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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머슴 송편’ 향긋하고 담백…자꾸만 손이 가요

| 이달의 맛 여행 <9월> 전남 영광 모싯잎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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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의 고장’ 전남 영광에는 송편 체험장이 있다. 갖가지 모양으로 빚은 송편을 자랑하고 있는 아이들.



추석(9월 15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에는 먹거리가 풍족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먹을 것이 많아도 추석 상차림에 빠지면 섭섭한 음식이 있다. 추석을 대표하는 절기(節氣) 음식 송편이다. 온 가족이 툇마루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는 모습은 추석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명절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송편에 담긴 정겨움은 여전하다. ‘송편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가족 여행객이라면 전남 영광을 여행 코스로 삼을 만하다. 영광 특산품 ‘모싯잎 송편’을 맛볼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송편을 빚어보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송편 빚는 떡집만 128곳

전남 영광은 가위 ‘떡의 고장’이다. 인구 6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영광군 안에 떡집만 128곳이 있다. 떡집마다 빼놓지 않는 품목이 ‘송편’이다. 지난해 영광에서 생산된 송편은 3000t에 이르렀고, 영광은 송편만으로 2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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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싯잎 수확 장면. 작업은 더위를 피해 새벽녘 이뤄진다.


“서해와 접해 있으면서도 드넓은 평야를 끼고 있는 영광은 예부터 소금농사와 논농사가 발달했습니다. 두 농사 모두 노동 집약적이어서 일꾼의 손을 빌리는 때가 많았습니다. 일꾼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집집마다 빚었던 것이 송편입니다. 들고 먹기 편한 송편은 ‘세참’으로 제격이었지요.”

영광에서 만난 영광군농업기술센터 류경인(44) 계장은 영광에서는 명절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송편을 즐겼다고 말했다. 한 개를 먹어도 배부르게끔 큼지막하게 송편을 빚었고, 이를 ‘머슴 송편’이라 불렀단다. 송편을 손바닥 만하게 만드는 전통은 아직도 영광 지방에 이어지고 있다.

‘크기’ 말고도 영광 송편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쌀 반죽에 ‘모시풀’을 넣는다는 점이다. 충청도 지방에 자생하는 ‘세모시’ 줄기는 여름 옷감 모시의 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전라도에서 자라는 ‘참모시’는 줄기가 부드러워 섬유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 대신 참모시는 식재료로 각광받았다.

류 계장은 “참모시는 원래 잡초 취급을 받는 풀이었다. 그런데 참모시 잎을 떡에 넣고 보니 색이 고와지고 잘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어 송편에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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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에서는 송편 파는 떡집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집에서 해먹던 모싯잎 송편을 처음으로 내다 판 주인공은 영광읍의 ‘서울떡집’ 주인 성명순(2014년 작고)씨였다. 1977년 서울떡집에서 모싯잎 송편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80년대 들어서는 영광읍에 대여섯 개 떡집을 열고 모싯잎 송편을 팔았다.

어머니에 이어 서울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덕(54) 사장은 “90년대에는 도시로 나간 영광 사람이 명절마다 전화로 떡을 주문했다. 택배가 없는 시절이라 고속버스로 전국에 떡을 부쳤다”고 말했다. 영광 모싯잎 송편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영광의 떡 산업도 해마다 성장했다. 2000년 40곳에 불과했던 떡집이 2011년 63곳, 올해는 128곳으로 늘어났다.



만드는 재미, 먹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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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찾아간 영광은 진즉 명절 분위기로 들뜬 듯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떡집마다 떡시루가 마를 날 없이 송편을 쪄내고 있었다. 영광읍에 위치한 떡집 ‘떡보네’도 직원 6명이 송편을 빚고, 찌고, 냉동보관 하느라 분주했다. 떡보네 대균년(54) 대표는 “추석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 쌀가루 400㎏ 분량의 송편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싯잎 송편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푸드 마일리지가 ‘0’인 식품이에요. 쌀·모싯잎·콩·소금·설탕 등 딱 다섯 가지 재료를 넣는데, 설탕을 제외하고 전부 영광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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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이 핀 동부. 동부는 모싯잎 송편 소로 넣는다.


영광군은 2006년 모싯잎 송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영광에서 난 재료를 써야 ‘영광 모싯잎 송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못박았다. 단, 송편 소로 넣는 살구빛 콩 ‘동부’는 수입산도 쓸 수 있게끔 했다. 영광 지역의 떡집이 1년간 소비하는 동부의 양이 780t인데 영광 동부 생산량은 260t에 불과해서다. 송편의 모싯잎 함유량이 20% 이상이고, 송편 한 개 무게가 60g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영광의 모싯잎 송편이 검은색에 가까운 진녹색을 띠고, 다른 지역의 송편보다 2~3배 큰 이유다.

영광의 떡집 80곳이 힘을 합쳐 만든 ‘㈔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영모사)’이 송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모시밭과 동부밭을 견학할 수 있고, 5~10월에는 모싯잎을 수확할 수도 있다. 직접 딴 모싯잎으로 송편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영모사 사무실에 딸린 떡 작업실에서 마침 체험 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모사 신광수(60) 대표가 1일 강사로 나서 어린이 10명과 함께 모싯잎 송편을 빚었다. 곁에서 송편 만들기에 참여했다. 송편을 만들면 그 자리에서 쪄 먹을 수 있었다.

모시 풀냄새가 밴 떡이 향긋했다. 떡 속에 통째로 넣은 동부는 담백했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자꾸 손이 갔다. 내 손으로 빚어서인지 더 고소했다. 휘영청 뜬 한가위 달처럼 두툼한 송편을 먹으며 남은 한 해를 건강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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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전남 영광군청까지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걸린다. ‘㈔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이 영광 모싯잎 송편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사람이 모싯잎 송편 20개를 만들 수 있다. 만든 떡은 그 자리에서 맛보거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1인 5000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061-351-8685. 영광 모싯잎 송편은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 농마드(nongmard.com)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영광 모싯잎 송편 20개(1.2㎏) 1만원. 배송비 3500원. 02-21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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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는 ‘농부 마음을 드립니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생산자 실명제 쇼핑몰입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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