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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열심히 일한 당신, '근로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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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 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 1970년대(왼쪽)와 1990년대(가운데)는 가방과 수레가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이제는 전동차로 야쿠르트를 배달한다. [중앙포토]


'근로자(勤勞者)'.  한자를 그대로 풀어쓰면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근로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기사 제목은 이렇습니다.

[대법원,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 아니다"] 

‘한국야쿠르트’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을 입고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분들을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길을 가다 한번쯤은 마주쳤을 만큼 친근한 분들이죠.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24일 ‘아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첫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마디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 즉 ‘사장님’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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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판결문을 조금 더 들여다 볼까요.

부산에 사는 정모씨는 200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매일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했습니다. 배달차를 끌고 고객들에게 제품을 전달한 뒤 동네를 도는게 하루 일과였죠. 고객에게서 받은 돈은 모두 회사에 냈고 판매 금액의 25%가량을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씨는 일을 그만둘 무렵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12년간 ‘야쿠르트 아줌마’로 살았는데 말입니다. 결국 정씨는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 수당 등 2993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1만 3000여명에 달하는 전국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법원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1, 2심과 대법원 모두 정씨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씨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때 회사와 종속관계가 있느냐를 가장 먼저 따집니다.
대법원은 ”근무시간과 장소를 정씨가 스스로 정했고 회사가 근태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씨가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또 회사가 정씨에게 근무복을 지급하고 상조회비 일부도 지원했지만 이는 ”판매활동 장려 차원의 배려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관리점 내부에 붙어 있던 일정표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계약 의무를 주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법원의 기준을 정리하면, ▶회사가 지휘ㆍ감독하는지 ▶회사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등입니다.

대법원은 정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유사직역 종사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개별 당사자마다 사실 관계가 다르니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판매 물량을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맞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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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측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후에도 야쿠르트 아줌마 복지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더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근로자냐 아니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논란이 되는 걸까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최저임금을 비롯해 퇴직금, 시간외수당, 연차 등을 보장받습니다. 4대 보험(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고용보험ㆍ산재보험)도 적용됩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거죠.

정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특수고용근로자’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근로자성을 따지는 분쟁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법원은 ‘회사와의 종속 여부’라는 잣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법원은 채권추심원, 시간제 학원강사, 대학 시간강사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습니다. 모두 회사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한다고 본겁니다.

반면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ㆍ덤프ㆍ화물차 차주 겸 운전기사(지입차주), 보험모집인, 방문판매회사 판매대리인, 대리운전기사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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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근로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 전체 근로자의 8.9%에 달하는 230여만명이 특수고용근로자로 추산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특수고용이 점차 확대됐지만 제도적 보완책은 없다는게 연구팀의 결론인데요. 연구팀은 1인 자영업자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회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근로형태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와 학계가 주목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전직 재능교육 교사 등 학습지 교사들이 낸 부당해고 취소소송이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중인데요.

서울고법은 2014년 “승진, 근무시간 등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업무시간 등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회사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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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는 매주 2~3회 이상 오전 10시쯤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합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학습지 교사들은 회원의 회비에서 일정 비율로 나눈 수수료를 받습니다. 10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도 많은 편이죠. 하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이번에도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닌 ‘사장님’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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