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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막둥이, 서열은 으뜸이던 코미디 큰별 지지 않을 것

거목이 스러지면 곁에 있던 잣나무, 측백나무도 한마디씩 할 것이다. 큰 나무 덕분에 좋았던 시절의 기억이 하나둘씩 스칠 것이다. 고인은 내 초등학교 동창의 아버지다. 돈암초등학교에서 고인의 장남 명회는 ‘구봉서 아들’로 유명했다.

TV로만 보던 구 선생을 직접 본 건 MBC에 PD로 들어가고 나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는 나를 만나지 못했다. ‘장학퀴즈’와 ‘모여라 꿈동산’ 담당 조연출에게 ‘막둥이 가요만보’는 ‘먼 그대’였다. 코미디언실이 있던 3층 복도에서 여러 번 지나치면서도 “저 명회 친굽니다”라는 한마디를 결국은 전하지 못했다.

악극단에서 재능을 들킨 후로 고인은 라디오, 영화, TV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최고의 스타였다. 막둥이라는 애칭은 영화 ‘오부자(五父子)’에서 막내 역할을 맡고나서 생겼다. 현실에서도 그는 아들 넷을 두었다. 명회, 원회, 승회, 정회 중 첫째인 명회가 내 ‘친구’다.

별명은 막둥이여도 코미디 서열은 으뜸이었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그의 이름이 첫 번째가 아닌 적이 없었다. 구봉서·배삼룡·서영춘. 경쟁이 치열한 희극계에서 이 세 사람 중 누구를 처음으로 적느냐는 PD들의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다행히 가나다순으로도 구봉서·배삼룡·서영춘이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귀엽고 편안한 이미지였지만 카메라 밖에선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이 점을 한때 나는 오해했다. 무대에서 웃음으로 돈을 벌면서 왜 무대 밖에서는 웃음에 엄격했을까. 오해는 풀렸다. 그의 코미디철학을 이해하면서다. 시청자에겐 웃음에 대한 묘한 이중성이 있다. 웃고 나서도 ‘남는 게 없다’고 타박한다. 일부 권력자들은 정복감과 행복감을 혼동한다. 자신도 웃었으면서 저질이라며 구박하고 핍박하던 때가 있었다. 웃음의 절벽에서 웃음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분이 구 선생이다.

그가 다가가기 쉬운 사람으로 거듭난 건 건강상의 위기를 겪은 후부터다.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이름처럼 막둥이가 되어갔다.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장 3절) 이승에서 충분히 연습하셨으니 천국에서도 막둥이 역할을 잘 하실 게 틀림없다.

MBC 출신들은 기억한다. 녹화가 끝난 후 방송테이프를 입고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에 적혀있던 네 글자의 큰 글씨. 飮水思源(음수사원). 물을 마실 때는 이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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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떠나던 바로 그날 부산에서는 후배들이 코미디축제(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를 열고 있었다. ‘큰별이 지다’라는 표현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이라고 그들은 선배를 추모했다. 정말로 별이 진 걸까. 아니다. 별은 그 자리에 남는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그 별은 또렷이 그 자리에 뜰 것이다. 그분의 영면을 기원하려니 자꾸만 이 주문이 나를 감는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주철환 (아주대 교수, 전 MBC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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