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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비로소 꽃

비로소 꽃
- 박무웅(1944~ )


 
기사 이미지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 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는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남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깊이다”고 말했다. 내 안의 “흰 불꽃”은 안 보일 때 그 깊이를 보여주고, 보일 때 안 보이던 것을 드러내준다. 내가 볼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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