석이 되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닙니다.”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더민주 문재인 전대표가 맥연회수의 도를 얻을 수 있을까요?
“문재인의 맥연회수는 무엇일까요? 지금처럼 당내에 자기세력을 구축해서 죽 나간다면 그것은 필패의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문재인이 지금 제일 유리하다는 것은 지난 대선 때 후보였다는 것 하나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판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추미애를 뽑아놓고 자기가 안전빵으로 본선으로 가려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사람을 다 당에 들여 후보 경선에서 공정하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그가 솔선해야 합니다. 무아(無我), 즉 자기를 죽이고 순수한 대결의 장을 만드는 것에만 기여하다가 어느덧 보니 대통령이 되어 있더라…. 이게 문재인의 맥연회수겠죠. 자기가 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기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리를 만들다 보니 오히려 됐더라…. 이런 큰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는 자멸할 겁니다. 시진핑을 최고 권좌에 올려놓은 맥연회수는 지금 야당에도 더 없이 유효한 교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 전 대표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요?
“문재인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손학규를 데려오는 겁니다. 손학규는 65학번 세대 중 조영래, 김근태 등과 함께 가장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입니다. 잠시 신한국당에 갔던 것은 이제 흠이라고도 할 수 없지요. 그는 가장 오랫동안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문재인은 손학규를 데려오면서 천정배나 박지원까지 같이 포섭해서 호남을 온전하게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렇게 큰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 안에서 안철수도 경선해야죠. 초당적인 대통합의 논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더민주는 내년 대선에서 희망이 없습니다. 문재인이 바로 그 일을 해야합니다.”
 

중국의 정치 리더는 선거라는 메커니즘에 매달리는 대신 치세경륜의 가치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책에도 그렇게 썼지만
그것은 민의에 충실하고 대의를 구현하며, 공의를 창도하는 일입니다.”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자신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있지않습니까?
“2017년 대선을 ‘따 놓은 당상’으로 보지만, 맥연회수의 정신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필패할 겁니다. 여당이 과감하게 보수개혁 성향의 남경필 같은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정말 파워풀합니다. 새누리당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더민주는 굉장히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될 거예요. 왜 그런가 하면 우리 기성세대 대부분 성원은 여당 편이기 때문이죠. 그들은 지금과 같은 부패한 권력체계를 래디컬하게 변화시키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구도를 근원적으로 뒤엎는 도덕성이 없으면 야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이길 확률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선거는 사람을 이상하게 최면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모든 국민이 판소리 춘향전 다 알지만 공연을 할 때마다 듣고 또 듣습니다. 선거판도 그래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기는 방법, 지는 방법을 뻔히 압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선거 때만 되면 지는 길로 갑니다. 그렇다고 내가 문재인을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인 시기에 가서 뭔가 큰 수를 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봐요. 집요하게 권력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큰 결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문재인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이기기 위해선 이런 길을 가야 한다고 종용하고 강권하겠죠.”

“김종인 당대표 추대했으면 집권 용이했을 것”
올해 정계의 핫이슈 중 하나는 문재인-김종인의 협력과 갈등이었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를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합니까?
“훌륭한 사람이죠. 김병로 선생 집안의 가풍에서 훈도된 인격적 측면도 있지만, 독일에 유학해서 공부도 제대로 한 사람입니다. 교수 생활도 했고, 정치경험도 풍부합니다. 지난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압승은 김종인 전 대표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최근 더민주의 당 운영방식을 지켜보건대, 제가 추미애를 당 대표로 뽑은 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이란 게 당의 논리가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정상적인 경우라면, 제대로 된 당이라면, 김종인 전 대표가 총선에서 한 역할에 대하여 전폭적인 신뢰(full-credit)를 실어줘야 했습니다.그래서 대선 때까지 듬직하게 당을 이끌어달라고 했어야죠. 그분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함부로 남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계파에 몸담아 분별력을 잃을 사람도 아니죠. 당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므로 당내에 특별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같은 사람이야말로 한국 정치에서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이른바 ‘셀프 공천’ 이야기 나왔을 때도 문재인이 정말 큰 인물이라면 ‘웃기지 마라. 이분이 우리 당을 위해 지금까지 헌신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1번이라도 드려야지 무슨 소리냐?’ 이렇게 당을 무마하고 나서야 했습니다. 문재인이 그렇게 처신했다면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얼마나 멋지게 비쳤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스케일이 이렇게 작아서 되겠느냐, 탄식이 나옵니다. 여운형, 김구, 김규식 같은 그 옛날 거물 정치인에게는 발언 하나하나에도 범접하기 힘든 풍모가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 정치권에서 김종인 대표처럼 그런 풍모와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정치인이 별로 없습니다. 그를 당대표로 추대하고 대선까지 치를 수 있었다면, 저는 야당의 집권이 훨씬 더 용이해졌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당을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얄팍한 생각들을 한 것이죠. 대통령 만들기에 급급해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절대 대통령을 만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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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6일 구이저우성 쭌이시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 둘째)이 천민얼 당시 구이저우성장(오른쪽 셋째)과 함께 주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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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 연안지역 리앙지아허에서 하방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던 시절의 시진핑(왼쪽 두 번째). 의대가 느슨해지도록 비쩍 마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통나무]

