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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 제8요일의 남자] #7. 한 잎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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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서른다섯, 한창 젊고 아름다운 한 여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일곱 명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이야기다.
월요일은 엠, 화요일은 튜즈, 수요일은 더블, ..쥬디, ..에프, ..쌈디, 일요일은 썬, 여자는 남자들을 그렇게 부른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완전한 1이 될까 두려워 여자는 7분의 1로 마음을 나누어 놓았다.  그 정도 지분이라면 사랑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변질되고 추해진다는 걸, 온전히 바친 사랑의 결과는 상처투성이라는 걸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자는 이 세상에 온전한 사랑 따윈 없다고 믿는다.
그런 여자 미주에게 어느 날, 어떤 일이 일어나는데…

금요일의 대학병원은 몹시 붐볐다. 네 대의 승강기가 쉴 틈 없이 바쁘게 오르내렸지만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벅찼다.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7층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랐다.
 
“ 엄마가 막무가내로 언니한테는 연락을 하지말래. 나중에 언니 알면 기분 나쁠 거라는데도 엄만 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나 몰라. 엄마 이상해 진짜. ”
 
이상할 게 없었다. 미영은 모르는 일이지만 엄마와 내 사이가 그랬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엄마와 점점 골이 깊어가는 아버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 미움은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결국 아버지와 엄마, 두 사람 모두로 부터 한 걸음씩 거리를 멀어지게 했다.
 
아버지 없이 밤을 맞는 날이면 엄마는 가끔 부엌에서 그릇을 닦았다. 무엇엔가 복수라도 하듯 기름에 찌든 냄비나 솥을 꺼내놓고 쇠 수세미로 문질러 닦으며 밤을 새웠다.
 
새벽이면 싱크대 위에 윤이 반짝반짝 나는 그릇들을 엎어놓고는 흐느껴 울었다. 그런 엄마 때문에 늦은 시간 공부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서도 나는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처음엔 안쓰러움이 컸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쓰러움 보단 그런 아버지에게 매달려 사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 한 시간 정도면 깨어나실 거래. ”
 
간단한 수술이었다지만 엄마는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기 전이었다.
 
“ 집에 좀 다녀올게. 올케언니도 애들 챙겨주고 다시 병원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까지만 언니가 있어줘. ”
 
미영은, 내가 들어와 아직 제대로 닫히지도 않은 병실 문고리를 얼른 낚아채고는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나갔다.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엄마의 얼굴은 낯설었다. 못 본 사이 양 볼이 쑥 들어가 야위어 있었다. 가슴 한 쪽에 휑하니 바람이 지나갔다.
 
낯설게 느껴지는 건 야윈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고요히 누워 잠자는 엄마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렇게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오른 쪽 손목에 감긴 붕대와 수액을 떨어뜨리고 있는 링거병만 아니었다면 정말 평화롭게 깊은 단잠에 빠진 모습일 것이었다.
 
붕대로 감아놓은 엄마의 손목 덕분에 우리 집은 늘 반짝 거렸다. 먼지 한 톨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엄마는 닦고 또 닦았다. 싱크대엔 방금 마신 물 컵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여자가 너무 깔끔을 떨면 박복하다고 언젠가 고모가 엄마한테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엄마는 그 말에 마음이 상했는지, 밖에 나간 사람은 집이 깨끗해야 빨리 들어오고 싶어지는 거라고, 살림 못하는 것들 하는 소리는 그만두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쳤었다.
 
하지만 엄마 생각이 꼭 맞는 건 아니었다. 내 집이고 내 방이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우리 집이 편치가 않았다. 너무 반듯하게 정돈된 집이 숨이 막혀서 일부러 도서관이나 친구 집을 돌며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급히 오느라 빈손으로 왔다는 걸 미영이 나가고 한참 후에나 깨달았다. 병실을 지켜야한단 것도 모르고 책 한권도 손에 들고 오지 않았다.
 
엄마가 깨어나기 전까지, 사무실에서 미처 마치지 못하고 온 일이나 끝내려고 메일로 받은 전자책 표지시안을 확인하는데 문자가 날아들었다.
 
‘저녁에 시간 좀 내 주시면 좋겠어요.’
 
오비서관이었다. 아침에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란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오비서관도 재차 호출을 받은 모양이었다.
 
경찰 참고인 조사는 본인이 거절하면 받지 않아도 되었지만 내가 처음 경찰 호출에 응한 건 에프 때문이었다. 에프에 관한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에프의 죽음을 자살이라 결론 지어놓고 나와의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다. 자살일 리도 없지만 만약 그렇다할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에프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개인 소견정도를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무슨 이유인지 나와 에프의 관계를 파헤치는데 만 혈안이 돼있었다.
 
‘저는 참고인 조사 거부했어요. 오비서관님도 성가시면 그렇게 하세요.’
 
사실 경찰입장에서 보자면 오비서관과 내가 미리 만나 뭔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 일 때문은 아니구요, 저녁에 꼭 만날 일이 있어요.’
 
다시 답이 왔다. 지난 번 폴더 폰 생각이 나서 그러겠다고 문자 답을 보냈다.
 
