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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극동 개발은 유라시아로 열린 기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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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

“동방을 지배하라.” 이는 일제시대 우리 독립투사들의 본거지 중 하나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의 원래 의미라고 한다.

3년 전 러시아 ‘서방의 창’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 이어 이번에 ‘동방의 창’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 아래 극동 지역을 중심축으로 아태 지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러시아 정부의 원대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가 극동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아태 지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시킨 핵심 플랫폼이다. 또한 이번에 개관한 연해주 아쿠아리움은 드넓은 태평양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으로 러시아 극동 및 해양 개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만큼 21세기 러시아의 미래 비전에 있어 블라디보스토크가 위치한 극동지역은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포럼에 박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하고,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극동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에 집중한 것은 신동방정책 추진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는 한국이라는 러시아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극동 지역이 우리의 대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이며,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 출신이고, 한국이 수입하는 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중 약 10%가 극동지역에서 공급된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우리의 대러 관계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방문에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70개사에서 130여 명의 기업인이 대거 동행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20여 개의 양해각서(MOU)와 해상수색구조협정이 체결되었다. 새로운 지평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 및 북극 협력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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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러시아는 유라시아지역 경제통합이라는 야심 찬 계획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2015년 1월 출범시켰다. 한·러 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는 10월부터 한·EA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본격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은 유라시아 지역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있어 러시아 연해주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연결고리다. 지난해 여름 대성공을 거둔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지로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이 해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기 위한 실마리는 극동 러시아에서 찾아야 한다.

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의 밤 위성사진은 어둠으로 가득 찬 고립된 섬과 같은 북한의 처량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 연설과 한·러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바 있듯이, 이렇게 고립된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북핵·북한 문제의 시급한 해결이 최대 당면 과제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은 북핵 불용과 북한 비핵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핵보유국 불인정, 안보리 결의 이행 요구, 핵무기 확산 반대가 그 골자다.

때마침 정상회담이 개최된 9월 3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6개월이 되는 시점이었다. 양 정상은 유엔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제재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공조가 앞으로도 견고하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러 관계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극동 개발을 통해 아태 지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새로운 경제적 블루오션으로서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신뢰 구축을 통한 평화와 번영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면서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전진해 나가자고 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3년 전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때부터 여러 차례 강조해온 것처럼 이제 한·러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스토리를 써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서 밝혔듯이 러시아 신동방정책은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의 발전모델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나온 전략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극동 지역 개발은 정부는 물론 기업, 언론, 학계 등 각계 차원의 노력이 시너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태평양을 향한 러시아의 꿈과 유라시아를 향한 우리의 꿈을 함께 펼쳐나가는 데 있어 극동지역이 가지는 중요성을 확인하고,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상 간의 신뢰를 포함한 양국 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확인시켜주는 이정표적 계기였다.

윤 병 세
외교부 장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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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