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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법관 연금 깎고, 금품·향응액 5배 징계금

대법원이 비리를 저지른 판사에게 제공받은 금품과 향응의 5배까지 징계금을 부과하고, 공무원연금을 감액하기로 했다. 지난 2일 정운호(51·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7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57·연수원 17기)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6일 긴급 회의를 열고 마련한 대책이다.

전국 법원장 34명 8시간 대책회의
재산 갑자기 늘었을 땐 소명 요구
대법원장, 10년 만에 또 대국민사과

대법원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4층 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법관 윤리 제고 및 비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전국 법원장급 판사 34명이 참석한 가운데 8시간 넘게 진행됐다. 대법원은 비위 판사에 대해 ▶공무원연금 감액 ▶최대 5배까지 징계부가금 부과 ▶법관직 연임 제외 ▶재판업무 배제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 개시 등 10가지를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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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긴급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현직 부장판사 구속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우선 대법원은 비위 법관에 대해 금전적인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책안에 따르면 판사가 금품·향응 수수 등으로 정직 6개월을 초과하는 징계처분을 받을 경우 공무원연금을 삭감당한다. 공금 횡령·유용을 했을 경우에도 몰수·추징 등의 형사처분과 별도로 문제가 된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징계금이 부과된다. 또 비리 의혹이 제기된 법관에 대해 연임 심사도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법관의 재산이 크게 늘었을 경우 집중 검토 대상자로 선정해 소명을 요구하고, 조사 결과 위법·부정한 방식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드러나면 연임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비위 법관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법관들의 자발적 회의 기구인 법관윤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생활 영역에서 외부 인사와 개인적으로 맺는 대인관계에 대한 윤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논의된 대책들은 향후 전국 법원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된다.

이날 양승태(68·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은 회의에 앞서 직접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전날 늦은 밤까지 직접 작성한 사과문이었다. 일부 판사는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사과할 경우 판사 개인의 비리를 법원 전체의 비리로 인정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양 대법원장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국민들은) 그동안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왔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직접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법관의 청렴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법원장이 법원 내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2월 인천지법 집달관사무소 직원들이 경매입찰 보증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윤관(81)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회의를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6년 8월엔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건 청탁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해 이용훈(74) 당시 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원장의 사과에 대해 “법관이 사건당사자 등과 접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접촉 시 이유 불문하고 그 자체만으로 징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글=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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