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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금 체계 바꿔야 질 좋은 제품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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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세훈(35)씨는 매주 월요일 퇴근길에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편의점을 찾아 수입맥주 4캔을 산다. 500ml 캔을 기준으로 낱개(3800~4800원)로 사면 국산맥주(2550원)보다 비싸지만 편의점의 할인행사 덕분에 4개를 묶어 사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박씨는 “맛이나 가격 면에서 국산 맥주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맥주산업이 길을 잃고 있다. 2013년 2조4100억원 규모였던 맥주 시장은 지난해 2조6650억원으로 늘어났다. 시장을 견인한 것은 국산맥주가 아니라 수입맥주였다. 같은 기간 수입맥주 시장 규모는 36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국산 맥주는 250억원(1.2%) 증가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진 수입맥주로 눈을 돌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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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맥주가 맛과 가격에서 모두 수입맥주에 밀리는 이유는 뭘까. 하이트진로·OB맥주·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품질향상과 가격할인을 막는 규제까지 더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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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5년 기준 대기업 3사의 시장 점유율은 91.5%에 달한다. 그나마 2011년 점유율(96.7%)에 비해 줄어든 것인데, 이는 수입맥주의 진출 확대 때문이다. 송정원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국내 맥주 산업은 장기간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수입맥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주세 제도의 손질을 제안했다. 출고가에 세금(72%)을 매기는 현행 종가제를 알코올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제로 단계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종가세는 생산량이 많은 대기업이 유리한 제도여서 맥주 제조업의 문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품질이 좋은 맥주를 개발하려면 제조 원가가 높아지게 마련인데, 그만큼 세금도 더 많이 붙는 구조가 된다. 보고서는 이를 국내에서 프리미엄 맥주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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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시설 허용 기준의 완화도 대안으로 나왔다. 소규모 맥주 제조시설의 용량 제한(5kL 이상 75kL 미만)을 풀어 일본(60kL 이상)처럼 최소 생산량 요건만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은 종합주류도매상을 통해서만 맥주를 유통하도록 제한하거나 소규모 사업자가 수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소매업자가 맥주를 구입 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막거나 국세청이 맥주 가격신고를 심사하는 관행도 개선해 할인판매의 길을 열어 주자는 제안도 담았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종록 한국주류산업협회 상무는 “1~2위 업체가 계속 바뀌는 무한 경쟁 상황을 대기업 독과점 구조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판매 가격이 유지되는 것도 정부 물가관리 정책에 협조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맥주 시장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아 대기업이 제품 개발보다는 마케팅과 유통으로 밀어붙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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