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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산, 현대상선이 인수 추진…사실상 합병 평가속 효과 의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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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선사가 결국 ‘한 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합병이라는 평가와 함께 “금융당국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금융시장 대응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의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라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마무리 후 산업은행 계열사가 돼 있다.

금융위는 ▶선박 ▶해외 영업 네트워크, ▶핵심 인력을 인수 대상으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해외지점 인력이 대표적인 우량 자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해외에 현지법인 23곳, 영업지점 100곳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인력 중 일부를 선별해 고용 승계하면 법정관리 과정에서도 한진해운의 해외 영업 네트워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의 청산 또는 회생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자산 매각에 대해 언급한다면, 한진해운은 회생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다”며 “회생 여부는 법원이, 자산 매각 여부는 채권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량자산 자체가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진해운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로 영업권, 항만 지분 등의 알짜 자산을 이미 ㈜한진과 한진칼 등에 팔았다. 99척의 컨테이너선이 있지만 빚을 갚고 나면 남는 배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 2조5000억원의 선박금융(선박담보대출)을 일으킨 금융사와 2455억원의 용선료를 받지 못한 용선주들이 배를 압류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항로 영업권이 현대상선으로 넘어가도 시너지 효과는 미지수다. 양창호 한국해운물류학회장은 “양대 해운사는 상당 부분 항로가 겹치기 때문에 영업권 인수시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나 파산으로 국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면 권리가 사라진다.

이제 막 경영정상화의 첫 걸음을 뗐지만 현금 자산이 부족한 현대상선 입장에서도 한진해운 자산 인수는 상당한 부담이다.

현장에서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의 후폭풍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해운관련 단체는 31일 ‘한진해운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한진해운이 퇴출되는 순간 세계 6위인 부산항도 추락한다. 한진해운이 필요로 하는 추가 유동성 3000억원을 부산의 26개 단체가 십시일반해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박 운영 중단 사태도 속출했다. 30일 싱가포르에서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된데 이어 이날 부산 외항에 정박중이던 한진멕시코호의 운항도 중단됐다. 미국·캐나다·중국·스페인 등에서는 한진해운 배가 항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항구측에서 항만 사용료를 떼일까봐 ‘먼저 돈을 내면 접안시켜주겠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주(貨主) 기업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진해운 운항 노선에 현대상선 등의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 원칙을 지켜 내린 결정이지만 선적 화물의 수송 지연, 수출 화물 선박 섭외, 필수 선원의 해외 억류 가능성 등으로 최소 2~3개월 간의 어려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상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기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주요 협력업체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도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파산6부는 채권·채무 동결 결정을 내렸다. 1일에는 한진해운 본사와 부산 신항만 등을 방문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진석·이태경·문희철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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