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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과·밤 닥치는 대로 빨아먹어…“선녀벌레가 아니라 저승사자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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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의 한 아파트 정원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에 의해 피해를 본 나뭇잎. 유충들은 실을 토한 뒤 잎을 싸서 갉아먹는다. [사진 송봉근 기자]

지난 25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과수원. 1만㎡ 규모의 밭에서 조생종 배를 키우는 박모(55)씨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최근 수확기를 앞두고 일부 배 열매 표면에서 그을음병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갈색날개매미충 성충의 배설물로 인한 병충해로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배설물에 진드기·노린재 등 다른 해충들이 달라붙어 2차 피해로 이어진다. 박씨는 “아무리 농약을 뿌려도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충남 청양군 정산면 남천리 야산. 수십여 그루의 호두나무 잎이 검게 말라 비틀어졌고 가지 곳곳엔 하얀 밀가루처럼 보이는 분비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호두 농사를 짓는 김동준(70)씨가 나무를 흔들자 짙은 갈색의 미국선녀벌레 성충 수십 마리가 날아올랐다. 미국선녀벌레는 과수나무의 즙을 빨아먹고 그을음병을 유발해 배·사과·포도는 물론 밤·호두·감나무까지 닥치는 대로 피해를 끼친다. 김씨는 “선녀벌레가 아닌 저승사자벌레”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선녀벌레·갈색날개매미충·꽃매미 등 국내로 유입된 ‘아열대성 외래 해충’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가위를 앞둔 과수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지난 겨울과 봄이 예년보다 따뜻해 부화율이 높았고 특히 여름 폭염으로 생존율이 상승한 데 따른 현상이다.

28일 농촌진흥청과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올해 미국선녀벌레 발생 면적은 전국 9개 시·도 8116㏊(1ha는 1만㎡)로 조사됐다. 지난해 4025㏊보다 102% 증가한 규모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 발생 면적은 농경지만 6198㏊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 발생 면적의 154% 수준이다.

갈색날개매미충의 확산 속도도 심상치 않다. 수액이나 과즙을 빨아먹고 자라는 이 해충의 지난해 발생 면적은 6958㏊인데 올해는 62% 늘어난 1만1275㏊다.

산림청과 자치단체 등이 방제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들 외래 해충의 천적이 없는 상황에서 농경지와 산을 오가며 증식하는 특성상 방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종행 충남농업기술원 재해대응팀장은 “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농경지·산림·마을에 대한 동시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양·김제·수원=신진호·김준희·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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