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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의료의 블루오션, 극동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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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채
경북대학교병원장

9월 1일부터 4일까지 대통령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극동경제포럼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2500여 명이 참가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한자리에 모여 극동지역의 개발과 유라시아 전체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와 수산업, 농업, 보건의료, 환경처리 분야에 대한 상호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사업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들이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에서 맺어진 양해각서(MOU) 8건 중 일양약품의 신약 개발 수출, 캄차카 주정부와의 주립병원 합작 건립은 매우 좋은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러시아의 중심 도시다. 우리나라와 가까워 상당히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가 60만 명으로 많지 않고 수도 모스크바와 멀리 떨어진 지리적 여건 때문에 크게 성장한 도시는 아니었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하고자 2015년 10월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법안을 통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혜택을 준비해 왔다. 이 가운데 특히 보건의료산업 분야에 러시아 정부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절단 방문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의료 수준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미치지 못하고, 최근 루블화 가치가 크게 폭락한 쇼크로 인해 환자 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중국·미국에 이어 국내 3위권을 차지하는 큰 의료관광 수요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의료관광 수요를 자국에서 흡수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수준 높은 한국의 의료 체계를 받아들여 한국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현지에서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거시적인 계획이다. 이곳에서 진행된 러시아 의료 관계자와의 워킹그룹회의와 극동경제포럼의 보건의료 세션을 통해, 토지 제공이나 의사면허 상호 인정 등 극동러시아 의료 분야 개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일부 극동러시아 의료인들 사이에선 한국의 대형 의료기관이 들어오면 러시아의 의료기관이 고사되거나 쇠퇴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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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러시아 의료관광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대신 의사 교류나 현지 병원 컨설팅, 병원 건립을 통한 보건의료산업 패키지 수출에 대한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다만 극동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면적이 매우 넓지만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가 적다. 이런 환경에 적합한 의료 진출 모델을 개발해야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준비해야 할까. 첫째는 경쟁적으로 대형병원이 진출하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센터형 전문병원으로 러시아 시장을 뚫어야 한다. 러시아 지역에 특히 많은 순환기 질환과 암에 대한 예방, 치료·관리 체계를 잘 확립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환자관리 건강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지에서 이미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도 한국 의료의 차별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현지 의사 교육이다. 가격경쟁력과 의료기술 면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와 태국·중국·인도라고 할 수 있다. 이들보다 앞서려면 개별 의사의 수준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시스템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선진 의료기술 전파를 통해 우리 기술로 세계적인 의료 표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의사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것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셋째는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첨단 원격의료와 같은 기술은 러시아에서 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다. 넓은 러시아 국토의 동서 체감거리를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격 협진 시스템의 수출을 통해 환자관리 건강정보시스템을 이용해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직접적이고 확실한 컨설팅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의료 질을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선진 의료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의료는 경제와는 조금 다른 영역이다. 아픈 몸을 누군가에게 맡길 때에는 상대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 세 가지 준비를 통해 러시아에서 해외 의료관광이 가능한 계층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계층은 러시아 현지에서 우리의 의료를 직접 누릴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극동러시아는 비단 통상·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회이자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조 병 채
경북대학교병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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