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 ‘위트 앤 시니컬’ 내부 전경. CD·LP까지 파는 또 다른 책방 ‘프렌테’와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신촌에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차려 작은 책방에 대한 관심을 부른 유희경 시인.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차 마시며 책 고르는 ‘작은 사치’
유행 민감한 젊은 층 필수코스로
지난해 가을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전국의 특색 있는 작은 서점 위치를 표시하고 서점 정보도 제공하는 모바일 앱 ‘동네서점’을 개발한 퍼니플랜의 남창우 대표는 “사용자들의 추천을 받은 결과 처음 70개가량이던 서점 숫자가 지금은 150여 개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숫자가 느는 만큼 성격도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동네서점 앱의 서점 분류 카테고리는 26개나 된다. 성적 소수자를 위한 ‘퀴어 서점’,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없이 제작돼 소규모로 유통되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독립출판물 서점’, ‘가정식 서점’ 같은 알쏭달쏭한 범주도 있다.
책방 무사(요조)

인디 가수.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책방 이름은 오늘도 무사히 넘기자는 뜻. 운영할 만큼 벌자는 주의다.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책방 이름은 오늘도 무사히 넘기자는 뜻. 운영할 만큼 벌자는 주의다.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지난해 가을 인디 가수 요조가 서울 북촌에 ‘책방 무사(無事)’라는 이름의 서점을 열고 방송인 노홍철씨,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카피라이터 최인아씨 등 유명인들이 서점 창업 대열에 합류한 것도 그만큼 이 분야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어마인드(이로)

1인 잡지를 만들다 회사를 그만두고 서점을 차렸다.
서점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5층에 있다. 아는 사람만 찾는다.
사진집 등 출판도 한다.
서점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5층에 있다. 아는 사람만 찾는다.
사진집 등 출판도 한다.

최인아책방(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카피로 유명하다.
신간·베스트셀러 코너를 두지 않고 주제별로 신·구간을 섞어 진열한다.
묻힌 양서를 발굴하자는 취지.
신간·베스트셀러 코너를 두지 않고 주제별로 신·구간을 섞어 진열한다.
묻힌 양서를 발굴하자는 취지.

철든책방(노홍철)

2층짜리 낡은 주택을 개조해 서점을 차렸다.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할 생각이다.
책 주문도 직접 한다. 서점 오픈 과정을 책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책 주문도 직접 한다. 서점 오픈 과정을 책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위트 앤 시니컬 유희경씨는 “감각적이면서 상업적이지 않고, 유니크하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책을 찾는 사람들 역시 작은 서점 확산의 한 축”이라고 진단했다. 특이하거나 사소한 책에 끌리는 사람들이 일정한 구매력을 갖춘 하나의 집단을 형성한 결과 그에 호응하는 작은 서점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자신이 읽은 책의 목록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젊은 세대의 세태 또한 동력이 됐다.
유어마인드 이로씨는 “작은 서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 중 상당수는 서점을 창업하거나 책을 직접 쓸 가능성이 있는 잠재 인력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서울에만 1000명에서 1500명가량은 되는 것 같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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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앞다퉈 생기고 있지만 작은 서점의 경제적 손익계산서가 밝지만은 않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든든해 보이는 최인아·노홍철씨는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현상 유지하기도 빠듯한 작은 서점이 많다고 한다. 위트 앤 시니컬도 마찬가지. 유희경씨는 “제반 비용을 빼고 나면 월말 정산 결과가 허탈할 정도”라고 했다.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문 닫는 곳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유어마인드 이로씨도 “ 잡지 기고나 외부 문화행사를 기획해 별도의 수익을 얻지 못하면 서점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유희경씨가 “ 작은 서점 유행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