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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프로세스와는 별개로, 남북관계 발전 프로그램도 필요”

중앙일보 설문조사에 참여한 31명의 전문가 중 절반이 넘는 18명은 ‘꽉 막힌 남북관계 속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억지를 위한 실효적 방안 마련’을 가장 어려운 외교·안보 과제로 꼽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사드가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논란의 국면에서 원인 제공자인 북한은 협상과 대화의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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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대해 주도적으로 관여(engagement)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한국’이라는 인식을 주변국은 물론 북한에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도적 남북 관계가 결여된 상태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해 한·중 관계가 악화됐다”며 “북한의 입장만 오히려 강화해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휘 이화여대(국제관계학) 교수는 “미·중 간 갈등구도를 심화시키는 것이 북핵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풀어야 한국 외교의 자율성도 커진다”며 “이를 위해 지금의 제재를 통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별개로 이를 추동할 수 있는 남북 관계 발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주변국에 대한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를 확보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이끈 사례도 있다.

지난 2005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 도출 과정에서 한국은 확고한 입장을 유지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가 불가능하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경수로(LWR)를 제공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원칙이었다. 하지만 대북 강경파들이 주를 이뤘던 미 부시 행정부는 처음엔 “LWR의 L도 꺼내지 말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전략을 바꿨다. 북·중에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낸 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설득했다. 일본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미국이 나홀로 반대할 수 없는 구도를 만들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리 입장을 말뚝을 먼저 단단히 박아놓고 거기에 미국·중국·북한을 다 갖다 묶은 식이었다”며 “한국이 나섰기에 가능했지 같은 내용이라도 중국이 주도했다면 미국이 절대 끌려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영호 강원대 초빙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성원용 인천대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전 외교부 장관,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위성락 서울대 교수·전 주러 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규형 전 주러 대사,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가나다순, 이상 31명)

◆특별취재팀=최익재 팀장, 유지혜·박성훈·서재준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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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