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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 “내달 노점 강제 정비”…전운 감도는 남대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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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시장 골목에 ‘남대문 시장 내 노점 실명제 실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상당수 노점상은 실명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영업을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줘야 실명제를 수용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 노점상 개장 시간은 현재 평일 오후 5시, 토요일 오후 2시, 일요일 오전 9시다. [사진 김현동 기자]

지난 29일 오전 11시쯤 서울 남대문시장 내 중앙상가 앞. 길 한복판에 폭 1.3m 가량의 노점 수레 수십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노점상인들은 수레를 덮은 천을 걷어내며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말, 옷 등을 파는 매대가 차려졌다.

평일에 남대문 노점상이 장사를 시작하는 시간은 오후 5시다. 2009년 서울시와 노점상, 점포상인들 간의 협의를 통해 만든 불문율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전부터 노점상인들이 장사를 시작했다. 서울 중구청이 지난달에 시행한 ‘노점상 실명제’에 반대하는 의미의 시위성 영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루 평균 약 40만 명이 찾는 국내 대표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갈등의 중심엔 노점상 실명제가 있다. 노점상 실명제는 정해진 공간에 1인 1노점만을 운영하는 대신 합법적인 도로 점용 권리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서울 중구청은 30일 “실명제는 노점 운영권의 매매·임대와 관련한 불법을 없애고 시장 방문객에게는 보행 편의를 제공하고 노점상을 양성화하려는 대책”이라며 “다음 달부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노점상 실명제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시장 내에는 현재 190여 개 노점상이 영업하고 있다.

중구청의 남대문 시장 내 노점 정비 사업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구는 지난해 5월 남대문 시장 내 포장마차(16대)를 강제로 ‘정비’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시장 내 노점실명제 추진 계획도 세웠다.

실명제 시행에 노점상 모두가 반대하지는 않는다. 지난 7월 실명제에 찬성한 노점상 80명은 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증을 받고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점을 하는 게 낫다고 본다. 하지만 나머지 노점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노점상 실명제에 반대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중구청이 내건 자격 조건이 있다. 중구청은 실명제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노점상의 재산 규정’ 단서를 달았다. 속옷 노점상 김모(69·여)씨는 “30년 간 노점하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해 중풍에 걸린 남편과 살고 있다. 그 집이 3억원인데, 재산 3억원이 넘으면 노점을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럼 그 집을 팔고 노점을 하라는거냐”라고 물었다. 구청이 정한 노점 운영 규칙에서 같은 규정을 세 차례 어기면 노점을 퇴출시키는 ‘삼진 아웃제’도 기존 노점상들에게는 부담이다.

노점상 측은 실명제 수용 조건으로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남대문시장 노점상의 개장 시간은 평일 오후 5시, 토요일 오후 2시, 일요일은 오전 9시다. 노점상들은 개장 시간을 앞당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노점상 매출이 줄어 시간을 늘리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점포 주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0년 간 신발 가게를 운영해온 기모(66)씨는 “함께 장사를 해온 정(情)도 무시할 수 없지만, 노점상이 문을 열면 점포를 찾는 손님 발길이 뚝 끊긴다. 다른 부분은 협의를 거쳐 잘 해결됐으면 하지만 영업시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실명제 신청을 하지 않은 노점상들에 대해서는 강제 정비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글=조한대·서준석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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