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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함께 가꾸며 발달장애인 마음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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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옥상 텃밭을 돌보고 있는 노순호 대표. [사진 장진영 기자]

“우리 애는 텃밭에 나가기 전날 밤이면 일기예보를 뚫어져라 봐요. 비가 와서 못 갈까 걱정이 되나봐요.”

한 발달장애 청소년의 부모에게 들은 이 말이 ‘동구밭’ 노순호(25) 대표의 생각을 크게 바꿔놓았다. 2014년, 당시 노 대표는 대학(홍익대)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10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텃밭 농사를 짓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직업을 갖기 힘든 아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쳐보자’라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정작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농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밭에 와서도 빈둥빈둥 놀거나 하기 싫다며 호미를 내던지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이상한 건 농사엔 관심 없어 하면서 매주 꼬박꼬박 모임에 나온다는 거였죠.” ‘아이가 텃밭에 가는 주말만 기다린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고야 깨달았다. 아, 이 아이들은 농사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는 게 좋은 거구나.

그래서 2015년 소셜 벤처 ‘동구밭’을 창업하며 방향을 수정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쉽게 말하면 ‘발달장애인 1명에게 비장애인 친구 1명을 사귀게 해주자’였다. “발달장애에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가 있는데, 통계를 보면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사귀는 친구의 수가 평균 1.4명이래요.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법을 모르니 바리스타나 제빵사 교육을 받아 취업을 해도 몇 개월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들에겐 빨리 직업을 찾아주는 것보다 언어적·비언어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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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노 대표와 지인들이 서울 강동구 텃밭에서 발달장애 청소년 5명과 시작했다.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서울 17팀과 경기도 4팀, 총 21팀에 장애인 100여 명, 비장애인 100여 명이 ‘동구밭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텃밭은 구청 등에서 지원을 받고 비장애인들은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발달장애인들은 복지단체 등의 지원을 받거나 자비로 시간당 5000원의 참가비를 낸다. 노 대표는 “주로 10~20대 초반의 학생들이라 부모님들께 매달 활동 리포트를 보낸다”며 “사회성 향상이 명확히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처음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친구들이 조금씩 감정을 드러내고 소통하려 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대학 생활 중 우연히 시작하게 된 사업이지만, 노 대표는 “‘지속 가능한 동구밭’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부터는 텃밭에서 재배한 케일과 바질, 상추 등으로 ‘가꿈비누’를 만들어 동구밭 홈페이지와 온라인숍, A랜드나 1300K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1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제대로 만든 비누예요. 지금은 OEM(위탁생산)이지만, 앞으로 자체 생산기술을 갖추면 발달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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