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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신명 나게 하는 ‘막춤꾼’ 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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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안은미 무용가의 인터뷰를 통보하며 취재기자가 말했다.

“무당처럼 찍어 주세요.”

분명 그는 무용가다.

게다가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선정하는

‘2016 한·불 문화상’ 수상을 계기로 이뤄진 인터뷰였다.

‘막춤’으로 K아트의 확산에 기여한 월드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무당처럼 찍어 달라고 하니 영문이 궁금했다.

스튜디오에 나타난 그의 외모부터 여느 사람과 사뭇 달랐다.

빡빡머리에 조화로 만든 머리띠,

핑크색 상의에 현란한 문양의 바지 차림이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상한 사람으로 짐작하기 십상인 형색이었다.

그가 막춤의 의미를 들려줬다.

“K팝만이 춤일까? 우리 엄마가 추는 춤, 늘 우리 곁에 있었던 몸의 이야기,

그것이 춤이고, 또 그 춤은 해방공간이었다.

노래방에 가면 마지막에 댄스곡 틀면서 신나게 흔들지 않나.

그들의 몸짓도 우리 시대의 아카이브에 기록돼야 한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남다른 춤의 철학이었다.

일어섰다 앉았다, 가슴을 치고 춤을 추며 설명을 이었다.

“‘신난다’는 것, 사실 신을 만나는 것이다. 춤은 그것을 도와주는 매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그걸 가지고 있는 거야. 살아 있는 몸의 박물관이지.

몸뻬 입은 할머니들과 단지 신나게 노는 건데 유럽 사람들이 환장하는 거다.”

무당처럼 찍어 달라고 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신나게 만드는 사람’이란 의미의 무당이었다.

그가 또 익살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난 병이 있어. 어릴 적부터 여러 사람이 행복해지면 내가 행복해지는 병이 있는 거야.”

남을 행복하게 해야 할 천명을 타고난 무당이라는 의미였다.

그날의 인터뷰 후 곧 해외로 나간다고 했다.

7월엔 파리, 11월엔 독일에 이어 2018년까지 유럽 스케줄이 이어져 있다고 했다.

월드 아티스트다운 스케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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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다.

그가 난데없이 공연 소식을 전해 왔다.

공연 포스터엔 ‘안심땐쓰’라는 쓰여 있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安心땐쓰’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해외에 있는 줄 알았는데 돌아오자마자 또 일을 벌인 게다.

궁금해 전화로 그에게 내막을 물었다.

“(시각장애인이라) 움직일 수 있는 경험이 없던 그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어. 이건 매뉴얼 밖의 춤이야.

세상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유로운 춤을 찾아내 주고 싶었어.”

“잘 못 움직이지 않습니까?”

“물론 처음엔 근력도 약하고 균형감각도 떨어졌지. 한 달이 지나니 신기할 정도로 변했어.

지금까지 7주째 연습인데 공연장에서 보면 누가 시각장애인인 줄 모를걸.”

자신감에 찬 말투였다.

그러면서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난 구멍만 열어 주는 거야. 그러면 그들이 스스로 신명을 찾는 거야.”

과연 남을 행복하게 해야 할 천명을 타고난 무당, 안은미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안심땐쓰’는 10일, 11일 5시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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