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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청산 가능성…용선료 못 받은 선주들 배 압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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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이르면 31일 이사회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사진은 30일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의 컨테이너선 모형. [뉴시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 청산 절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이 기업 회생과 청산을 가르는 기준은 ‘영업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느냐’다. 하지만 원양 정기선사는 업종 특성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정관리와 동시에 그동안 한진해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한진해운 자산을 가압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의 미지불금은 ▶하역·운반비 2200억원 ▶장비임차료 1087억원 ▶유류비 363억원 등이다. 향후 수익 여부를 떠나 일단 이렇게 밀려 있는 대금부터 갚아야 영업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또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도 8월 현재 2455억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배를 압류할 권리가 있다. 이미 한진해운 용선주들이 움직였다. 싱가포르 법원은 30일 5308TEU급 선박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화주들의 컨테이너를 운송해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배가 멈춰 버리면 영업 자체가 올스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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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건 해운동맹에서 배제되는 경우다. 해운사들은 전 세계 항구를 기항할 수 있는 수십 척의 선박이 필요한데, 한 회사가 모든 선박을 조달할 수 없어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맺는다. 문제는 법정 파산 선고를 받으면 해운동맹에서 자동적으로 탈퇴한다는 약정이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현재 가입한 해운동맹인 CKYHE와 내년 4월부터 활동할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모두 마찬가지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결국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회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한진해운은 청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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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던 한진그룹도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지난 2년7개월 동안 여력이 있는 계열사를 총동원해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지급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나 영구채 인수 등으로 8259억원을 지원했고, (주)한진이 터미널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2351억원의 현금을 줬다. 올해 들어서는 한진칼이 한진해운의 상표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1857억원을 지급하는 등 총 1조2467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터미널이나 영업권 같이 향후 쓸 수 있는 자산을 제외한, 완전 손실 처리되는 지원금만 1조57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매출(7조6695억원) 규모는 한진그룹 전체 매출액의 34.3%를 차지한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을 떠받치는 양대 계열사였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을 빠져나가면 한진그룹 자산은 30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든다(공정거래위원회 공정자산 기준). 이렇게 되면 현재 11위인 재계 순위도 두산·KT·신세계에 밀려 14위로 미끄러진다.

채권단의 법정관리 으름장에도 조양호 회장이 5000억원 지원 이상의 카드를 쓰지 않은 건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할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 2분기 25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1100억원 정도가 한진해운 관련 손실이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도 1100%를 넘어섰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항만·무역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탈퇴하면 현재 가입한 해운동맹(CKYHE) 소속 선사들은 굳이 부산항에 기항할 이유가 없어진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생존하고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국내 수출입 화주들은 매년 4407억원의 운송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출가격이 0.7∼1.2% 상승하면 수출 중심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의 연평균 선박 발주량을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원)로 추산하며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조선업계 실적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후판을 생산하는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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