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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뜨거운 물로 지역 난방…독일엔 열 샐 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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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100번 시내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열병합 발전소. 독일에선 기업들도 발전 설비를 만들어 필요한 전력과 열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상업 중심가 쿠담 거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대기 오염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브리조미터(Breezometer)를 켜자 바늘이 100 만점에 69를 가리킨다. 현재 공기가 깨끗하다는 녹색 알림과 함께, 외부 활동하기 좋다는 메시지도 뜬다. 같은 시간대 서울 명동의 대기오염은 39. 주황색 경고등이 켜지는 수준이다.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 신호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공업국이자 국민 1.7명(2014년 기준, 한국 2.46명) 당 자동차를 1대 보유한 자동차 대국. 연간 전력 생산량도 59만3000GWh(2015년 기준)로 한국(52만8091GWh)보다 많다. 그럼에도 서울의 시계(視界)는 스모그로 뿌연 데 비해 베를린 공기는 항상 맑다. 볼프 빈더 독일 열병합발전(CHP)협회 회장은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문제를 산업보다는 환경 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은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 폐기하고, 석탄 중심의 화력발전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풍력·태양열·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CHP를 확대해 에너지 수요를 대체한다. CHP란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일반 발전소는 증기터빈을 돌리고 남은 뜨거운 열과 물을 바다에 버리는 데 비해 CHP는 폐열을 보관해 지역난방에 사용한다. 열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연료 효율이 좋고 CO2 발생량은 적다.

독일 대도심이나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13번 고속도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주변에서 전깃줄이나 원거리 송전탑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역 단위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CHP가 많이 보급돼 원거리 송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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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신재생에너지와 CHP를 함께 키우는 것은 풍력·태양열 발전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만약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까지 불지 않으면 꼼짝없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를 보완하기 위해 CHP를 현재 16%(9만4000GWh, 2015년 기준)에서 2020년 21%, 2030년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은 연간 15억 유로(약 1조8400억원) 한도로 CHP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생산 전력의 규모에 따라 ㎾당 지원금을 매겨 설비 보수 비용을 지급하고, 남는 전력을 전력거래소로 판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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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전력 사용자에게 ㎾h당 0.0419유로의 추가 비용을 물려 조달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9유로 꼴이다. 드레스덴의 CHP인 노세너 브뤼커(Nossener Brücke) 가이드 칼 한츠 라이셔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 국민들의 탈 원전 의식이 높아졌다”며 “깨끗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 비용은 얼마든지 더 낼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핀란드는 독일보다 CHP가 더욱 보편화돼 있다. 추운 기후 탓에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CHP가 경쟁력이 높아서다. 165개 지방자치단체 중에 105곳에 CHP가 있으며, 전체 열 사용량의 82%(71GWh)를 CHP로 공급 중이다. 핀란드는 2011년부터 CHP가 사용하는 연료에 탄소세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야리 코스타마 핀란드에너지협회 열병합발전·냉난방 담당은 “석탄 가격 하락과 유럽경제 불황 등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도전에 직면했지만, CHP 지원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1978년 제 2차 석유파동 이후 CHP를 도입했지만 지금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현재 35개 기업·공기업이 CHP를 운영 중이며, 전체 전기 발전량의 5.5%(5.4GW)를 생산 중이다. 열병합업계에서는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한 경우 전력거래소가 전기 가격을 20~30% 깎아 매입하도록 집단에너지사업법이 규정하고 있어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유재열 집단에너지협회 부회장은 “공익 목적의 에너지 사업엔 투자금 등을 보전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베를린·헬싱키=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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