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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뇌 다친 아내, 10년 넘게 매일 산책 병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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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롯데맨’으로 살아온 이인원(정책본부장, 26일 사망·사진)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 조문 이틀째인 28일 이른 아침부터 황각규(61·사장)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65·사장) 대외협력단장 등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 14명으로 구성된 장례집행위원과 이 부회장의 아들 정훈씨 내외 등이 문상객을 맞았다.

조문 온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선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개인 용도로 사용한 부분이 있으니 월급에 반영해 달라고 할 만큼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분명했던 분” “최근 20년간 정기휴가를 안 가고 일만 했던 2인자” 등의 기억들이 흘러나왔다.

운전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10여 년 넘게 아침 출근길에는 자신이 차(수년 전부턴 검은색 제네시스)를 몰고 출근한 사연도 회자됐다. 롯데 관계자는 “아침 일찍 운전기사가 집 앞에 와서 기다리는 게 안쓰러워서 그랬다는 얘기를 듣고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칠순을 맞았다. 직원들이 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다. 여러 차례 손질을 했음에도 앞부분이 갈라져 있는 것을 보다 못한 직원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칠순 점심도 직원들과 회사 근처 찌개 집에서 단출히 먹었다. 그게 회사에서 여러 직원과 개인적 만남을 가진 마지막 자리가 됐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비서들은 “사무실에서 입던 카디건은 너덜너덜해져 수차례 비서들이 꿰매 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개인사를 아는 이는 드물었다. 한 임원은 “워낙 사생활을 얘기 안 해서 고인이 어떻게 생활했고 어떤 걱정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며 “오늘 아침 이 부회장이 10여 년간 부인 병수발을 들어왔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했던 일부 직원·지인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자제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어머니의 신병 때문에 (너희들이) 힘들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적혀 있다. 부인은 2000년대 초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이 부회장과 산책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뇌를 다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오후 6시 퇴근하면 매일 집에 가서 밥을 떠먹여주고 오후 7~8시쯤 부인을 데리고 산책을 가거나 근교로 드라이브를 나가는 일을 묵묵히 반복했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외출을 하지 않으면 극도로 민감해지는 부인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최근에는 부인이 대장암 수술까지 받아 걱정이 더 컸다고 한다.

이 부회장 측근들은 “직원들을 세심히 배려해 준 것과 달리 정작 자신에게는 여유를 두지 않고 철저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무엇보다 시간관념이 철저해 평소 차에 부착된 시계와 손목시계를 실시간보다 5분 빠르게 조정해 놨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10분 내지 15분까지 시곗바늘을 앞당겨 놓는 방식으로 약속에 늦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또 “평소 술·담배·골프를 전혀 안 했고 즐겨 하던 등산도 10여 년 전부터 회사 업무가 많아지자 거의 하지 못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부회장은 십일조 헌금을 꼬박꼬박 내는 독실한 크리스천(서울 충신교회 장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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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신 회장은 50여 분간 머무른 뒤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 없이 빈소를 나섰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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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인을 추모하는 경제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노신영(86) 전 롯데총괄 고문, 이승철(57)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이 조문했다. 이 상근 부회장은 “롯데 사태가 빨리 마무리돼 기업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인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격호(95) 총괄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조문하기 어렵고 신 부회장도 못 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병주·유부혁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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