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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트럼프의 계속되는 돌발 행동과 막말, 잠 부족해 충동 억제 못하기 때문이죠

허핑턴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66)은 ‘수면 전도사’다. 지난 4월 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 『수면 혁명(The Sleep Revolution)』을 펴낸 뒤 미국 전역의 대학·기업을 다니며 숙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숙면이 행복과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수면 전도사’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창업자

책의 한국어판(민음사) 출간에 맞춰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그에게 질문지를 보낸 건 지난달 중순 그가 11년 동안 몸담았던 허핑턴포스트를 떠난 직후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건강 콘텐트 플랫폼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을 올가을 출범시켜 세계 전역의 개인과 회사들이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줄이고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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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은 수면 부족이 일상이 돼버린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숙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말한다. “잠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성공 비결, 즉 전문성과 창조성의 근원”이라면서다. [사진 민음사]

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주제에 이토록 큰 관심을 갖고 숙면 캠페인까지 벌이게 된 계기가 있나.
“2007년 4월 6일, 사무실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눈이 찢어지고 광대뼈가 부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닥에 피가 흥건했고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사고의 원인은 수면 부족과 피로로 인한 탈진이었다. 이후 병원을 다니며 뇌 MRI와 심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혹시 수면 부족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국 의학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다른 원인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많은 의문을 품게 됐고, 내 생활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50년 그리스 아테네의 언론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리아나 허핑턴은 16세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8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세계 미디어 업계의 손꼽히는 거물이다. 자신의 블로그 ‘아리아나 온라인닷컴’을 운영하다 2005년 온라인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를 창간했다. 직원 단 세 명으로 시작한 허핑턴포스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6년 만인 2011년 AOL에 3억1500만 달러에 매각됐다.

2012년엔 온라인 매체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허핑턴포스트는 참여정신과 속도·투명성 등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도구들과 전통 언론의 무기인 공정성·정확성·스토리텔링·심층취재 등을 결합시켜 하이브리드 미디어의 미래를 개척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런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수면을 ‘장애물’ 취급했던 워킹맘 아리아나 허핑턴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그는 “창업 초기 내게는 일이 잠보다 훨씬 중요했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느라 일요일도 없이 하루 18시간씩 일했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2007년 사고는 ‘무엇이 성공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성공에 대한 정의를 돈·지위·권력 등 현대적 잣대를 넘어서는 행복·지혜·경이·베풂 등에서 찾아보고 싶었다. 그런 성찰을 담은 책 『제3의 성공(Thrive)』을 2014년 출간한 뒤 세계 곳곳을 도는 북 투어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수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을 잘 못 자서 피곤하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잠을 적게 자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을 줄인다.
“너무도 오랜 세월, 우리는 수면 부족이 목표를 성취하고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집단 환상’에 빠져 살아왔다. ‘4당5락’ 등 잠을 줄이는 행태를 미화하는 문화에 깊이 젖어 있으면서 ‘죽으면 얼마든지 잘 텐데 뭐’라고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좋은 아이디어,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조급해하며 성질을 부릴 수도 있고, 운전기사 등 일부 직업의 경우에선 수면 부족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수면 시간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뇌에서 기억 강화 활동과 회복 활동, 신경학적 독소 제거 활동 등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적정량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눈을 뜨고 보내는 일분일초의 값어치를 올리는 길이다. 과학적 연구 조사들이 그 증거를 속속 내놓고 있다.”

