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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차 한 잔

차 한 잔
- 길상호(1973~)

 
기사 이미지
묵언默言의 방

수종사 차방에 앉아서

소리 없이 남한강 북한강의 결합을 바라보는 일,

차통茶桶에서 마른 찻잎 덜어낼 때

귓밥처럼 쌓여 있던 잡음도 지워가는 일,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숙우熟盂에 마음 식혀내는 일,

빗소리와 그 사이 떠돌던 풍경 소리도

다관茶罐 안에서 은은하게 우려내는 일,

차를 따르며 졸졸 물소리

마음의 먼지도 씻어내는 일,

깨끗하게 씻길 때까지 몇 번이고

찻물 어두운 내장 속에 흘려보내는 일,

퇴수기退水器에 찻잔을 헹구듯

입술의 헛된 말도 남은 찻물에 소독하고

다시 한 번 먼 강 바라보는 일,

나는 오늘 수종사에 앉아

침묵을 배운다




침묵이 그리운 것은 언어가 존재를 압도할 때, 즉 수다가 소음이 됐을 때다. 존재의 집인 언어(하이데거)를 텅 비움으로써 현존재(現存在·Dasein)에 더 가까이 가는 것. “차 한 잔”의 길.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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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