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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피아’로 몰린 38세 디자이너, 240일째 감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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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멕시코로 여행을 떠난 30대 한국인 여성이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억울하게 240일째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멕시코 교민들은 이 여성에 대한 구명운동에 나섰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한 우리 대사관의 부실한 초기 대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현정씨 악몽의 멕시코 여행
여동생 약혼자 만나러 여행
귀국 직전 노래방 카운터 봐주다
매춘 강요, 임금 갈취 혐의로 체포

애견 의류 디자이너로 서울 송파구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 온 양현정(38·사진)씨가 멕시코 검찰에 연행된 건 지난 1월 15일 귀국을 일주일가량 앞둔 때였다. 양씨는 앞서 지난해 11월 말 여동생과 함께 멕시코에 도착했다. 여행도 하고 여동생의 약혼자로 멕시코시티에서 사업하는 이모(48)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건 당시 양씨는 이씨의 부탁으로 W노래방(이씨 소유)의 카운터 일을 돕고 있었다.

그런데 자정 무렵 검은 복면을 쓰고 기관총과 권총 등으로 중무장한 건장한 남성 수십 명이 노래방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검찰 수사관들로 양씨와 한국인 여종업원 5명, 웨이터 등 멕시코인 3명, 한국인 손님 2명 등 11명을 검찰청으로 연행했다. 검찰은 W노래방의 여종업원들이 인신매매로 끌려와 감시 속에서 매춘행위를 강요받고 임금도 갈취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양씨는 한인 마피아의 조직원이자 종업원들을 감금, 착취한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다.

이후 진행된 멕시코 검찰의 조사가 대단히 강압적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틀간 조사를 받고 풀려난 한국인 종업원 진모씨는 “잠도 재우지 않았고 물과 식사, 화장실 사용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감금당한 적도, 매춘을 한 적도, 임금을 갈취당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도 정반대로 작성된 조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양씨 역시 통역도 없는 상태에서 혐의를 인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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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이모 영사가 멕시코 검찰에 보낸 항의 공문. 검찰이 영사를 속여 종업원들에게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설득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에서 나온 이모 영사(총경)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인 종업원들은 석방 뒤 우리 정부에 자필 탄원서를 보냈다. 이 탄원서에는 “허위진술서에 서명을 거부하며 30시간 이상 버텼다. 그런데 멕시코 검찰과 얘기를 나누고 온 영사가 ‘나중에 2차 진술서를 만들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준다고 검찰이 약속했으니 나를 믿고 우선 서명부터 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진술서는 그대로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됐고 양씨는 반인권 중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멕시코시티의 산타마르타 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문제가 커지자 이 영사는 지난 4월 멕시코 검찰에 항의공문을 보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공문에는 “5인의 한국 여성이(진술서에) 서명한 것은 멕시코 검사가 한국 경찰영사를 속였기 때문으로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앞서 이 영사는 지난 2월 중순 현지 한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양씨는 잘못이 없고 대사관은 우리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양씨 사건이 교민사회에 알려지고 대사관의 부실한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 영사는 “(양씨는) 강제로 일을 시키고 돈을 안 준 중범죄”라며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양씨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민 사업가 홍금표(판트란스 대표)씨는 “대사관이 사건 초기에 사실 관계만 제대로 확인하고 도움을 줬더라면 양씨가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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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사는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가 무슨 자격으로 서명을 강요할 수 있느냐. 멕시코 검찰의 의견을 중간에서 종업원들에게 전달한 것밖에 없다. 종업원들이 서로 논의해 결정한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양씨가 하루라도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멕시코 법원에 낸 이의제기에 희망
현재 양씨는 미결수 신분으로 본 재판을 앞두고 멕시코 법원에 구속 수감이 부당하고 수사과정과 절차가 불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임팔라’(이의제기 절차)를 제기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단 법원의 심리 과정에선 멕시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이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사건을 검찰에 제보했다는 여성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멕시코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로 판명됐다. 또 검찰이 제출한 노래방과 주변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는 종업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양씨는 최근 감옥 내 전화를 이용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석이 가까워지는데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진실이 밝혀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 내 감옥에서는 상황에 따라 재소자들도 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한편 양씨의 사건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9월 말로 예정된 미주 국감에서 현지 공관을 상대로 양씨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외교부와 경찰에서도 사건의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10월호(13일 발매)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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