그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따른 증상으로 판단력 부족과 기본적인 정보처리 능력 결핍, 잦은 짜증, 두드러진 기분 변화 등을 들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여러 돌발 행동에 대해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에 따른 증상”이라며 “수면을 둘러싼 담론에 트럼프가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탈진과 그로 인한 충동 억제력 부족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이라고 짚었다.
책 제목에 ‘혁명’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이유가 있나.
“전 세계적으로 수면을 바라보는 태도가 급변하는 시기여서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휴일도 없이 철야근무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칭송하는 경영 간부들이 있는가 하면, 최대의 업무 효율을 발휘하려면 8시간은 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제프 베저스(아마존)나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같은 CEO도 있다. 한편 마크 베르톨리니가 CEO를 맡고 있는 애트나에서는 직원들에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날수에 따라 20일마다 25∼300달러씩 상금을 준다. 수면과 관련해 티핑포인트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후는 최근 맥킨지의 수면 전문가가 쓴 ‘충분한 수면과 효과적인 리더십 사이의 연관성 입증’이란 글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렸다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맥킨지에 수면 전문가가 재직하고 있고 그가 ‘더 나은 리더가 되고 싶은 경영 간부는 잠을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었다고 하면 다들 농담으로 여겼을 것이다.”
잠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잠을 자는 데 써야 할 시간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허비해선 안 된다. 그리고 잠들기 30분 전부터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마라. 또 침실은 어둡고 시원하게 유지하고, 침대에서는 절대 일이나 공부를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잠잘 때 운동복을 입지 말고 꼭 잠옷을 입어라. 운동복을 입고 자는 그 이율배반적 메시지를 뇌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한번 상상해 보라.”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48분으로, OECD 평균인 8시간22분보다 1시간 이상 부족하다.
“2014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론칭했을 때 한국의 팀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 한국의 팀원 거의 모두에게 스트레스나 실패에서 비롯된 좌절감으로 자살을 선택한 친구가 한 명 이상씩 있다고 했다. ‘빨리빨리’ 문화의 사회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수면을 합당하게 존중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수면은 반드시 존중해야 할 인간의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욕구다.”
당신이 만약 젊었을 때부터 충분한 수면을 취했어도 지금과 같은 이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물론이다. 내가 현재 이뤄낸 모든 것을 더 즐겁게, 더 생기 있게, 건강과 인간관계 차원에서 더 적은 대가를 치르며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 충고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리아나, 일에 전념하는 것뿐만 아니라 플러그를 뽑는 여유를 갖고 재충전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해. 그렇게 해도 충분히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수면장애 땐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 1.5배 높아
● 수면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 결과들

▶잠을 많이 잘수록 B형간염 백신 예방접종을 막 받은 사람들의 항체가 크게 증가했으며, 수면 시간이 평균 6시간 이하일 경우 백신의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 (2012년 피츠버그대학)

▶수면장애가 있다고 보고했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더 높다. (2015년 스웨덴 웁살라대학)

▶하룻밤에 5시간 이하로 잠을 잔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보지 않은 비디오를 봤다고 기억할 가능성이 컸다. 수면 부족이 기억을 왜곡한 것이다. (2014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건강한 성인들이 3주 동안 하룻밤 평균 5.6시간의 수면을 취했을 때 안정 시 대사율(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의 대사량으로, 기초대사량의 1.2배 정도)이 낮아지고, 식후 당 수치가 올라가고, 비만과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졌다. (2012년 하버드대 의대)

▶암 진단을 받기 전 5시간 이하로 잔다고 말했던 여성들이 7∼8시간 잔다고 말했던 여성들보다 유방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더 높았다. (2015년 시애틀 프레드허치슨암연구소)

▶오후 9∼10시에 자는 학생들의 46%가 “현재의 자신을 좋아한다. 혹은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응답한 반면, 새벽 1∼2시에 자는 학생들 중에서는 30%만 같은 대답을 해 낮은 자존감을 나타냈다. (2015년 일본 교육부)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30분이었던 스탠퍼드대 농구팀 선수 11명에게 5∼7주 동안 하루 평균 8시간30분씩 자도록 했더니, 단거리 달리기는 0.7초 빨라졌고 자유투 성공률은 9% 향상됐다. (2011년 스탠퍼드 수면장애클리닉)

※( )안은 연구기관, 자료 : 『수면혁명』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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