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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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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경제기획부 기자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한다지만 가을은 역시 결혼 성수기다. 기자가 최근 사흘간 들은 지인의 ‘낭보’만 4건이다. 하지만 축하 인사를 나눈 뒤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짜증 난다. 열 받는다”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라 불리는 결혼 대행 패키지가 원인이다.

단순히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다. 사전에 아무런 설명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추가 비용’이 문제다. 스드메 가격은 계약 당시 평균 200만~300만원이지만 400만~500만원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뒤통수치기는 신부의 로망인 드레스부터 시작된다. 대행업체의 단골 멘트는 “신부님이 처음 입으시는 것” “이제 막 들어온 신상”이다. 새 드레스일 경우 대여료가 드레스 가격의 70~80%에 육박한다. 유명 브랜드다, 신상이다 등 각종 이유로 추가 비용이 붙지만 정작 구매 날짜나 과거 대여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팩트를 확인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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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사진도 마찬가지. 예비 신부 A는 최근 인터넷에서 ‘첫 촬영 나온 드레스’란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을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옷은 한 달 전께 같은 업체에서 “원래 촬영용으론 안 빌려주는 드레스인데 처음 입으시는 것”이란 말에 추가 비용을 내고 입었던 옷이었다. 누가 봐도 엉성한 액자를 좋은 액자로 바꾸려면 그것도 추가 비용이 든다. 메이크업 비용도 처음 계약 기준은 실장이지만 부원장이 해주면 10만원, 원장에게 받으려면 20만원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런 작태가 괘씸한 건 결혼이라는 ‘경사’를 맞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해 원칙과 기준 없이 가격을 올린다는 점이다. 예비 부부에게 ‘계약대로 (안 좋은) 기본으로 하시든가, 돈 좀 보태 좋은 걸 하시든가’라고 압박하는 셈이니 사실상 계약 위반을 피해 가는 꼼수다. ‘스드메’는 구매를 반복할 수 있는 일상적 소비재가 아니다. 소비자의 정보가 부족한 것을 악용해 업체가 과도하게 이득을 챙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대변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웨딩시장에서는 영 통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불만 건수는 2010년 1414건에서 2014년 1700건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선 스드메 피해를 막기 위해 ‘스몰 웨딩’을 권장하지만 소비자 의식이나 사회 분위기만 바꾸자고 할 일이 아니다. 대행 과정에서의 가격 정보는 물론 대행 업체가 드레스·사진·미용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도 공개해야 한다. 업체마다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토록 하고 부당 추가 요금 사례가 적발되면 배상금은 물론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가뜩이나 먹고사는 일이 팍팍해 결혼을 미루는 마당에 시작부터 ‘결혼의 쓴맛’을 겪게 하는 건 여러모로 시대착오적이다.


이 소 아
경제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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