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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김영란법 시행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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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28일 코앞에 닥치면서 정·관계 및 학교·언론사 내 희비극이 한창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전, “위헌이 될지 모른다”며 10월로 잡은 접대성 골프 약속은 죄다 취소됐거나 추석 연휴로 옮겨졌다고 한다. 한 관변 연구기관 간부는 “추석 연휴 내내 골프만 치게 생겼다”고 볼이 부었다.

더 흔한 건 법 시행 전날 밤 “원 없이 먹고 마시자”며 27일 스폰서나 지인과 최후의 성찬을 잡는 풍경이다. 심지어 “27일 밤 약속이 없으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느니 “자정을 넘길지 모르니 아예 26일에 보자”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까지 돈다고 한다.

1920년 1월 금주법 시행 직전 미국도 똑같았다. 전날 밤 음주 시대의 종언을 슬퍼하는 술꾼들로 온 나라 술집이 북새통이었다. 낮에는 술을 사려는 인파로 장사진이 섰다. 그때 얼마나 흥청댔는지 지금도 이날이 되면 ‘금주법 전야제 기념파티’가 열린다.

인류 출현 이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시던 술이었다. 술을 즐기는 인간 본성에 어긋난 금주법이 오래갈 리 없었다. 취중 폭행 방지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법 도입 이후 범죄율은 24%나 높아졌다. 결국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서 시행 13년 만에 금주법을 없앤다.

김영란법도 가장 원초적인 먹고 마시는 문제를 건드렸다. 기왕이면 맛난 것을 먹고 마시려는 게 인간 본성이다. 이를 거스르려니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나온다. 단적인 예가 ‘공무수행사인’과 관련된 문제다. 공무수행사인이란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비(非)공직자를 뜻한다. 정부 부처 위원회에서 일하는 민간 출신 위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김영란법 출현 전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법 시행 이후엔 공직자와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3만원짜리 식사 대접도 마음대로 못 받게 된 것이다. 그러자 대기업 임원들 중에서 “간섭받기 싫다”며 사퇴하는 이들이 나온다고 한다.

민간 출신이 정부 의사결정에서 빠진다고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진 않는다. 하지만 길게 보면 민간 분야의 전문성이 정부 운영에 선용되는 채널이 막히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이 시행되면 내다보지 못한 부작용도 속출할 것이다.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기왕 시작한 김영란법,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게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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