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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족 단골의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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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가족 중 환자가 생기면? 주변 사람한테 어디로 갈지 수소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병원 평가’ 코너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37개 질병의 병원별 평가만 있고 어느 의사가 용한지는 알 수 없다. 집 근처에 내 몸, 내 병을 잘 아는 의사가 있다면 이런 고민을 덜 수 있다. 의사들은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 모습만 봐도 무슨 병인지 안다”고 말한다. 환자의 축적된 질병 내역, 건강 정보가 있으면 진단이 수월하다. 가족이 같이 다니면 ‘가족력(歷)’까지 헤아린다.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이다.

이런 일은 큰 병원 의사가 하기 힘들다. 전국에 실핏줄처럼 깔린 2만9851개의 동네의원이 제격이다. 몇 달 걸려 예약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가깝다. 그러나 환자도 동네의원도 문지기에 낯설다. 1차 의료망이 붕괴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관리가 안 돼 협심증·신장질환 등의 합병증까지 얻어 입원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당뇨병 환자 입원율이 멕시코에 이어 둘째로 높다. 게다가 무슨 병이라도 생기면 다들 큰 병원부터 찾는다. 거기로 가기 위해 동네의원에서 ‘진료 의뢰서’만 끊기도 한다. 전체 진료비에서 동네의원 몫이 2011년 21.6%에서 지난해 20.3%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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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는 동네의원 중심의 조직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이후 정부와 의협은 앙숙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고혈압·당뇨병을 잡기 위해서다. 이달 말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1870개 의원이 참여한다. 의사가 환자를 상담하고 관리계획을 세운다. 환자는 혈당·혈압을 자동 전송하고 주기적으로 전화나 e메일로 의사의 지시를 받는다. 의사한테 관리료·전화상담료가 생긴다. 돈이 더 드는 것 같지만 관리를 잘 받아 합병증으로 번지지 않으면 이득이다.

OECD는 수시로 한국의 1차 의료 강화를 주문한다.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1차 의료 부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단골 의사나 주치의로 발전하면 좋겠다. 프랑스는 16세에 ‘선택의사’를 골라야 한다. 그 의사한테 가면 30%만 내지만 다른 데 가면 70%를 낸다. 한국도 주치의 제도를 강제할 수야 없지만 부담 차등화로 유인할 수 있다. 동네의원이 재진료만으로 운영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큰 병원과 경쟁하게 만든 정부도 할 말 없다. 실핏줄의 강점을 살려 한국형 1차 의료를 만들어보자. 의사-환자-의료재정 3자가 윈윈 할 수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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