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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검사, 친구를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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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지
사회2부 기자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는 애였어요.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친구보다는 성공을 원하는 아이였죠.”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46)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한모(46)씨가 지난 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씨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면서 공부만 했다. 성적은 3년 내내 전교 순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덕에 학생회장까지 맡았다.

그의 ‘노오력’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20대 초반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검사가 된 뒤 검사 출신 정치인의 딸과 결혼해 출세가도에 올랐고,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전형적인 수재의 성공 스토리다.

비슷한 성공담이 있었다. 120억원대 ‘주식 대박’ 논란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49) 전 검사장 얘기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 재학 중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시험 천재’였다. 그는 검사의 길을 택했고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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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두 사람은 지금 몰락에 직면해 있다. 한 사람은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곧 검찰에 불려 갈 처지에 놓여 있다. ‘부패 검사’라는 낙인은 이미 찍혔다.

몰락의 단초는 ‘친구’였다. 김 부장검사에게는 비싼 술값을 내주고 자신의 이런저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고교 동기 김모(46·구속)씨가 있었다. 김 부장검사의 한 친척은 “공부밖에 모르던 형준이가 친구라는 자가 제공하는 달콤한 접대에 사리 분별력을 잃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전 검사장에겐 대학 동기인 김정주(48) NXC 대표가 김씨 같은 존재였다. 김 대표는 공짜로 주식을 줬고, 여러 차례에 걸쳐 진 전 검사장 가족 여행경비까지 대줬다.

김 부장검사와 진 전 검사장은 그들을 ‘진정한, 고마운 절친’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사업가가 ‘호의’를 베푼 건 김 부장검사와 진 전 검사장이 단순한 친구가 아닌 검사 친구였기 때문이다. 각각 ‘믿었던 동창의 배신’ ‘공직자 재산공개’로 성공가도에 제동이 걸렸을 때 이들은 이미 권력에 취해 도덕적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날개를 단 채 무서운 줄 모르고 날아오르다 태양열에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처럼 말이다. 두 사람이 달고 있던 검사라는 날개는 본디 개인의 욕심을 채우라고 주어진 게 아니었다.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두 검사는 지금 그 칼날 아래에 있다. 그들의 몰락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가중시켰다. 인터넷에는 ‘흙수저는 공부 잘해 봐야 범죄자 된다’는 자조가 떠돌고 있다. 이들의 ‘실패한 성공’은 진정한 삶의 성취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홍 상 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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