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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결핵환자와 같은 방, 여주교도소 15명 중 12명 ‘잠복’ 판정

경기도 여주교도소에서 결핵환자와 같은 방을 쓴 재소자 15명 중 12명이 잠복결핵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한 기침을 하는 재소자가 결핵 판정을 받을 때까지 한 달여간 일반 재소자들과 함께 수용한 탓으로 추정된다. 최근 부산교도소에서 재소자 2명이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잠복결핵 집단 감염까지 벌어지면서 교도소 내 의료관리 체계 전반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본지가 입수한 여주교도소 재소자 김모(62)씨의 편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김씨를 포함해 4~5명이 머무르는 방에 최모(49)씨가 이감돼 왔다. 최씨는 그날 밤 김씨 옆에서 자면서 여러 차례 심하게 기침을 했다. 잠을 설친 김씨는 다음 날 아침 최씨에게 몸 상태를 물었다.

최씨는 “과거 결핵을 앓았는데 성동구치소에서 지난 1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6월 7일에 이감된 뒤 이 방이 네 번째다. 외부 진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동료 재소자들에게 ‘입방 거부’를 하자고 했으나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씨의 기침은 더 심해졌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외부 진료를 받게 됐다. 그 이튿날인 28일 최씨는 결핵 재발 판정을 받았다. 교도소 측은 그제야 최씨를 독거방으로 옮겼다.

최씨가 나간 뒤 김씨 등은 결핵검사를 요청했다. 출소자와 다른 지역 이송자를 제외한 총 15명이 검사받은 결과 12명이 잠복결핵으로 판명됐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는 감염됐지만 신체의 면역기능에 의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잠복결핵 환자 중 10%는 ‘결핵환자’로 부르는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한다. 교도소 측은 이에 대해 “국내 인구 3명 중 1명은 잠복결핵으로 볼 정도로 원래 감염자가 많다. 교도소 내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입소 전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를 진행한 박옥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재소자들 중에는 생활환경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이 많아 일반인보다 잠복결핵 비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같은 방에 있던 재소자의 80%가 결핵에 감염됐다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기침, 재채기, 대화 또는 노래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교도소 내 같은 방에 있었다면 결핵균에 노출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전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측이 결핵을 앓았던 최씨가 심하게 기침을 하는데도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최씨는 6월 말부터 기침 증상을 호소했다. 하지만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한 것은 한 달 뒤였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핵은 약을 충분히 먹지 않거나 몸 관리를 잘못하면 재발할 수 있다. 결핵을 앓았던 사람이 2주 이상 심한 기침을 하면 바로 격리 조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해 감염된 12명의 재소자는 현재 결핵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교도소 측은 이에 대해 “최씨가 6월 말부터 기침을 했으나 바로 결핵으로 볼 수 없었고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확진 후에는 즉시 격리했다”고 해명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죄를 짓고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지만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며 “재소자들이 아프다고 하면 먼저 ‘꾀병’으로 보는 교도소 측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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