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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학, 아랫목 박차고 해외로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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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논설위원

국내 대학의 외국인 학생이 올해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8000억원 규모다. 교육부는 ‘스터디 코리아’ 효과라며 자랑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학생 21만 명이 쓰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단순 유학 수지 적자만 연간 4조8000억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국 내 전체 학생 대비 외국인 유학생 비중은 평균 8%인데 우리는 2%에 불과해서다. 선진국들이 고부가가치 교육시장에 눈을 돌린 사이 우리는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과감한 혁신 없이 카피에만 급급하면 실패한 추종자”로 전락한다. 교육부 발상이 딱 그런 격이다. 대입 정원보다 고졸자 수가 16만 명 적어지는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해 빈 교실을 채우겠단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한 것인데 알맹이가 없다. 물론 우리 고등교육기관은 외형적으로 선진국 못지않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사이버대·대학원 대학 등을 합치면 432개나 된다. 한데 선진국 학생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은 몇 개나 될까. 세계 100대 대학에 오른 곳이 서울대·KAIST·포스텍 세 개뿐인데 그나마 KAIST와 포스텍은 100위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10만 명 대부분이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고, 입학 후 돈벌이를 좇아 줄행랑치는 가짜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국내 유학생의 저변을 넓히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언어 문제는 물론 문화·커리큘럼·생활환경 등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 여건을 갖추려면 시간도 돈도 많이 든다. 지금도 10만 명 중 겨우 3분 1이 수업을 따라갈까 말까인데 20만 명으로 늘리는 게 가당한가.

탁상행정에 그칠 공산이 크니 아예 바깥으로 나가는 건 어떨까. 나는 그 가능성과 블루오션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우즈베크)에서 보았다. 지난달 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타슈켄트 인하대(IUT·Inha University in Tashkent)’에 가보니 교육 한류가 엄청났다. IUT는 2014년 10월 우즈베크 정부가 설립한 정보기술(IT) 특성화 대학으로 인하대 분교가 아니다. 우즈베크가 모든 비용을 대고 인하대는 학사·커리큘럼·강의 등 콘텐트를 책임지는 국내 최초의 고등교육 시스템 수출 모델이다. 등록금이 연간 5000달러로 현지 대학보다 네 배나 비싸지만 입학 경쟁은 바늘구멍이다. 공인 영어성적 상위 등급자만 지원 자격이 있는데도 올해 330명 모집에 1400명이 몰렸다. IUT 셰르조드 셰르마토프 총장이 그 궁금증을 풀어줬다. 한국에 유학 가지 않더라도 한국 대학과 똑같이 배울 수 있는 매력이 학생들을 열광시킨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학생 수 급감에 직면한 우리와는 정반대다. 우즈베크의 경우 고교 졸업자는 66만 명인데 입학 정원은 5만6900명에 불과해 예전의 우리 고등교육 수요를 빼닮았다. 인근 카자흐스탄 등도 비슷하다. 셰르마토프 총장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교육에 대한 러브콜이 많으니 절대 블루오션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앙아시아·동남아 어디든 달려가라는 얘기였다.

그러려면 대학의 의지가 제일 큰 관건이다. 그런데 최근 로이터통신이 ‘아시아 과학 혁신’ 1위 대학으로 평가한 KAIST조차 바깥 진출에 소극적이다. 왜 그럴까. 나는 기득권으로 본다. 서울대에 왔던 외국인 교수들이 연구 환경과 처우 등을 이유로 줄줄이 떠나듯 우리 교수들도 아랫목을 박차고 개발도상국의 냉골에 앉기 싫어하는 것이다. ‘학생 절벽’ 백척간두에서 자리다툼만 하면 다 죽는데 언제까지 안방 타령을 할 작정인가.

정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는 학위·학사·기금 운영 등에 관한 규제부터 확 풀어라. 일례로 고등교육법상 해외 분교를 설립하려면 국내 본교 정원을 현지 학생 수만큼 줄여야 하는데 과연 나서겠는가.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인 것은 교육부에 ‘골프과’가 없기 때문이란 농도 있다. 진정한 ‘스터디 코리아’ 바람을 일으키려면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사고의 혁신 없이는 절대 고등교육의 블루오션을 잡을 수 없다.


양 영 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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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