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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니가 무슨 죄? 너무 벗어서 문제였던 비키니, 이번엔 너무 많이 가려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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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의 상징일까, 또 다른 억압일까. 지금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 규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이슬람 여성에 대한 억압을 중단하라”는 국제인권협회(ISHR)의 캠페인. [사진 ISHR]

1946년 7월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파리 패션쇼에서 처음 선보인 비키니 수영복은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노출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비키니 착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해안 도시에서 경찰이 비키니를 입은 여성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해수욕장에서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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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프랑스 니스의 한 해변에서 무장경찰이 한 무슬림 여성에게 부르키니를 벗게 하는 사진이 공개 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니스 법원은 “부르키니 금지는 부적절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AP=뉴시스]

비키니 탄생 70주년을 맞은 올해 프랑스 해변에선 유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여성의 몸을 너무 많이 가리는 게 문제가 됐다. 이슬람 여성들의 전신 수영복인 부르키니(burkini·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지난달 13일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섬 시스코 마을에선 이슬람 대 반(反)이슬람 청년들의 패싸움이 벌어졌다. 10대 청소년들이 부르키니를 입은 한 이슬람 여성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여성의 가족들과 싸움이 붙었다. 양측은 손도끼, 작살과 유리병을 들고 난투극을 벌였다. 임신부 한 명을 포함한 6명이 병원에 실려가고 차량 3대가 불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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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니(burkini) 온몸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 의상인 부르카와 비키니를 합쳐 만든 신조어. 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을 뜻한다. 막스앤스펜서는 올봄 부르키니를 출시했고, H&M·유니클로·돌체앤가바나 등은 최근 히잡 판매를 시작했다.

코르시카 당국은 사고 이튿날 ‘부르키니 금지령’을 내렸다.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 휴양 도시 니스와 칸은 이보다 이른 8월 초 부르키니 금지 규칙을 도입했다. 앞선 7월 14일 니스에서 86명의 인명을 앗아간 트럭 테러의 여파 때문이다. 8월 중순까지 이들 도시를 비롯해 남동부 해안 도시 30곳이 부르키니를 입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칸 당국은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 10명을 적발해 이 중 4명에게 각각 과태료 36유로(약 4만5000원)를 부과했다. 니스 해변에서는 무장경찰이 한 여성에게 부르키니를 벗도록 하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져 논란이 됐다.

하지만 같은 달 25일 프랑스 최고행정법원(국사원)은 “지난 7월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만으로 부르키니를 금지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부르키니 금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판결했다.

법적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현지 방송 TFV1 TV 뉴스에 출연해 “부르키니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슬람의 도발을 부추기는 복장”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사르코지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모든 대학과 기업에서 종교 상징물을 입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 역시 “부르키니는 여성 노예화의 상징이며 프랑스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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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부르키니 금지 정책은 명목상 프랑스 ‘라이시테(laicite·세속주의)’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다. 비(非)종교 국가 원칙이 헌법 1조에 드러나 있다. 이런 세속주의 관점에 따라 프랑스는 2004년 3월 공립학교에서, 2011년 4월부터는 은행과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이슬람의 상징물인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 프랑스 사람들은 부르카를 ‘옷감으로 만든 여성의 감옥’으로 여긴다. “이슬람 여성의 의상을 상품화하는 건 (여성들이) 신체를 옷 안에 가둬두도록 강요하는 겁니다. 그런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해요.” 지난 3월 프랑스 여성가족부 장관 로랑스 로시뇰은 현지 방송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히잡과 부르키니 상품을 판매하는 패션업계를 공개 비난했다. H&M과 유니클로, 돌체앤가바나 등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로시뇰은 이 방송에서 부르카를 자발적으로 입는 여성을 “노예제를 지지하는 ‘니그로(Negro)’”라고 표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의 태도가 이슬람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을 더욱 궁지에 몰고 있다는 입장도 있다. 프랑스 내 이슬람 단체들은 “프랑스 주류 종교인 가톨릭의 수녀복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이슬람에만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며 반발해 왔다. 최근의 부르키니 논란과 관련해서도 가톨릭 수녀들이 수녀복을 입고 해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들은 왜 규제하지 않느냐”는 불만 글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프랑스 내 이슬람에 대한 편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30명이 사망한 지난해 11월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와 86명이 목숨을 잃은 올해 7월 니스의 트럭 테러가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혐오주의)’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칼럼니스트 마르셀 미켈슨은 “프랑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을 이슬람 사회 전체와 싸우는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이 외국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톨레랑스(관용)’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했다.

유럽에서도 부르카 금지 정책은 점점 확산하는 추세다. 이 역시 늘어나는 난민 유입과 테러 위협에 대한 반작용이다. 프랑스에 이어 벨기에와 네덜란드·불가리아가 국가 차원에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스페인·이탈리아·독일·스위스에서는 일부 지역 또는 공무원에 대해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최근 보수 성향의 기독사회당 소속 지방정부 내무장관들을 중심으로 “부르카와 니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는 부르키니 금지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자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반발심이 여성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50년대 비키니 규제와 2016년 부르키니 규제 모두 여성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사회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폭력이라는 시각이다.

역사학자 데어드레이 클레멘트 미 네바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여성의 이익을 위한 규제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여성들에게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 휴커비 미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타임지 기고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이 부르키니와 테러를 연결 지어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혐오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커비는 프랑스 정부 통계를 인용해 2014~2015년 프랑스 내 이슬람 혐오로 인한 폭력이 2013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났으며 피해자의 80%가 이슬람 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르키니 또는 부르카 그 자체가 여성 억압의 상징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 여성 부르카·니캅 입고 탈레반, 전신 가린 차드리 강요

이슬람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하는 이유는 이슬람교의 성서(聖書) 쿠란에 따른 것이다. 쿠란의 누르 편 31절에는 “(알라를) 믿는 여자들에게 얼굴의 너울(베일)을 가슴까지 내리라고 말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남편이나 가족이 아닌 남성에게 몸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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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라마다 실제 적용 여부는 다르고 명칭과 형태도 다양하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여성들이 니캅(Niqab)과 부르카(burqa)를 착용해야 한다. 반면에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는 공공장소에서 히잡(Hijab) 쓰는 것을 금지한다.

일반적으로 아랍권에서 여성의 머리카락과 귀 등을 가리는 베일을 통칭해 히잡이라고 부른다. 니캅은 눈 아래 얼굴을 가리는 천을 의미하며 부르카는 머리에 뒤집어 쓰는 베일로 눈을 제외한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망사 천으로 눈까지 가리는 부르카도 있는데 이는 차드리(Chadri)라고 불린다. 극단주의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이 1998년부터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 여성들에게 강요한 복장이다. 이란에서도 율법에 따라 여성들이 차도르(Chador· 페르시아어로 ‘장막’)라는 베일을 써야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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