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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스토아철학이 현대 한국인에게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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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 서울 특파원

내게 2016년은 지금까지는 꽤 힘든 해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가족 내 위기 때문에 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하던 유망한 사업에서 손을 떼고 모국 영국으로 돌아갔다. 불평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아주 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종교적이지 않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많지 않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새로운 위안을 찾았다. 스토아철학이다. 나는 스토아철학의 행동 수칙이 현대 한국 사회에도 적용성이 매우 크다고 믿게 됐다.

특히 한 가지를 여기서 논의하고자 한다. 너무나 간단해 자기계발서에 나온 것 같지만 실천이 매우 어려운 수칙이다. 스토아철학자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우리 내면으로 철수하거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건 나보다 똑똑하고 잘생기고 부자인 사람이 항상 있다. 나는 글쓰기와 기타를 사랑하는데 내가 나보코프나 헨드릭스가 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가 없다. 영원히 ‘베스트’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작가나 기타리스트가 될 수 있다. 나는 남들에 비해 내가 얼마나 더 잘하거나 못할지를 통제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나는 나뿐만 아니라 남들의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현대 사회는 ‘잘하는’을 ‘충분이 잘하는’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베스트가 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아니면 적어도 남들보다는 잘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림픽 메달 순위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나친 호들갑이 목격된다. 한국 어린이의 기본 의무는 같은 반 친구들보다 시험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나는 이기기보다는 그저 더 잘하기 위해 집중할 때 성과가 더 좋다. 이기려고 하면 결과는 자신에 대한 회의, 좌절, 억울함이다. 또 남들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을 때 더 잘한다. 최선을 다해 책을 쓰더라도 나는 서평가들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이 없다. 심지어 그들이 서평을 쓰게 만들 수도 없다. 사람들이 내 책을 사도록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런 우려는 하지 않고 그저 일을 계속하는 게 낫다.

내 과거를 회상해 보면 뭔가에 대해 큰 기대를 했는데 결과가 비참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떤 때에는 그 반대였다. 거의 4년 전 서울에서 기자로 일했을 때였다. 어느 날 기삿거리가 정말 없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북한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썼다(미안하지만 사실이다). 어리석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태어나 한 일 중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그 기사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 기사가 부른 파장은 계획이 아니라 임의성의 산물이었다.

우리의 능력과 노력은 틀림없이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순전히 운이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모든 분야에는 과대평가된 사람, 과소평가된 사람이 있다. 평가자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다. 그래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들의 의견은 우리 의견에 비해 더 타당한 것도 덜 타당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들의 칭찬과 비판을 대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할 수 있지만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즉 사회 속 우리의 이미지나 지위는 절대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지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면 우리는 영원히 남들과 경쟁해야 한다. 또 영원히 우리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애쓸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전투다. 지위의 추구는 기껏해야 일시적인 행복을 안겨준다. 지위와 행복,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고 하나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게으름이나 평범함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절대성을 상대성 위에 놓고 결과보다는 노력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렇게 하는 게 훨씬 행복하거나 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그래서 이 칼럼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면 나는 미래에도 스토아철학에 대해 쓸지 모른다. 부정적이라 해도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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