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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량 2%뿐이라더니…정부는 오판, 한진은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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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에 적재된 수출화물이 트럭에 실려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사에 선적하려는 화물”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지난달 2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충분한 자구안을 내지 않으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조 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 회동은 결렬됐다. 양쪽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후 채권단 내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도 경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강경론이 득세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채권단 설득보다는 “(채권단이) 부족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갈 수밖에 없어 연간 17조원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양측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는 치킨게임만 벌였다. 결과는 물류대란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선박 압류, 운임 급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 지연 피해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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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양쪽 모두에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경제적 파장에 대해 오판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임박하자 “한진해운이 국내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고 한진해운 매출 중 한국 물류는 20%밖에 안 된다”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막상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파장은 컸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수출 선박을 찾는 데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해상 물동량의 40% 이상을, LG전자는 해상 물동량의 20% 이상을 한진해운에 맡겼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수출납기일을 맞추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금융시장·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물류대란에 따른 수출 감소와 조선업의 수주가뭄 심화 같은 부작용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이 현실화하자 정부·채권단은 지난 1일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13척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전 준비 부족으로 이르면 8일에나 가야 운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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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은 지난달 초 한진그룹에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하자”고 전했다. 법정관리 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신규 화물 선적을 축소하고 컨테이너선 운항 횟수도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채권단의 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단이 지원해야 한다”며 여론에 호소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 선적과 선박 운항을 이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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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오도 가도 못하는 한진 선박 68척 …물류대란 현실화


한진해운이 각국 법원에 압류금지요청(Stay Order)을 뒤늦게 하는 바람에 선박 압류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스테이 오더를 했다면 어느 정도 압류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9월 1일) 다음 날인 2일부터 스테이 오더에 들어갔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 한진해운을 청산하면 한국 해운업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향후 현대상선의 영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채권단 보증으로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나서 해외 항만 하역업자나 도선사에게 밀린 대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태경·문희철 기자 unipe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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