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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오이 씨에서 영감 얻은 B-2 스텔스 폭격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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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지음
하윤숙 옮김, 에이도스
384쪽, 2만원

좋은 책은 읽기 전과 후가 달라지게 한다. ‘씨앗으로 본 인류 역사’라고 책제목을 뽑을 수 있는 『씨앗의 승리』도 그런 ‘신비체험’을 선사한다. 커피 마실 때, 수박 먹을 때 이 책이 생각나리라.

인간과 씨앗 식물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진화(共進化)했는지 밝히는 책이다. 육상식물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종자식물(種子植物)에 대해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생식 기관인 꽃이 있고 열매를 맺으며, 씨로 번식하는 고등 식물. 겉씨식물과 속씨식물로 나눈다. 세계에 약 25만 종이 분포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35만2000종이다.

우리가 속한 포유류(哺乳類) 즉 젖먹이 짐승은 약 5400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35만2000종이라는 숫자가 우리를 압도한다. 마사다 요새에서 발견된 2000년 전 대추야자 씨를 땅에 묻자 싹을 틔워 3m가 넘는 나무가 됐다. 대양을 건널 수 있는 씨앗도 있다.

25만, 2000년 같은 수적 우위만 놀라운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종자식물도 ‘성행위’를 통해 ‘자식’을 둔다. 종자식물은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못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고 뽐내고 싶은 인간은, 종자식물의 눈으로 보면 보면 그들 ‘원격 섹스’에 필요한 ‘씨앗 전달자’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생존을 위한 종자식물의 몸부림은 후추의 맛과 향기, 카페인 같은 ‘기호적(嗜好的)’ 이득을 인간에게 줬다. 하지만 곡물이라는 씨앗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수렵채집 경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커피는 계몽주의의 정신적 연료였다. 목화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 인간의 진보 현장에는 항상 씨앗이 있었다.

불행히도 씨앗은 전쟁·살인과 연관됐다. 씨앗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소련을 침공한 나치는 레닌그라드의 씨앗은행을 침탈하려고 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디자인은 오이 씨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주까리 씨앗에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독인 리신이 들어있다. 이 책은 씨앗을 둘러싼 국가·국제기구 간의 암투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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