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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만 트랩 없이 전용기 뒷문 하차…서방언론 “중국의 의도된 외교적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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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항저우 공항에서 동체 중간 뒷문의 비상용 계단으로 내려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신화=뉴시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항저우(杭州)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항저우에 도착했다. 평소대로 기체 앞문을 통해 내려야 했지만 밟고 내려갈 트랩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동체 중간의 뒷문으로 내려야 했다.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에서만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출입구였다. 이 문으로 내린 탓에 오바마 대통령은 낮은 곳에서 내려오는 모양새가 됐다. 평소 사용하는 문은 조종석 옆 높은 위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을 제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박근혜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다른 나라 정상들은 통상적인 의전에 따라 레드 카펫이 깔린 트랩을 밟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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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레드 카펫이 깔린 트랩으로 내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AP·신화=뉴시스]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이에 대해 “의도된 외교적 모욕”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호세 과하르도 전 주중 멕시코 대사도 가디언을 통해 “실수로 일어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의전에 실수가 생길 수 없다. 수퍼파워에 맞선다는 걸 보여주고 민족주의를 고취하려는 중국의 노림수”라고 풀이했다.

활주로에선 미·중 양측의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중국 관리가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위치를 문제 삼았을 때다. 백악관 직원이 “미국 비행기이고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하자 중국 관리는 영어로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큰소리로 받아쳤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을 홀대했다는 기사가 쏟아지자 의전에 관여한 중국 외교부 관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모든 정상을 위해 트랩을 준비했지만 미국의 뜻에 따라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영어를 못하는 트랩 운전자가 보안 수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미국이 불평해 통역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측이 ‘필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의미 부풀리지 않을 것”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G20과 같은 큰 행사를 여는 것이 얼마나 부담되는지 알고 있다”며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산책을 겸한 비공식 회동에 이어 저녁 식사를 함께한 뒤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홍주희·유길용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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