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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퇴테크] “미국 금리 올라가도 한국 채권엔 기회 여전”

올해 금융투자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채권형 펀드’다. 상반기 동안에만 3조2492억원의 자금이 채권형 펀드에 순유입됐다. 2015년 전체 순유입액(8997억원)의 3배를 넘는다. 인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에만 약 1조400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에선 약 2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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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기준 연초 이후 자금 유입액.
자료:에프앤가이드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사는 반퇴세대의 ‘머니무브’와도 맞물려 있다.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 규모도 5년 전보다 두 배로 커져 약 42조원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은행 예금금리에 1~2%포인트 정도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반퇴세대의 노후자금으로 추정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50대 가구주의 금융자산 비중은 2012년 23.4%에서 2015년 26.6%로 늘었다. 60대 역시 17.2%에서 19.9%로 증가했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채권의 비중이 2007년 3.0%에서 2015년 5.4%로 크게 높아졌다.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굴리려는 수요가 채권형 펀드로 몰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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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기준 연초 이후 자금 유입액.
자료:에프앤가이드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국내 채권형이 2.78%, 해외 채권형이 5.95%다. 국내 주식형(2.76%)이나 해외 주식형(1.88%)보다 좋은 편이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있다. 29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1%포인트 오른 연 1.272%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두 달 만에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1.25%)를 밑도는 금리 역전현상이 끝났다. 이날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다. 30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소폭 하락(1.265%)했지만 기준금리보다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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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기준 연초 이후 자금 유입액.
자료:에프앤가이드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상승은 악재다. 채권에 투자해 얻는 수익은 크게 두 가지다. 채권가격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과 이자다. 이자는 확정돼 있지만 시세차익은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올라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손해를 본다. 그러므로 금리상승기엔 채권도 결코 안전자산이 아니다.

불안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엑소더스(탈출)’를 고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정 수준 밑에서는 금리를 더 내려도 내려가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처럼 올릴 때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워낙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리인상의 충격은 속도에 달려 있는데 최근 1년간 미국은 한 번밖에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며 “금리인상이 장기적인 경기 전망 기대치를 깎아내리면 채권시장엔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국내와 해외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채권형은 비교적 안전지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이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자산 배분 차원에서 국내 채권의 투자 가치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신흥국보다 선진국이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도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고, 유럽이나 일본은 당분간 돈을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란 논리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중에서 대외 경제여건이 취약한 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특히 브라질의 경우 현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환율 리스크가 작지 않아 신규 매수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달러가 초강세로 전환하지 않은 한 급격한 자금 유출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지만 길게 보면 달러 약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 투자를 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도 결국 사이클인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금리차에 따른 이익이나 이자 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수익률이 좋았다는 건 잠시 대피할 때가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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