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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금수저 소리 안 듣게 잘해야죠”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요.”

허재, 두 아들과 아시아챌린지 출전
SNS에 “아버지 덕에 특혜” 비난글
허웅 “아버지 이름 먹칠 않게 노력”
허훈 “난 한번도 부담 느낀 적 없어”

‘농구 대통령’ 허재(51)의 장남 허웅(23·동부)의 말이다.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차남 허훈(21·연세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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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장남 허웅(가운데)·차남 허훈. 김영만 동부 감독은 “200년이 지나도 허재 같은 선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은 아버지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18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 아시아 챌린지에 출전 중인 한국농구대표팀에는 ‘허씨 삼부자’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재 감독이 두 아들을 발탁했다. 출국 전 만난 허 감독은 “추석 기간에도 경기가 있다. 삼부자가 명절을 함께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두 아들은 ‘금수저 논란’과 싸우고 있다. 장남 허웅은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서 부진했다. 일부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버지가 감독이라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스포츠계 금수저’ 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슈팅 가드 허웅은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23점을 넣으며 논란을 잠재웠다. 포인트 가드 허훈은 배짱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형제는 지난 10일 태국과의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각각 11점씩 넣으며 한국의 84-43 대승을 이끌었다. 대표팀은 2연승을 달리며 결선리그에 진출했다.

어머니 이미수(50)씨는 “지인들이 내게 ‘남편과 아들 둘이 모두 국가대표에 뽑히다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악성댓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두 아들이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수퍼스타 아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힌다. 중앙대 시절 한 경기에 75점을 넣었고, 국가대표 소속으로 1990년 세계선수권 이집트전에서 62점을 기록했다.

허훈과 허웅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로농구 3년차 허웅은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연세대 3학년 허훈은 지난 3월 MBC배 전국대학농구 우승을 이끌었다.

허 감독은 “왼손잡이인 나와 달리 두 아들은 모두 오른손잡이다. 웅이는 나와 슛 자세가 비슷하다. 훈이는 배짱 두둑한 플레이가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둘 다 아직 한참 멀었다.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처럼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죽기살기로 치고 들어가는 근성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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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2013년 KCC 감독 시절 신인 드래프트 4순위로 아들 허웅을 뽑을 수 있었지만 다른 선수를 선택했다. 허웅은 결국 5순위로 동부에 입단했다. 이번 대표팀 선발을 앞두곤 양동근(35·모비스) 등이 줄부상으로 빠지자 허 감독은 허웅과 허훈을 뽑았다. 허 감독은 “가문의 영광이다. 하지만 코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감독과 선수’ 관계다. 냉정하게 아들이 아닌 농구선수로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머니 이씨는 “웅이는 진중하다. 반면 훈이는 하루종일 떠드는 행복한 아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허재의 아들로 농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자 두 아들은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장남 허웅은 “아버지의 반만 따라가도 성공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아버지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영만 동부 감독이 한 밤에 숙소에서 공 소리가 나서 가보니 웅이가 방안에서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반면 허훈은 “난 한 번도 부담을 느낀 적이 없다. 가끔 악성 댓글을 보면 ‘멋진 아버지를 둔 게 부러워 그런가보다’라며 쿨하게 넘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회사에서 사원이 부장 역할을 할 수 없듯 웅이나 훈이가 당장 양동근처럼 잘할 수 없다. 이제 경험을 쌓는 단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축구전설’ 요한 크루이프의 아들 요르디(42)는 선수 시절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크루이프의 아들’ 로 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27)는 3점슈터인 아버지 델 커리(52)를 넘어섰다. 허훈은 “나는 아직 대학 최고의 선수도 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커리처럼 아버지를 넘어 이 시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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