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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이트] '늙어가는 한국' 적게 일하기가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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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주 30시간 근무팀 모집을 발표한 후 우리 사회에도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화두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는 1990년대 초반 유럽에서 심각하게 논의됐고 일부에선 실행됐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도입한 기업이 있는 근무방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반응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과거 격한 논쟁과 반대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긍정적인 반응이 상당히 많다는 차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근무시간 줄이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리 및 기술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자리 나누기로 시작된 주 4일 근무제

세계에서 처음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독일의 폴크스바겐(VW)이다. 1993년 유럽 전역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근무시간 줄이기 논란이 한창일 때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이 회사는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주 28시간 4일 근무제로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은 13% 줄이는 방법으로 인력은 줄이지 않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근무시간 조정을 통한 잡셰어링의 모델을 만든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로써 경영위기를 넘긴 후에는 주 33시간으로 다시 회복됐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논의는 80년대 말 냉전체제 종식 이후 유럽에 불어닥쳤던 심각한 실업난에서 비롯했다. 93년 EC(유럽공동체)는 평균 실업률이 11.3%에 이르고 실업자가 2000만 명에 육박했다. 이 무렵 유럽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주 4일 근무제가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금씩 적게 일해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나누자'는 게 슬로건이었다. 당시로선 급진적 구상으로 유럽판 뉴딜 정책이라고도 불렸다.

프랑스는 좌파와 노동계의 격한 반대 속에서 상원이 주 4일 법안을 통과시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독일은 야당과 노조 측이 실업자 수를 줄이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당시 노동계는 동독 노동자들의 주 40시간 근무를 주 37시간이었던 서독 노동자들 만큼 줄이면 50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동독 출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줄이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사민당 의원이 앞장선 '주 32시간 주 4일 근무제'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그만큼 주 4일제에 대한 저항은 기업·노조 양쪽 모두 만만찮았다.

'더 적게 일하기'라는 새로운 가치의 발견

90년대 초반 노동시간 줄이기 쟁점은 강력한 저항과 논란에 직면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적게 일해도 된다'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선 신축적인 근무시간에 대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EC본부가 있던 벨기에는 94년 '공공부문 인력재배치' 정책을 통해 공무원들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근로자들이 근무시간 단축에 저항하는 이유는 임금이 줄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종점 80% 수준으로 맞추면서도 일정액의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는 등으로 반발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더 적게 일하기'는 근로자들이 '더 적은 임금'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로 성패가 결정된다.

근무시간의 단축 시도가 계속되면서 시간이 줄면 생산성이 하락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경험을 하게 됐다. 오히려 여가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짧은 근무시간'의 장점이 발견됐다. 이에 근무시간 단축은 잡 셰어링뿐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안으로도 모색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일본 등에서도 근무시간 줄이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이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가 "아마존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에 달한다"며 비판 기사를 냈을 만큼 오래 일하게 하는 기업은 나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사회적으로 '적은 근무시간이 좋은 것'이라는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아예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에서 근로자의 퇴근과 출근 시간 사이에 일정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인터벌 규제'를 도입하면 해당 기업에 50만 엔 한도로 비용의 75%를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직장의식개선 조성금'을 마련해 야근을 없애고 유급휴가를 장려하는 등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노동 시간을 줄일 때 발생하는 비용 및 임금 문제를 어떻게 분담하느냐에 대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너무 오래 일하는 한국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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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주 4일 근무제는 잡 셰어링의 방안으로만 논의되는 수준이다. 근로자의 더 좋은 삶을 위한 논의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많은 저항이 따르는 방안이다. 그러나 최근 한화종합화학에선 생산 현장에 이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오랜 적자와 갈등 끝에 올 들어 주 4일 근무제와 임금 최대 20%를 삭감하는 '잡 셰어링'에 합의했다. 화학원료의 세계적 공급 과잉과 수출 감소로 누적 적자만 2400억원이 쌓이고, 3개 공장 중 1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노사갈등이 지속되며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 강경 충돌로 치닫다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결국 인력 구조조정 없이 '잡 셰어링'으로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최근 인력구조조정의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 등 많은 제조업 현장에선 이 같은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잡 셰어링에 여전히 저항적이다. 주거비와 생활 비용 부담이 점차 커지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그러나 너무 오래 일하는 한국 제조 현장의 관성 탓도 크다. 근로자들이 여가 시간 활용에 서툴고, 노동을 하는 것 외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서 '더 많은 여가 시간' 자체에 저항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연 2113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2위이고, OECD회원국 34개국 기준 평균노동시간(1766 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그러나 나라별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기준 실질임금은 3만3110달러로 22위였다. OECD 통계를 기반으로 생산성본부가 산출한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25위였다.

우리 근로현장엔 '근로시간은 긴데 생산성은 낮은' 역설이 상존한다. 이는 '생산성이 높으면 임금을 높이고, 생산성이 낮으면 임금이 낮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낮고 노동 시간이 긴 이유를 낮은 생산성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임금이 낮기 때문에 시간을 늘려 수당을 보태려고 하다 보니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노동시간 줄이기 논의에 앞서 노동시간·생산성·임금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구조의 개선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삶의 질' 높이는 노동의 개혁 방안 고민해야

노동시간을 늘려 임금을 벌충하는 우리 근로 현장의 방식은 오래지 않아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다. 먼저 인공지능(AI)기술과 산업 및 생활 로봇 기술 등 인간의 절대적 노동시간을 줄여 줄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기계는 인간 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해 왔지만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선 노동뿐 아니라 생산현장의 사소한 판단까지 기계가 맡게 될 것이다. 또 여성 인력의 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저출산에 따른 출산 및 육아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노동시간 줄이기는 필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동 시간 줄이기는 '잡셰어링'이라는 노동공학뿐 아니라 이처럼 현실적 필요에 따른 현안으로 조만간 떠오를 것이다. 노동시간 줄이기는 단순히 일인당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산력을 높이고, 임금을 줄이는 등의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늘어난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사회문화적인 다방면에서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적게 일하는 사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본격적으로 관심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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