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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나온 ‘녹두서점’…옛 제강공장선 전위미술 경연

서울 찍고, 광주 찍고, 부산으로. 짝수 해 9월이면 전국은 단풍보다 먼저 비엔날레(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잔치)로 물든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제로 부상한 광주비엔날레가 창설 20년을 맞으면서 10여 종을 헤아리게 된 2016년 국내 비엔날레 현장에는 살짝 피로감이 묻어난다. 수십 억원 예산을 들여 단발성 행사로 끝나는 비엔날레의 형식과 기능에 대한 대안 모색이 올 비엔날레의 공통점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지역민 속 일상으로 들어가려는 노력, 테러 등 예측 불허의 인류 미래에 미술이 할 역할 고민이 기획과 작품에서 엿보였다”고 말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9월 1일~11월 20일 서울시립미술관·남서울생활미술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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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미디어아트어워드’를 받은 미국교포작가 크리스틴 선 킴이 수상작인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미디어 활용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젊은 작가들, 미래를 내다보는 미술언어의 풍부한 해설자들을 초대해 인류의 앞날을 고민했다. 백지숙 예술감독은 “반도이자 분단으로 단절되어 있다는 점에서 ‘섬’인 남한에서 편집해보는 세계의 미래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명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언어를 상징한다. 지구를 위협하는 재난들을 헤치고 나갈 힘은 무엇인가를 전시뿐 아니라 비정기출판물 ‘그런가요’ 제작, 임시학습공동체 ‘더 빌리지’, 배움의 새 방식을 제안하는 ‘불확실한 학교’에서 살폈다. 과거 학교 교육의 가치를 단절하고 새 학습의 길을 모색한 점이 특이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웃긴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역사로 칠하기3’, 재미동포 크리스틴 선 킴의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 팔레스타인 출신 바젤 압바스 & 루안 아부라암의 ‘하지만 내 마스크는 강력하다’를 추천했다. 백 감독은 김희천·이미래 등 20대 작가들을 눈여겨봐달라고 부탁했다. 24개국 61명(팀) 76점 출품, 무료. 02-2124-8800.

◆2016 광주비엔날레(9월 2일~11월 6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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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광주비엔날레에서 ‘눈(Noon)’ 예술상 중진작가상을 받은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문화정치의 장, 역사적 기억의 장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광주가 올해는 스웨덴 출신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을 영입해 볼거리 위주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특히 광주 지역민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협업과 교육 프로젝트를 올 1월부터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최빛나·아자 마모우디언 등 여성 큐레이터 팀의 보조가 빛났다. 마리아 린드 감독은 “스펙터클하거나 상업적인 거대 미술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의 열린 공간, 진심어린 성찰과 사색의 전시장,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우리의 미래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실험정신이 뛰어난 작가에게 주는 ‘눈(Noon)’ 예술상 중진작가상은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과 미국 작가 안톤 비도클의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이 일으켰다’, 청년작가상은 전소정의 ‘예술하는 습관’이 받았다. 7개국 120명(팀) 252점 출품, 어른 1만4000원·청소년 6000원 등. 062-608-4114

◆2016 부산비엔날레(9월 3일~11월 30일, 부산시립미술관·고려제강 수영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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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비엔날레 최대 화제작은 건축가 조병수씨가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F1963’이었다. F1963 높은 천정에 매달려 관람객을 맞는 폴란드 작가 조아나 라이코프스카의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만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부산을 찾은 손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50여 년 고려제강 수영공장이었던 3000평 터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F1963’이었다. 공장의 높은 천정과 투박하면서도 가능성 많은 널찍한 공간에 펼쳐놓은 작품들이 관람객은 물론 작가들 자신을 매혹시켰다.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다소 난해하고 수사학적인 전시명 아래 3개 프로젝트로 나눠 한국·중국·일본의 1960~80년대 아방가르드(전위미술)의 역사를 살폈다. 아시아 3국의 자생적 실험미술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첫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아방가르드의 본 뜻에 합당한 전시인가라는 물음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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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비엔날레의 프로젝트2에 출품 된 네덜란드 작가 폴케르트 드 융의 2008년 작‘초기 시절’. 스티로폼, 폴리우레탄 등으로 인류의 선조인 유인원의 희극적 모습을 묘사했다.

윤재갑 전시감독은 “F1963을 부산의 핵심 문화예술지대로 만들어가는 첫 걸음인데 이미 외국 작가들이 이 공간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 등 비엔날레를 뛰어넘어 한국의 ‘핫 사이트’로 떠올랐다”고 자평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씨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랩’과 협업해 ‘틸트 브러시(tilt brush)’를 활용한 3D 공간 그림을 현장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다. 23개국 121명(팀) 316점 출품, 어른 1만2000원·청소년 6000원. 051-503-6111.

비엔날레의 계절에 수백 점 작품의 홍수에 휩쓸릴 관람객은 뭘 할 수 있을까.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우리의 미래를 묻는 미술인의 주문을 따라해 보자, 뭔가 변할지도 모르니까.

서울·광주·부산=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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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