맥연회수의 과정을 거쳐 권력의 정점에 올랐지만 시진핑이 직면한 중국의 문제도 그 해결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시진핑이 현재 당면한 최대 과제는 부패척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2년 11월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2년 남짓한 기간에 자그마치 25만 명이 넘는 공산당원이 체포되고 처벌받았습니다저우용캉 전 상무위원뿨시라이 전 중경시 당서기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링지후아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이 거의 같은 시기에 권좌에서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부패의 상징으로 처벌받았죠시진핑의 역량이 돋보이는 점은 자신을 권좌로 밀어준 장쩌민과 절연했다는 점입니다그러나 시진핑의 반부패 척결이 중국사회의 근원적인 이념이나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부패를 발생시킨 모든 체제를 그대로 두고 겁만 준다고 되느냐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겁니다.

우선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언론과 교육의 문제에 착수해야 합니다언론은 공산당의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다양한 견해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하고교육은 깊이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회자시켜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아주 미흡합니다우선 사범대학의 질을 높이고중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을 변화시켜서 중국전통 인문학의 21세기적 장을 창조해야 합니다그리고 경제특구를 만들었던 것처럼 고차원의 사상특구도 만들어야 합니다베이징대를 능가하는 특별한 과학원을 만들어서 최소한 그 안에선 유망한 인재들이 모든 국가적 문제에 대하여 완벽하게 자유로운 토론을 감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요즘 중국은 불교도 장려하고 있는데그 동기가 불건강해요기독교가 암암리에 성장하는 것 같으니까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불교를 장려하는 겁니다근원적인 해결방식이 아니죠중국 인민의 신명이 공산주의 때문에 말라가는데공산당의 철학은 중국 인민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이러한 문제는 시진핑 당대에 다 실현될 수는 없어요시진핑이 그 구조적인 변화를 세팅해놓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내년에 후계자가 가시화되고 지속적으로 국가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착시키는 작업을 계속한다면 중국은 희망이 있어요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지도부는 과거의 부패세력에게 오히려 반격을 당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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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은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남북 간의 대결구도를 종식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중국 리더십의 자유주의화는 인류에 유익한가
중국의 극심한 환경오염은 중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가리키는 걸까요?
“중국이 개발의 논리로 가면 안 된다는 것, 중국의 미래가 곧 세계의 미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중국도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환경문제보다 개발의 논리를 앞세우는 경향이 분명 있어요. 그런데 중국은 풍력, 태양광, 신차개발 등 측면에 서 우리보다 기술이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들은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 지도부는 ‘환경오염 문제 해결 없이 중국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서양은 환경문제가 있어도 도덕적 해결은 되지 않아요. 상업적 해결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국은 도덕적 해결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중국 리더십의 형태를 자유주의화시키는 것이 인류에게 과연 바람직한가, 이런 문제의식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만일 개혁개방 정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대단한 성취가 될 겁니다. 환경문제에 임하는 중국 관료들의 마인드는 굉장히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전문가들이 중국 명문대에 와서 강의하고 있죠. 그래서 역설적인 얘기지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이 세계에 아주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좋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중국에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게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이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북핵과 사드, 개성공단 철수, 대화루트의 완벽한 단절 등 한반도 정세가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북한을 미국 사람들은 ‘악의 축’으로 보는데, 우리가 이런견해를 100% 받아들이고 출발하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은 언젠가 통일해서 같이 살아야 상대라는 굳건한 의식이 있어야 해요. 분단도 우리가 바란 것이 아니잖아요? 외세에 의해 분열당한 겁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타자화한다면 해법이 없어요. 북한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에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지식인이라면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북한을 악마로 규정하고 우리는 천사로 보는 시각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북한은 타자화시킬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치 우리가 단군때부터 갈라져 있었던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단은 불과 몇십 년간이고 우리 민족은 통일신라 이후 분열된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러 방면의 긍정적인 업적이 있지만, 한반도의 대결구도를 근원적으로 디퓨스(defuse: 뇌관의 제거)할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동아시아 정세의 대전환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화해해야 이뤄집니다. 궁극적으로 북미수교가 이뤄지도록 우리가 도와야죠. 여야 할 것 없이 대결구도를 근원적으로 종식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난 사람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사진 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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