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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술 한잔할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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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보경씨, 술 좋아해요?”

일터인 키즈 카페에 자주 오시는 성빈이 어머니가 내게 물어봤다. 두 살, 다섯 살 두 아기를 둔 어머니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속으론 이래도 되나 싶었다. 또래 말고는 술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물어본 어머니가 민망할까 얼른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린 술친구가 되기로 약속했다.

일주일 뒤 성빈이 어머니는 정말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가면서도 내내 망설였지만 껌딱지 같은 아이 둘이 있는 어머니가 식당으로 나오는 건 무리였다. 지겹게 있었을 집에서 어머니는 이날도 벗어날 수 없었다. 성빈이 어머니는 매일 저녁을 준비하는 것처럼 나를 위해 안줏거리를 준비했다. 술을 먹을 때조차도 어머니는 엄마이자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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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머니는 술잔을 기울이며 내게 술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위 친구들에게 술 한잔하자고 말하면 매번 “남편 밥 차려 줘야 해서 안 돼”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했다. 여자는 가정에 발이 묶여 술 한잔도 편히 할 수 없었다. 홀로 술잔을 비우는 어머니 뒤로 저녁마다 거리를 꽉 채우는 아빠들의 건배 소리가 들려 왔다. 혼자서 먹는 술이 익숙해 보이는 어머니가 외로워 보였다. 5년 동안 육아에 찌든 어머니는 지칠 법했다. 아이들에게 치이는 패턴이 이젠 어머니의 일상이 됐다. 어머니를 위한 삶인지 아이들을 위한 삶인지 더 이상 분간되지 않는다. 엄마에게 강요되는 희생이다.

술잔을 몇 번 주고받는 동안 얼굴이 상기된 어머니는 자조하듯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남편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 남편은 집이 기숙사예요.”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겨우 잠만 자고 나가는 일을 반복한다고 했다. 일에 치인 남편은 육아에 무관심했다. 더구나 집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보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혼자 돈을 버는 부담감이 가부장적 인식과 함께 어머니를 옭아맸다.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기며 엄마로서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젊은 엄마이자 요즘 여성으로서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술이 돈을 버는 가장이자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술병이 한 병 두 병 쌓일 때쯤 어머니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하루만 아이들 걱정 없이 나도 술 먹고 늦게까지 놀고 싶죠.” 소박한 소원이었다. 아직도 맘 편히 술 한잔 먹기도 힘든 여자들이 있다.


김 보 경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3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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