“ 여기는 뭐 하러 왔니? ”
 
마취에서 깨어난 엄마는 화가 난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반듯하게 누운 채로 말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엄마의 얼굴을 살폈지만 엄마는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엄마, 왜 그래.
 
입원을 하고 수술까지 할 상황인데도 내게 알리지 말라고 한 게 서운하긴 했지만 한동안 연락도 못하고 지낸 게 마음 쓰여 손이라도 잡아주려고 다가갔다. 엄마는 다른 쪽으로 고갤 훽 돌리고는 눈을 꼭 감아버렸다.
 
“ 진작 아버지 살아계실 때 수술하지. 아플 거 다 아프고 이게 뭐야. 이제부턴 엄마 몸 아껴. 아프면 엄마만 손해예요. ”
 
팔꿈치쯤을 슬쩍 잡고 있었는데 엄마는 애써 내게서 팔을 빼냈다.
 
“ 엄마, 나 불편 해? 나, 갔으면 좋겠어요? ”
 
그러라고 하면 복도에라도 나가있을 생각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다행히 답이 없었다. 미영이 옆에 있었다면 아픈 사람 상대로 왜 성질 부리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었다.
 
“ 여전하구나. 어릴 땐 안 그러더니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머리 굵어졌다고 엄마를 무시하더니. ”
 
거리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엄마를 무시한 적은 없었다.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미워하는 것과 무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기도 했지만 딸인 내가 부모님을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엄마.... ”
 
엄마는 내 쪽으로 고갤 돌리고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쏘아보았다.
 
“ 내 말이 틀려? ”
 
엄마가 내게 하는 말이 맞나 싶어 가만히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와 내 사이가 다정하고 따뜻한 사이가 아니었던 건 분명하지만 이제껏 엄마가 이런 눈빛과 말투로 내게 말을 건넨 적은 없었다.

한바탕 싸우려고 오래오래 별렀던 사람처럼 목소리엔 시퍼렇게 날이 서 있어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 그런 적 없어. 엄만 내가 뭘 어쨌다고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 ”
 
“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그대로야. 네 아버지랑 똑 같아. 똑 같이 닮았어. 어쩌면 그렇게 저 혼자만 잘난 사람들인지. 남의 감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만 옳았어, 항상. ”
 
나는 어떤 일에도 엄마가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빠가 학창시절 속을 썩일 때도 무릎을 꿇게 하고 혼을 내셨던 분은 아버지였지 엄마는 오히려 그런 오빠를 두둔하고 감싸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힘주어 말 할 때 마다 목 줄 잡힌 놀란 고양이처럼 링거가 움찔움찔 흔들렸다.
 
“ 그럼 엄마는 왜 엄마 감정을 아빠한테 표현하지 않고 살았어? 솔직히 아빠 앞에서 엄마는 감정이란 게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잖아. 화를 내거나 싫은 표정을 짓거나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
 
엄마는 옆의 벽으로 시선을 돌려놓고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 아빠는 찌푸린 얼굴을 제일 싫어했어. 진짜 내 감정에는 하나도 관심 없이 내가 늘 행복한 모습이길 원했어. ”
 
도무지 엄마가 화를 내고 있는 대상이 나인지 아버지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그래서 손목이 다 망가져 가는데도 아빠한테 감췄던 거구? 그러니 아빠가 어떻게 알겠어? 불행하고 슬프고 아픈 건 물 밑에 감춰놓고 행복한 얼굴만 밖으로 드러냈지. 그게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엄마는 몰라. ”
 
힘 들었다는 내 말에 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고는 내 눈을 똑 바로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 저 깊은 물 아래, 뭔가 감춰놓은 것처럼 알 수가 없었던 건 바로 너야. ”
 
그게 아무리 틀린 말이었다 해도 엄마의 목소리에서 울려 나오는 진중함과 단호함 때문에 그 말은 말이 되는 순간 명백한 사실로 여겨졌다.

그리고 엄마의 말은 맞았다. 물 아래 뭔가 감춰놓은 것처럼 알 수 없던 건 바로 나였다. 하지만 자신을 감춰놓고 살아가는 엄마 앞에 자신을 다 드러낼 수 있는 딸이 있을 수 있었을까.
 
“ 내가 그렇게 상전처럼 받들어 키웠으면, 그렇게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하고 컸으면,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남편 만나 결혼을 했어야지. 혼자 잘난 줄 알고, 그러고 사는 게, 그게 똑 바른 거니? ”
 
갑자기 미영이 뛰어드는 바람에 엄마의 말은 거기서 멈추었다.
 
“ 엄마, 깨어났네? 기분은 좀 어때? 다른 데 아픈 덴 없지? 수술은 잘 됐다네. ”
 
미영의 활기찬 목소리가 병실을 흔들기 시작했다. 약속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었지만 일찍 병실을 나왔다.
 
엄마와 내 사이에 안간힘으로 지키고 있던 보호구역이 침해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살 가운 모녀사이는 전혀 아니었지만 삐거덕대는 사이도 아니었다.

