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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기구한 인생? 모든 삶 스스로 선택한 것”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만났으면 엄마와 딸이 되는가. 무슨 인연으로 만났으면 엄마와 첫아기가 되는가. 딸의 울음소리는 저승까지 들린다는데, 엄마의 울음소리는 어디까지 들릴까…”

딸을 잃는 엄마의 절절한 그리움이 ‘사녀곡(思女曲)’으로 출간됐다. 강인숙(83) 영인문학관 관장의 『민아 이야기』(노아의방주)다. 강 관장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이민아(1959∼2012) 목사를 4년 전 위암으로 잃었다. 갑상선암과 실명의 위기를 이겨냈던 딸에게 더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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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내게 민아는 내 피 중의 피요, 살 중의 살인 내 피붙이”라고 했다. 딸을 그리워하는 모성이 ‘사녀곡(思女曲)’ 속에 깊이 흐른다. [사진 우상조 기자]

7일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만난 강 관장은 “민아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깊이 알리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딸 이 목사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다가 간 희귀종 인간”이다. “어떤 손해가 따라와도 눈도 깜빡이지 않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졸업한 다음 달에 ‘들어가 살 방 한 칸도 없는’ 첫사랑 남자와 결혼했다. 미국 유학 1년 만에 아기를 가져 낳았고, 싱글맘에 된 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법대를 제 기간에 졸업했다. 미국변호사 시험에 최상위 성적으로 합격해 대형 로펌에 취직했지만, 오후 4시30분이면 업무가 끝나는 검사로 직업을 바꿨다. 아이 기르는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 수입이 절반으로 깎이는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재혼 후 갑상선암으로 고생하면서도 두 살 터울로 세 아이를 낳은 것 역시 딸의 선택이었다.

강 관장은 “누군가 민아에게 ‘팔자가 기구’라는 표현을 써서 웃은 적이 있다. 그건 민아를 너무 모르는 말이다. 팔자는 불가항력적인 것을 의미하는데, 민아의 고생은 한번도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민아 스스로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딸의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은 당연히 걱정거리가 됐다. 강 관장은 “배를 끌고 산으로 가는 것 같아 매번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애를 오래 지켜본 우리 부부에게는 그 애의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책에는 딸 이 목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2007년 스물다섯살 첫째 아들을 갑작스레 잃은 참척의 고통, 엄마를 그리워하는 손자·손녀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딸에 대한 생각이 차오를 때마다 하나씩 썼던 글이다.

강 관장은 “추상담론을 좋아한 민아는 아빠와 호흡이 가장 잘 맞던 말친구였다. 남편 앞에선 민아 이야기를 되도록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인 이 전 장관도 지난해 딸을 추모하는 글을 모아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를 펴냈다. 부모에게 이 목사는 그렇게 각별한 존재였다.

강 관장은 딸을 두고 “고맙다”“미안하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아서 고맙고, 고통이 극심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다움을 잃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다. 또 “그렇게 원했는데 기독교인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아직도 깊은 밤이면 딸이 그리워 목이 메지만, 조금씩 견뎌가는 힘도 생긴다. 딸이 늘 마중나왔던 LA공항에 갈 수 없어 2012년엔 LA에 가면서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용했지만, 올해는 LA로 곧바로 갔다. 그는 “고1때 엄마를 잃은 막내 손녀가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국에 오더니 올해는 안 왔다”면서 “할머니집에서 뒹굴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이 됐다는 얘기 아니겠냐”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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