이제껏 자라며 싫은 말 한 번도 하지 않고 듣지 않았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져 버린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미주씨. 사실은 오늘 약속 장소에 의원님 사모님이 나가실 겁니다. 사모님이 갑자기 만나자고 하면 놀라실 거라고 제게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셔서요. 미안합니다.’
 
오비서관의 문자가 핸드폰에 찍혔다. 약속시간 한 시간을 앞 둔 시간이었다.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알게 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문득 거기서 에프의 부인을 만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인은 나타나지 않았었다.
 
에프의 부인을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만나기 전에 내가 상상했던 에프의 부인은 한 없이 여리고 가냘픈 여자였다. 에프가 미리 내게 어떤 이야기도 해 준적이 없었지만 에프의 성정에 어울리는 여자는 그런 여자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부인을 처음 본 건 총선 준비로 정신없던 어떤 날의 식사자리였다. 이른 봄이라 날씨가 몹시 추웠던 어떤 날로 기억한다. 이미 저녁 시간이 지나있었지만 대강 일을 마친 우리는 사무실 근처의 식당으로 찾아들어갔다.
 
누구는 두부찌개를 누구는 꽁치김치찌개를 시켜놓고 배고픈 차에 밑반찬으로 요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옆에서 사모님이다, 라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 누가 그렇게 외치지 않았더라도 우리 모두는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누추하다고 말 할 수밖에 없는 식당에 가죽스커트에 모피코트를 입은 한 여성이, 여성이라기 보단 여신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 여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중 누가 뛰어나가지 않았더라면 나라도 뛰어나가 귀하신 분이 앉을 자리를 마련했을 지도 몰랐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눈매가 시원스런, 모피코트를 입은 여신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재미있다는 듯 우리를 보고 서 있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였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가 닿을 수 없는 강력한 어떤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때 묻은 방석을 여러 장 깔아놓았지만 도저히 거기에 앉으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여신은 무릎까지 퍼로 뒤덮인 부츠를 벗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우리 모두는 먼저 술을 들이키고 있던 에프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에프가 겸연쩍은 웃음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길 뭐하러 왔어.
 
에프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선 근처 고급음식점으로 우리를 불렀다. 한 숟갈도 맛보지 못하고 값만 치른 두부찌개와 꽁치김치찌개에선 김이 펄펄 오르고 있었다.
 
소탈하고 서민스러운 에프에 비해 부인은 한 눈에 벌써 귀족 티가 났었다.

명품 핸드백이나 구두를 무시하고라도 왕족의 공주라든가 여왕을 연상하게 하는 자태를 가진 사람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국회의원을 지낸 할아버지에다 장관을 지낸 아버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여느 집의 어떤 귀한 아들 부럽지 않게 잘 키워진, 누가 봐도 정치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나는 에프보다 오히려 그의 부인이 국회의원에 더 걸맞다는 생각을 했었다.
 
두 번째는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세미나에서 였다. 세미나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에프와 그녀는 아주 잘 어울리는 부부로 등장했었다.

에프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누가 보아도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열정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내가 에프의 부인에 대해 아는 건 그게 전부였다. 가끔 에프가 어떤 이야기에 묻어 부인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듣고 그냥 흘렸을 뿐 생각에 담아 둔 것은 없었다. 더구나 에프에게 그녀에 대해 무언가를 물어 본 적은 더욱 없었다.

에프와 내가 남들과 다른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 배우자에 대해 개인적인 걸 묻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에프와 내가 어떤 열렬한 사랑을 한다하더라도 에프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건 그들 둘만의 고유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그렇게 손목이 아프면서도 아버지 앞에서 끝까지 감춘 건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연인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전달되는 게 싫어서 일 거란 생각이 번쩍 머리를 스쳤다.
 
“ 한연수입니다. 반미주씨 맞죠? ”
 
한참 생각에 골몰해 있는데 내 앞에 누가 서 있었다. 검정색 원피스에 레이스가 장식된 검정 롱 자켓을 입은 에프의 아내였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남았고 내가 있던 곳은 약속장소가 아니라 그 옆 건물에 딸린 오픈 카페였다.
 
“ 차로 지나다보니 미주씨가 여기 있는 게 눈에 띄어서요. 방해 된 건 아니죠? ”
 
“ 아, 아니요. 시간 맞춰 약속장소로 갈 생각이었어요. ”
 
반쯤 몸을 일으킨 내가 뜻밖의 상황에 더듬거리자 한연수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상하게 상처받은 기억도 없는데 그녀의 손 안에서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 남편 일로 마음 많이 상했죠?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
 
방금까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시원스런 눈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마치 천상에서 빛나는 보석하나가 세상으로 굴러 나온 것 같았다.
 
 
▶ 제8요일의 남자 더 보기
#1. 화요일의 남자, 튜즈
#2. 7분의 1을 넘나드는 남자, 에프

#3. ‘당신의 어둠 속에 나도’
#4. “그날,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것”
#5. 엠, 월요일을 싫어하는 남자
#6. 어떤 고백

<목요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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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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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